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쉬면 안되겠구나" 10승-20SV 기적, 박영현 어떻게 언터처블이 됐나

나유리 2024. 8. 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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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스스로 너무 불안해하더라고요."

프로 입단 2년차였던 지난해 KT 필승조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박영현은 김재윤의 이적 후, 올 시즌 본격적인 마무리로서의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이 감독은 "초반에는 영현이가 너무 불안해하더라. 작년에 많이 던진 후유증도 있었던 것 같다. 또 자기가 직구형 투수인데, 그게 제대로 안들어가니까 불안해하더라. '그냥 편하게 던져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선수 스스로 불안해하는 게 커서 통하지를 않았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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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T의 더블헤더 2차전, 9회초 2사 1,2루 KT 박영현이 마지막 타자 삼성 이성규를 삼진을 잡아내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6.30/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초반에는 스스로 너무 불안해하더라고요."

마무리 투수의 10승. 그 어려운 기록이 20년만에 다시 탄생했다. KT 위즈 박영현이 주인공이다.

박영현은 2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팀의 5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4-4 동점이던 8회말 2사 만루 위기 상황에 구원 등판한 박영현은 까다로운 타자 오스틴 딘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고, 이후 9회 문보경~최원영~박동원을 삼진과 뜬공 2개로 처리했다. 박영현이 8,9회를 막아내면서 힘이 생긴 KT는 연장 10회초 대거 4점을 뽑았고 최종 스코어 8대4로 승리했다. 박영현이 1⅓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겼고, 마지막 10회말은 베테랑 우규민이 나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승리 투수가 되면서 박영현은 올 시즌 벌써 10번째 승리를 챙겼다. 순수 불펜 투수로만 등판해, 그것도 마무리 투수로 나와서 10승을 거둔다는 것은 대단하다. 자기 자신만의 의지로만 되는 기록이 아니기 때문이다. KT 타선의 강한 뒷심도 직용했고, 박영현 역시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가능했다. 올 시즌 21세이브를 기록 중인 박영현은 10승-20세이브도 돌파했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조용준 이후 20년만의 대기록이다. 그해 조용준은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10승3패 34세이브를 달성한 바 있다.

1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와 두산의 경기. 캐치볼로 몸을 풀고 있는 KT 박영현. 수원=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7.11/

프로 입단 2년차였던 지난해 KT 필승조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박영현은 김재윤의 이적 후, 올 시즌 본격적인 마무리로서의 첫 해를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장점인 돌직구의 힘이 약해졌고, 구속도 떨어졌다.

지난해 68경기, 75⅓이닝을 던진데다 한국시리즈까지 거의 풀타임 출전을 했고, 대표팀에도 다녀오면서 1년 내내 체력 소모가 컸다.

이강철 감독은 이 여파가 올 시즌 초반에도 미쳤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감독은 "초반에는 영현이가 너무 불안해하더라. 작년에 많이 던진 후유증도 있었던 것 같다. 또 자기가 직구형 투수인데, 그게 제대로 안들어가니까 불안해하더라. '그냥 편하게 던져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선수 스스로 불안해하는 게 커서 통하지를 않았다"고 돌아봤다. 투타에 부상 선수들이 많고, 주축 선수들도 컨디션이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박영현까지 흔들리니 시즌 초반 KT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LG전. 9회말 박영현이 투구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8.28/

그러나 7월 이후 박영현의 구위가 눈에 보이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기 6승2패11세이브 평균자책점 4.83에 피안타율 0.250을 기록했던 박영현은 후반기 4승무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0.38에 피안타율 0.127로 '언터처블'에 가까워졌다.

이강철 감독은 그 요인으로 '잦은 등판'을 꼽았다. 이 감독은 "우리가 시즌 초반에 승리를 거의 못하다보니 등판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오히려 더 안좋아지더라. (삼성으로 이적한)김재윤 같은 경우에는 5,6일을 쉬다가 올라가면 더 잘 던졌다. 그런데 박영현은 그렇지 않더라. 그래서 계속 올라가라고 주문했다. 그때부터 꾸준히 등판하면서 감을 잡아가더라. 박영현은 쉬면 안되겠구나 하는 판단이 들었다"고 분석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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