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에 손가락질하는 경찰의 ‘딥페이크 예방’ 홍보물
“피해자에 범죄 원인 돌리는 왜곡된 인식”
법무부 2021년 “사용 안돼” 가이드라인
경찰이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 홍보물을 만들면서 피해자에게 집단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이 담긴 이미지를 사용해 비판을 받고 있다. ‘성범죄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법무부 등은 이런 류의 이미지를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이 홍보물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딥페이크 음란물’로 표현했다.
29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광주남부경찰서는 지난 28일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물’을 제작해 관내 모든 학교에 발송했다. 이 홍보물은 ‘딥페이크 음란물’을 설명하고 예방·대처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남부경찰은 ‘딥페이크 성범죄는 성폭력 범죄 특례법, 아동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로 강하게 처벌’ 된다고 알렸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인 사진 및 정보공개를 최소화하고 피해를 봤을 때 즉시 경찰 신고, 디지털 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삭제를 요청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홍보물은 교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채 주저앉은 여학생을 향해 여러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모습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용했다.
정부 여러 기관은 성범죄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치부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용하지 말도록 알려왔다. 법무부는 2021년 11월 ‘간행물 성폭력·성희롱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자극적이고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삽화’를 사용하지 말도록 했다.
법무부는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피해자를 손가락질하는 이미지, 남성을 괴물 등으로 표현하고 여성은 웅크리고 있는 이미지, 가해자는 당당하게 서 있으나 피해자는 울고 있는 이미지 등’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삽화로 들었다.
법무부는 “시각적인 묘사는 대중의 인식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이런 이미지는 보는 사람에게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 또는 잘못으로 치부하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음탕하고 난잡한 내용을 담은 책이나 그림, 사진, 영화, 비디오테이프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 ‘음란물’도 성범죄의 심각성과 폐해를 가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말이다.
경찰 관계자는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을 위해 만든 홍보물인데 제작 과정에서 실무자가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했다”면서 “문제가 된 홍보물을 회수하고 삭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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