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 당국은 보험 전문성 키워라

이학준 기자 2024. 8. 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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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서 보험산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고객은 보험사가 요구하는 '의료자문'에 동의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약관에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기 때문에 약관에 동의하고 가입한 고객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하급심 판례와 변호사의 법률자문 등을 근거로 의료자문에 동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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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의료자문 관련 분쟁 증가
당국은 의료자문 기준 놓고 오락가락
보험사·고객 모두 당국 믿지 못해

금융감독원에서 보험산업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고객은 보험사가 요구하는 ‘의료자문’에 동의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자문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동의 여부는 고객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언급하며 “당연한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금융위원회의 보험 담당 관계자는 정반대 답변을 했다. 그는 보험약관에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이 있기 때문에 약관에 동의하고 가입한 고객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청구에 의학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판단되거나 보험사기가 의심될 때 보험사가 제3의 전문의에게 치료가 적절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고객이 과잉진료를 받았다고 판단되면 보험금이 삭감된다. 고객이 의료자문 동의서에 서명해야 절차가 시작된다. 문제는 의료자문 동의를 거부하는 고객과 의료자문 없이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겠다는 보험사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주장도 둘로 나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하급심 판례와 변호사의 법률자문 등을 근거로 의료자문에 동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준이 되는 것은 보험약관이라 고객은 의료자문에 꼭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가 있는지 명확한 답변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한 손해사정사의 의견이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듯했다.

이들에게 금융 당국 관계자들의 답변을 소개하니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 전문성이 있다고 생각하냐”라며 “어차피 금감원은 보험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곳이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의 설명을 신뢰하는 기자를 나무라는 사람도 있었다.

금융 당국이 손을 놓으면서 피해는 고객이 받고 있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은 의무”라고 주장하며 고객에게 동의할 것을 요구하면 고객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 실제 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을 강요당하고 있다거나 의료자문 때문에 부당하게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연일 쏟아진다. 제보자들은 금융 당국에 민원을 제기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금감원이 보험사와 한통속이라고 하소연한다.

금융 당국은 보험산업이 다른 금융권에 비해 민원이 가장 많다는 문제를 매년 지적하며 보험업계에 관행 개선을 촉구한다. 하지만 이제는 금융 당국 책임은 없는지 돌아볼 때다. 보험업계 종사자는 물론 고객조차 금융 당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보험업계의 수족으로 전락했다는 오명부터 불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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