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만난 김병환 금융위원장 “증권사, 모험자본 공급 미미···종투사 제도개선 나설 것”

증권사 CEO 간담회서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국내 증권사들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미흡하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CEO(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은 “증권사는 종합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라며 “혁신기업을 발굴해 성장시키고 성숙한 기업에는 자금과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종투사, 초대형 투자은행(IB) 등 증권사의 기업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된 결과 증권사의 외형은 상당 부분 성장해 왔다”며 다만 “혁신기업에 대한 자본 공급이 미미하고 부동산금융에 편중돼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가계와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의 적절한 관리와 함께 기업도 빚(Debt)보다는 에쿼티(Equity, 주식 발행)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특히 증권사의 에쿼티 파이낸싱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금융회사라는 측면에서 증권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재정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도입 10여년이 경과한 종투사 제도의 공과를 평가하고 향후 필요한 제도개선 방향을 업계와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종투사 제도는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는 증권사에게 각종 사업 기회를 추가로 줘 대형 IB로 발돋움할 기회를 주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13년 도입됐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하고, 헤지펀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가능해진다.

도입 후 현재까지 총 9곳이 종투사로 지정됐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의 지적대로 그간 종투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단기에 고수익을 기대하는 고위험 사업에만 집중해 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제도 도입 당시 목표로 한 기업금융 확대, 모험자본 공급, 글로벌화 등에서 성과가 부족하다는 지적 나오는 만큼 향후 금융당국이 제도를 고쳐 당초 취지에 맞는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일부에서 유동성 및 건전성 우려를 언급하면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선제적이고 철저하게 리스크를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도 유동성·건전성 규제가 실제 리스크 수준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증권사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독려했다.

불법 공매도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하에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증권사들도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를 차질 없이 하고, 투자자 피해와 기관 내부의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장치 재점검 등을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증권사가 특정 IB 사업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금융 업무를 확대해 기업에 실질적 지원을 하는 한편, IB사업에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사업을 다각화해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인 만큼 금융당국의 제도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