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21조…경공매 대상 2배 늘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부실 사업장 규모가 21조원에 달했다. 216조5000억원 규모의 전체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10% 가까운 사업장이 정리 대상에 올랐다. 특히 경공매를 통해 6개월 안에 처분해야 하는 부실우려 사업장은 13조5000억원으로 당초 예상의 2배를 기록했다. 금융회사는 다음달 6일까지 사업장 정리계획을 제출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등급으로 나눠 지난 6월 실시한 1차 평가 대상은 총 33조7000억원으로 사실상 부실 사업장이 대부분 평가 대상에 들어갔다. '유의'를 받으면 자율매각이나 재구조화에 나서야 하고 '부실우려' 등급은 경공매 등을 통해 강제 처분에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 전에 전체 사업장의 5~10%가 유의 등급 이하로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경공매 대상인 부실우려는 2~3%로 약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2배 불어난 것이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올 상반기 토지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했다"며 "예상 이상의 신규 부실이 발생했다기보다는 기존 연체 사업장이 더 악화해 경공매 대상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을 유형별로 보면 △본 PF 4조1000억원 △브릿지론 4조원 △토담대 12조90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부실우려 사업장은 본PF 2조1000억원, 브릿지론 2조6000억원, 토담대 8조8000억원으로 토지만 확보한 사업 초기 단계 사업장 부실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은 대부분 2금융권에 집중됐다.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이 9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저축은행 4조5000억원△증권 3조2000억원 △여신전문회사 2조4000억원 △보험사 5000억원 △은행 4000억원 순이다. 경공매 대상인 부실우려 사업장의 경우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이 각각 3조2000억원, 6조7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1차 평가대상 기준 6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이 2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증권사 1조7000억원, 저축은행 1조6000억원으로 1조원을 넘었다. 박 부원장보는 다만 "추가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업권별 자본비율은 증자 등으로 전분기 대비 대부분 상승했다"며 "이번 사업성 평가로 최저 규제비율을 미충족한 금융회사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는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 다음달 6일까지 재구조화와 정리계획을 확정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9월말부터 사후관리 이행 실적을 점검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사업장은 1개월 주기로 6개월 안에 공매를 완료해야 한다. 특히 공매 과정에서 유찰되면 다음 순번엔 최저입찰가 설정 등을 통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야 한다. 경공매 처분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1차 평가 이외 전체 사업장은 9월말 기준 사업성 평가를 실시하고 12월부터는 상시 평가 체계로 전환된다. 1차 평가 사업장 위주로 연체가 이뤄진 만큼 추가적으로 나올 부실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약 2조3000억원대로 추정한다.
일각에선 건설사, 시행사의 타격이 우려된다. 박 부원장보는 "건설사의 경우 유의·부실우려 여신 대부분이 브릿지론·토담대이며 공사가 진행중인 본PF 규모는 크지 않아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참여한 시행사는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이고 이번 사업성 평가 이전에 이미 부실화된 경우가 많아 시스템리스크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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