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직 상실 조희연 "당시 결정 후회 없어, 법원 존중"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등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도 1심 판단이 유지됐다. 이날 오전 열린 대법원 상고심 판결에서 원심이 확정돼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교육감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당연퇴직 대상이다/사진=뉴시스 /사진=이영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직을 잃은 가운데 "해직교사들이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2018년 당시 결정에 대해선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소회를 남겼다.

조 교육감은 아니라 오후 12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본관 1층에서 "해직 교사를 복직시켰다는 이유로 교육감이 해직되는 이 기막힌 현실에 대해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법원의 결정은 개인의 유불리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따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교육감은 "2018년에, 다섯 분의 해직 교사가 특별채용돼 학교로 복귀하는 결정이 이뤄졌다"며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이 계속 거리를 떠돌도록 할 수 없다는 시민사회와 교육계의 염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교육감의 책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누구나 살면서 몇 번쯤은 고난을 두려워 하지 않고 정의로운 가치에 몸을 던져야 할 때가 있다"며 "해직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2018년이 제겐 바로 그런 시기였다. 당시 결정에 대해선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계의 역사적 화해를 위한 조치였으며 사회정의에도 부합한다는 확신은 변함이 없다"며 "현실의 법정에서는 수용되지 않지만 가치 있는 일을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법치주의가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아무 것도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복직된 교사들의 당초 해직사유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시민으로서의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고 그 복직은 서이초의 비극 이후 요구되는 교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조 교육감은 "세 차례에 걸쳐 저를 선택해 주신 서울시민 여러분께 깊이 송구한 마음"이라며 "혁신 교육을 함께했던 서울교육공동체 여러분께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혁신 교육의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 벅차도록 다양하다"며 "눈부신 혁신 교육의 성과는 정말 많은 분들의 땀과 눈물로 이뤄진 교육개혁 운동의 결과이지 결코 교육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 교육감은 "혁신교육의 길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저는 이제 혁신교육을 응원하는 한 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 교육감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메세지는 '약자 교육'이었다. 조 교육감은 '이어나갔으면 하는 정책이나 정신이 있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17년만에 서울 특수학교를 2개 만들고 지금 2개를 진행하고 있다"며 "장애인 학생과 다문화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인재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직원들이 당당한 선진국 교육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날 시교육청 직원들 수백명은 조 교육감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 박은경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대표 등은 눈물을 흘리며 조 교육감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곽상언, 김남근, 권인숙, 김준혁, 박주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시교육청을 찾았다.

조 교육감은 직원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누고 고별인사를 한 후 길을 나서기 위해 정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직원들 몇명은 눈물을 훔치며 조 교육감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청사 1층에서부터 정문 앞까지 30여분 간 인사를 나누던 조 교육감은 정문 앞에서 응원하던 서울교육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등 교육단체들의 박수와 응원 소리를 들으며 퇴장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