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주 4일제·영업시간 단축"…시장 반응은 냉담
2년만 총파업 가결…내달 25일 총파업 예고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일제 도입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면서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데다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이 낮아지는 점 등을 우려하고 있다.
29일 금융노조는 전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70%의 투표율에 95.06%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다음 달 2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9.25 총파업'을 개최할 예정이다. 총파업에 앞서 다음 달 4일에는 은행연합회에서 '2024 임단협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 11일에는 의사당대로에서 '2024 임단투 총쳑투쟁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 25개를 요구했다. 핵심 요구사항은 ▲주 36시간 4.5일제 실시 등 노동시간 단축 ▲영업 개시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30분으로 늦추는 영업시간 조정 ▲금융의 사회적 책임·역할 강화 ▲본점 이전 계획 통지의무 및 본점 등 이전 또는 폐지 시 노동조합과 합의 등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조차 출산율이 대폭 감소했다. 정부가 사활을 거는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 '일터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라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있다"며 "금융노조는 20년 전 주 5일제를 최초 도입한 산별노조다. 주 4일제의 포문도 열겠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가 도입된다면 금요일 오전에 영업을 끝내는 방안을 언급했다. 아울러 주 4.5일제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주 4일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호걸 금융노조 사무총장은 "근로계약서상 근로 시작 시간이 9시임에도 9시 영업 개시를 위해 매일 30분~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야 하는 구조적 상황"이라며 "이는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도 공감했고 1차 조정회의에서 '영업 준비 시간을 고려해 영업시간의 시작 시점이 개선안을 제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금융노조는 5.1% 임금 인상을, 사측은 1.9%를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노조 3.5%, 사측 1.0%를 제시해 2.0%로 최종 합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주 4.5일제가 받아들여진다면 지금의 임금 인상률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곱지 않다. 4대 시중은행 직원의 올해 상반기 평균 급여는 6050만원으로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금융권이 높은 예대마진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 임직원들도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귀족 노조'가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데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1시간 단축 운영된 영업시간은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등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고객 편의성, 금융 취약계층 소외 등을 이유로 지난해 1월 원상 복귀된 바 있다.
금융노조는 2022년 9월에도 93.4%의 찬성률로 총파업에 나섰으나 실제 참여율은 저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전체 직원 대비 0.8% 수준으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금융노조에서 파업을 결의, 시행했을 때도 실제 참여율이 높지는 않았다"며 "일부는 참여하겠지만 영업점 업무 등으로 인해 참여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 4.5일의 경우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일단 고객의 불편이 있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은행에 요구되는 공공성 등을 고려하면 금융노조의 요구사항을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아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의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을 향해 예대마진에 안주한다고 비판한 데 대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면서 "예대마진은 은행의 기본이다.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려 고위험 상품을 취급하면서 사모펀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금융 소비자의 피해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금리 인상을 지적한 것과 관련해 "은행은 대출을 줄이기 위해 금리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데 금융당국이 대출을 줄이라는 신호를 주고 이제 와서 금리를 올렸다고 비판하는 것은 문제"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당국을 향해 "은행권을 탓하는 것으로 본인들의 무능이 감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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