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는 남 얘기…하룻밤 130만원 넘는 고가 호텔은 문전성시
세계 경기가 좋지 않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미국에서 1박에 1000달러(한화 약 133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호텔이 여전히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과거에는 스위트룸, 혹은 호텔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객실에서나 묵을 수 있었던 금액인데, 지금은 이런 호텔 숙박객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고급 호텔은 예약이나 입장조차 어려워졌다.
2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황에도 문전성시를 겪고 있는 미국의 초호화 호텔에 대해 전했다. 매체가 언급하는 고급 호텔은 연휴나 주말, 또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같은 이벤트 때문에 갑작스럽게 비싸진 호텔이 아닌 고급 브랜드 호텔들이다. 예컨대 오는 10월 첫 주말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리츠 칼튼 뉴욕 노마드 숙박비의 경우 가장 기본 객실인 ‘스탠다드 룸’이 1300달러부터 시작한다.
같은 날짜에 포시즌스 마이에미 서프사이드는 기본 객실이 1500달러에서 시작한다. 심지어 이 가격은 사전 구매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다. 본토 뿐만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인기 휴양지인 하와이에서 가을 주말을 보낸다고 가정했을 때,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한 호텔은 조금 더 저렴한 선불 완납 가격이 1100달러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렇듯 점점 더 많은 호텔이 가격을 달러화로 네자리수, 즉 1000달러를 넘기는 요금을 청구하고 있다. 호텔이 가격을 이렇게 올리면서도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올려도 잘 팔려서다. 전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으로 피해를 입은 저예산 여행객이야 쳐다도 보지 않겠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비용과 관계 없이 고급 호텔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고급 호텔들은 중산층 고객들이 특별한 날에라도 비싼 값을 치를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했지만, 지금은 중산층 고객들의 접근성을 차단할 정도로 가격을 올려버면서 부유한 손님들에 집중하고 있다.
고급 호텔 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글로벌 부동산 분석 및 데이터 회사인 코스타 그룹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올해 상반기 평일 요금 기준으로 1000달러 이상인 미국 호텔의 수는 지난 2019년 22개 대비 4배 가까이 늘어난 80개로 집계됐다. 미국만의 일도 아니었다. 유럽 지역에서는 같은 조건으로 3배가 늘어난 183개다.
이 데이터는 인기가 높은 성수기에 기준 가격을 넘는 호텔들은 제외했고, 데이터를 외부로 공유하지 않는 일부 소규모 호텔이나 체인이 아닌 호텔들을 제외한 수치다. 즉 실제로 평일에 1000달러가 넘는 호텔들은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코스타 그룹의 설명이다. 한 뉴욕 여행사 대표는 “숙박 업계의 모두가 ‘1000달러 이상’이라는 유행에 편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럭셔리 호텔이 가격을 올리면서도 장사가 잘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로 여행객들이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보복소비, 보복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부유한 시민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으로 보복소비를 끝낸 중산층과 달리, 부자들이 가진 부동산 자산이나 투자 자산들은 가치가 더 올라가면서 휴가에 돈을 쓸 여유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코스타 그룹의 애널리스트는 “부의 효과가 살아있고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 불황 시대에 호텔업계들이 존재감이나 우월감을 뽐내기 위한 수단으로가격 경쟁에 참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욘 핸슨 뉴욕대 교수는 “고급호텔 서비스에 불만족하는 고객들이 최근에 나오고 있는데, 이를 반증하고자 서비스를 확충하는 대신 가격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인상하고 있다”며 “높은 호텔 가격이 숙박 업계에서는 ‘우리 호텔은 모든 서비스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를 증명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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