고점 뚫은 강남 “대출규제 영향 원래 없어”···서울 아파트값 23주째↑

류인하 기자 2024. 8. 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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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문재원 기자

정부가 대출을 죄며 ‘집값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2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서초 등 주요지역 역시 상승폭은 다소 줄었으나 상승 거래는 계속됐다. 8·8 부동산 대책도 아직까진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이 29일 발표한 8월 넷째 주(26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6% 오르면서 23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폭은 다소 줄었지만, 시장에서는 숨고르기에 들어갔을 뿐 정부 대책 여파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 3구는 0.33% 상승했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아트자이는 지난 22일 전용면적 84㎡가 24억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최고가(2021년 7월)를 회복했다. 방배동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매물은 저층(3층)이기 때문에 직전 최고가 거래매물(9층)보다도 높은 가격에 팔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레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59㎡도 지난 23일 24억원에 거래되면서 최고 실거래가를 불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앞서 7월 동일 평형·동일 층의 거래가는 23억원이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는 2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금리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더 높게 적용하기로 하면서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가 앞서 발표한 ‘8·8 부동산대책’ 역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강남 주요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은 “여기는 대출규제를 한다고 집 살 사람이 안 사는 곳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대출규제? 강남·지방 집값 영향 없어

개포동 개포나무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중개한 매물은 다 매수인이 갈아타기·실거주 목적으로 거래한 것”이라며 “매수인들은 자기 집이 팔리면 매매로 갈아타기를 하고, 팔리지 않아 전세를 놓으면 전세보증금을 토대로 강남 신축 전세를 들어오는 게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값이 평당 1억원을 웃도는 지역 특성상 무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대출규제로 강남 집값이 잡힐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8월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다만 이는 정부 대책 효과라기보다는 가격이 단기간 너무 많이 오르면서 잠시 숨고르기 하는 국면이라는게 시장의 평가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9일 기준 8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647건(계약일 기준)으로 전달(8668건)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중개업자들은 “4월부터 너무 과열됐던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는 것일 뿐 여전히 매수대기자들은 많다”고 말했다. 서울 도곡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6월에는 집 상태도 안 보고 전화로 매물이 있는지 확인한 뒤 계약금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현재 거래량이 줄어든 것은 매도인들이 ‘베짱호가’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초구 방배동의 B공인중개사는 “전고점보다 높은 거래가가 자꾸 나오니까 매도인들이 실거래가에 1억~2억원을 더 높여 부르고 있는데, 며칠 사이에 그렇게 오른 매물까지 선뜻 거래하려는 사람은 없다”면서 “거래 시장 내에서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방은 이번주(-0.01%)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울이 2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동안 지방은 계속 하락하면서 수도권과의 아파트값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8월 넷째주 전국 매매·전세가격지수 변동률. 한국부동산원 제공

보합권에 머문 울산(0.00%)을 제외한 부산(-0.02%), 대구(-0.06%), 광주(-0.03%), 대전(-0.03%) 등 지방 주요도시 아파트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하락했다.

부산 수영구 광안자이(전용 84㎡)는 지난 24일 8억6000만원(저층)에 거래되면서 직전 최고가(14억4500만원·고층)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부산 동래구 C공인중개사는 “지방은 ‘마피’(분양가보다 저렴한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많고, 2021년 최고가를 찍었던 아파트 중에는 분양가 수준까지 내려간 곳도 있다”면서 “정부 규제가 수도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 모르겠지만 지방에는 아무 영향도 없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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