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시끌벅적 현란…'니콜라스 파티'
호암미술관 첫 동시대 작가 전시…31일 개막
파스텔화 벽화 5점·회화 조각 68점 공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고즈넉한 호암미술관이 '현란한 파티'로 들썩이고 있다.
'파스텔화 마법사로 불리는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44)의 최대 규모 한국 첫 개인전이 경기 호암미술관에서 열린다. 동시대 가장 핫 한 현대 미술가가 리움미술관이 아닌 전통 고미술 미술관에서 여는 전시여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31일 개막하는 전시 타이틀은 '더스트(Dust)'. 호암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파스텔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확장하는 니콜라스 파티의 서베이展이자 호암미술관 첫 동시대 작가 개인전"이라고 밝혔다.
작가의 기존 회화와 조각 48점, 신작 회화 20점을 비롯해 호암미술관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파스텔 벽화 5점을 리움의 고미술 소장품과 함께 선보인다.
"벽화를 그리는 몇 주 동안 나는 안료 구름 속에서 춤을 춘다. 그것은 정말 멋진 기분이다."(니콜라스 파티)
파티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잿빛의 구름 벽화를 선보인다. 짙게 피어오른 이 구름은 화산 구름 또는 핵폭발의 여파인 버섯구름을 상기시킨다. '구름' 벽화 위로는 〈부엉이가 있는 초상〉이 걸려있다. 작품 속 인물은 1930년 독일 영화 '푸른 천사(The Blue Angel)'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마를렌 디트리히(Marlene Dietrich)를 모델로 한다.
부엉이는 작가가 자주 참조하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1942년 작 '공포의 동반자(Les compagnons de la peur)'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1506년 수채화 '작은 부엉이(The Little Owl)'를 포함하여 각기 다른 문화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작품에서 샘플링 되었다. 보랏빛의 여인과 예지와 죽음을 상징하는 부엉이들이 한 몸을 이루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보는 이를 응시한다.
니콜라스 파티는 누구?
유년시절부터 그래피티를 체험하고, 대학에서는 영화, 그래픽 디자인, 3D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아티스트 그룹을 결성하여 미술, 음악, 퍼포먼스가 융합된 전시와 공연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작업은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이러한 다원적 경험은 벽화, 채색 조각, 총체적 설치와 전시 기획을 포괄하는 작품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대부터 근·현대를 아우르는 미술사의 다양한 작가, 모티브, 양식, 재료 등을 자유롭게 참조하고 샘플링하며 그만의 독자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이후 잊혀진 파스텔화를 소환하여 풍경, 정물, 초상 같은 회화의 전통 장르를 재해석한다. 선명한 색, 단순한 형태, 생경한 이미지가 어우러진 그의 작품은 친숙한 듯하면서도 쉽게 파악되지 않으며, 가벼움과 심오함, 유머와 진지함 사이를 넘나든다.
파스텔화 '더스트'…인간, 문명, 자연에 대한 사유
마치 ‘나비 날개의 인분(鱗粉) 처럼’ 쉽사리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파스텔은 지극히 연약하고 일시적인 재료다. 작가는 파스텔화를 ‘먼지로 이루어진 가면(mask of dust)’에 빗대며, 마치 화장과 같이 파우더로 덮인 환영을 만든다.
미술관 벽에 직접 그리는 거대한 파스텔 벽화는 전시 동안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운명을 지닌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러한 파스텔의 존재론적 불안정성을 인간과 비인간 종(種), 문명과 자연의 지속과 소멸에 대한 사유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을 참조하고 그의 작업에 병치했다.
특히 장생과 불멸의 염원을 담아내는 조선시대 '십장생도 10곡병'과 김홍도의 '군선도' 속 다양한 상징들을 담아 상상의 팔선 (八仙)을 형상화한 신작 초상 8점을 선보인다.
금박으로 덮인 아치형 프레임에 담긴 초상은 사슴과 학, 당나귀 등으로 몸이 대체되어 있거나, 개를 머리카락 삼기도 하고, 복숭아와 연꽃이 가득한 화면으로 스며들어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전시기간만 존재하는 거대한 파스텔 벽화…몰입감 압도적
동굴벽화, 중세와 르네상스의 종교적 프레스코화까지 벽화는 미술의 역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형식 중 하나다.
작가는 여기에 유년시절 오랜 기간 체험한 그래피티의 역동성과 현장성을 더하며 건축적 규모의 다양한 벽화를 그려왔다. 연약하고 지워지기 쉽지만 선명하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파스텔로 거대한 벽화를 그리며 회화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로비의 중앙계단 벽에 그려진 '폭포'는 기이한 풍경을 펼쳐낸다. 구불구불한 붉은 돌산 사이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물줄기가 장대하다.
전시장에도 깊고 푸른<동굴>, 핏빛 <나무 기둥>, 신비로운 <산>과 잿빛 <구름> 벽화가 그려지며 공간을 새롭게 환기한다.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의 벽화는 전시가 끝나면 '공기 속 먼지'로 사라진다.
이번 전시에서 호암미술관의 1층과 2층을 동일한 구조로 만든 작가는 좁은 회랑과 넒은 방들로 미로 같은 공간을 연출했다.
중세 건축과 회화의 모티브인 아치 문과 마블 페인팅(faux marble)을 활용하여 각기 다른 색의 방과 방을 연결하는 특별한 건축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장을 에워싸는 벽화와 그의 다른 작업을 ‘콜라주’하듯 겹쳐 걸거나, 고미술 작품과 병치하기도 한다.
전시를 기획한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은 “니콜라스 파티는 파스텔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미술사의 다양한 요소를 자유롭게 참조하고 샘플링하는 작가”라며 “미로와 같은 공간에서 아치문을 통과할 때마다 만나는 낯선 무대에서 동서고금의 문화적 상징들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교차하며 우리의 상상을 자극할 것” 이라고 말했다.
무료 오디오 가이드(큐피커)와 매일 오후 2시, 4시, 전시 설명 도슨트(50분)가 진행된다. 가을 단풍이 물드는 9월24~11월까지은 매일 오후 1시, 3시에 전통정원 희원 도슨트(30분)도 운영한다.
호암미술관은 이번 전시기간 동안 호암미술관 ‘프로젝트룸’을 운영 카멜커피와 협업한 특별 메뉴와 호암미술관 로고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들도 소개한다. 전시 관람료는 1만4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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