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화재 ‘내연기관차 > 전기차’…사실확인 나선 현대차그룹
정부가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했고, 자동차·배터리 제조사가 부품 제조국을 공개하고 있지만, 전 국민적 불안감은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29일 일부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오해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명확한 사실관계를 통해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참고자료를 냈다.
이날 현대차·기아는 “최근 전기차 화재의 언론 보도가 늘어나면서 ‘전기차는 화재가 많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는 오해이며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비(非)전기차와 전기차를 합해 매년 4500건 이상의 자동차 화재가 발생하고 있고, 작년에는 하루 13건꼴로(총 4800건) 자동차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방청 통계를 인용했다.
현대차·기아는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1kWh(킬로와트시)의 열량은 3.6MJ(메가줄)로, 가솔린 1ℓ의 열량인 32.4MJ보다 크게 낮다. 즉,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고 있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이 오르는 셈이다.
현대차·기아는 “중형급 승용차의 경우 가솔린차는 약 50ℓ급 연료탱크, 전기차는 약 80kWh급 배터리가 탑재되며 연료가 100% 채워진 상태에서의 열량은 각각 1620MJ, 288MJ로 환산된다”라며 “같은 차급이더라도 가솔린차가 지닌 에너지량이 전기차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방재학회는 지난 2021년 ‘전기차와 가솔린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논문 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한 바 있다. 폭발 위험에 대비해 3ℓ만 주유한 구형 레이 가솔린차와 100% 충전한 구형 레이 전기차가 실험에 쓰였다. 레이 전기차의 경우 16kW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실험 결과 가솔린차의 화재 확산이 더 빠르고, 외부 온도도 훨씬 높게 올라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두 차량 모두 실내 온도는 1300도 수준을 기록한 반면, 외부 온도는 가솔린차가 최고 935도, 전기차는 최고 631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 최신 전기차에는 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때도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기아 설명이다.
앞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7월 ‘전기차 화재진압 시연회’에서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기아도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길어 피해가 크다는 것도 오해”라고 일축했다.
전기차 화재의 경우 초기 진압이 이뤄졌더라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 기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질식포로 덮어 배터리 에너지가 모두 소모될 때까지 관리한다. 해당 과정은 화재 피해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소방청 관리하에 이뤄진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화재 진화 매뉴얼이 마련되고, 소방 기술 발전에 따라 전기차 화재진압 시간이 점차 짧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만에 진화됐고, 인접 차량은 2대만 화재가 아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는 등 화재 규모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연기관차 화재이더라도 피해 규모가 큰 편이다. 2022년 대전의 한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1t 트럭에서 시작된 화재로 7명이 사망하고 수백 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사고나 2014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20여대의 차량 피해를 낸 사고 등 내연기관차의 화재로 인해 대형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다수 있었으며, 공통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자사 전기차를 100% 완충해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가전제품의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으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첨단 BMS가 이를 차단하고 제어한다는 설명이다.
배터리·전기차 제조사는 배터리의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내구 성능 마진을 두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가 완충을 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에는 추가 충전 가능 용량이 존재하며,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하고 있다. 고객에게 안내하는 시스템상의 ‘100%’는 실제로는 ‘100%’가 아닌 셈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충전량은 총열량과 비례해 화재의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 충전량 자체와는 관계없는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이라고 현대차·기아는 밝혔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과충전에 의한 전기차 화재는 ‘0건’임을 재차 알렸다.
이와 함께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방청은 오는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진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중 10%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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