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팰컨9’ 로켓 이례적 착지 실패…동체 화염 휩싸여
FAA, 조사 종료 전까지 팰컨9 발사 금지
‘폴라리스 던’ 임무도 연기 가능성 커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제작한 로켓인 ‘팰컨9’이 28일(현지시간) 임무 수행 뒤 귀환에 실패했다. 해상 바지선에 착지하던 도중 넘어져 동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팰컨9의 착지 실패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르면 오는 30일 또 다른 팰컨9을 사용해 역사상 최고 고도 유인비행을 달성하려던 ‘폴라리스 던’ 임무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페이스X는 28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팰컨9 1단 로켓이 바다에 떠 있는 무인 바지선 위로 착지하던 도중 넘어졌다”고 밝혔다. 바지선 위치는 대서양이었다. 전도 직후 1단 로켓은 불길에 휩싸여 타버렸다.
팰컨9은 이날 오전 3시48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사람은 탑승하지 않은 채 발사된 팰컨9은 비행 도중 1단 로켓이 2단 로켓에서 분리됐으며, 2단 로켓은 계속 상승해 예정된 지구 저궤도에 위성 21기를 투입했다. 남은 2단 로켓은 고도를 낮춰 대서양에 떠 있는 무인 바지선으로 향했다.
1단 로켓은 발사 약 8분30초 만에 꽁무니를 바지선 갑판 방향으로 향한 채 착지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1단 로켓은 바지선에 닿은 직후 자세가 무너지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그 뒤 동체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임무를 마친 1단 로켓이 해상 바지선 위로 귀환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스페이스X만 가진 ‘재사용 발사체’ 기술의 핵심 과정이다. 일반적인 로켓은 생산 직후 발사장에서 이륙해 예정된 임무를 마치면 모두 바다에 버려지며 수명을 다한다. 자동차로 따지면 막 인수받은 새 차를 딱 한 번 운전한 뒤 폐차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비용 낭비가 크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기술은 한 번 만든 로켓을 여러 번 써 발사 비용을 줄인다. 팰컨9 발사 비용은 보통 로켓의 20~30% 수준이다.
팰컨9 1단 로켓이 착지에 실패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276번 연속 성공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 착지에 실패한 팰컨9 1단 로켓은 이전까지 22번 착지에 성공해 재사용된 이력이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스페이스X에 사고 원인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팰컨9은 발사가 중단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30일 예정됐던 ‘폴라리스 던’ 임무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폴라리스 던 임무는 고도 1400㎞에 이르는 역사상 최고 고도 유인비행과 민간인 첫 우주 유영을 목표로 한다. 민간인 우주비행사들이 탑승한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 역할을 팰컨9이 맡을 예정이었다.
폴라리스 던 임무를 수행할 팰컨9은 당초 26일 발사 예정이었지만 기술 점검과 날씨 문제로 잇따라 일정이 미뤄졌다. 그러다 ‘착지 실패’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까지 만나면서 발사 시점이 다음주 이상으로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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