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코노미스트 “中, 지국장 비자 안 내줘”…시진핑 작심 비판
28일(현지 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국장 칼럼을 기존 연재일보다 하루 빨리 공개했다. 레니 지국장은 임기 종료를 알리며 “차기 지국장이 특파원 비자를 발급받으면 지국장 칼럼 연재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차기 지국장에게 비자를 좀처럼 내주지 않아 자리를 비워두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 현지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언론사는 이코노미스트뿐만이 아니다. 레니 지국장은 자신이 주재한 6년 사이 중국 주재 뉴욕타임스(NYT) 특파원이 10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명에서 3명으로, 워싱턴포스트(WP)는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미중 패권 경쟁 때문에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인데도 중국 파견 기자가 급감한 것이다.
레니 지국장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시 주석을 지목했다. 그는 “시진핑의 중국은 외국의 건설적인 비판마저 중국을 끌어내리기 위한 책략으로 몰아간다”며 “많은 특파원이 추방되거나 괴롭힘 끝에 밀려났고, 큰 탈 없이 임기를 종료했더라도 차기 특파원 비자 발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작심 비판했다.
레니 지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정부가 자신을 소환했다고도 공개했다. 고위 당국자가 그를 청사가 아닌 정부 소유 숙소(게스트하우스)로 불러 일 대 일 면담을 가졌다. 중국 당국자는 “서방식 보편가치에 대한 강조는 제국주의 선교사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레니 지국장은 칼럼에서 “중국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좋게 말해봤자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 정도”라며 “중국식 권위주의는 임의로 ‘소수’와 ‘다수’의 기준을 설정하고, 소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그 어떤 보호막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치한다”고 비판했다. 예시로 2020년 우한 봉쇄, 2022년 상하이 봉쇄, 2017년 위구르족 여성 강제 불임 정책,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등 그가 취재한 사례들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현대화는 분명히 자랑할 가치를 지녔다”며 중국인의 생활 수준이 나아졌다고 적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둔화하자 체제의 억압성이 맨얼굴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통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경제의 기적’뿐 아니라 ‘안정성의 기적’ 또한 일궜다는 논리를 주창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중국에서는 부정에 항거하거나 다양성을 지향하면 사회적 안정에 도전하고 당의 통치 모델에 의문을 제기한 반역자가 된다”고 적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결합한 시진핑 주석의 최근 기조가 우려스럽다”며 “국가 통합과 통일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한족 문화를 강요하고 대만 합병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시진핑 체제가 그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오직 칭송만을 원한다”며 “시진핑은 자칭 ‘5000년 중국 문명의 계승자’지만 시진핑만큼 다양성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중국 지도자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레니 지국장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특파원(1998~2002년)으로 처음 중국에 주재했다. 1992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텔레그래프 시드니(1998년), 베이징, 워싱턴(2002~2005년), 브뤼셀(2005~2007년) 특파원을 지낸 뒤 2007년 이코노미스트로 직장을 옮겼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브뤼셀 특파원(2007~2010년), 워싱턴 지국장(2012~2018년), 베이징 지국장(2018~2024년)을 지냈고 조만간 런던 본사로 복귀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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