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다수공급자계약제도 손본다… 기업부담 ↓ 운용효율 ↑

조달청, 물품 다수공급자계약제도 행정규칙 2종 개정
無귀책 1인 계약상대자 파매재개..중간점검 1회 축소

1인 계약 상대자가 직·간접적으로 귀책사유가 없다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판매 재개가 허용되고, 1년마다 시행되는 중간점검이 1년 6개월로 늘어나는 등 기업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다수공급자계약제도가 바뀐다. 또한 납품실적 외에 시장 환경, 제품 특성 등 보다 유연하게 다수공급자계약 적합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 효율화를 추진한다.

조달청은 기업 부담은 경감하고, 제도 운영의 효율성 향상을 골자로 '물품 다수공급자계약 관련 행정규칙 2종'을 개정, 2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 개정은 40여 차례에 걸친 민생현장간담회를 통해 조달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마련됐으며, 지난 6월 '2024년 공공조달 킬러규제 혁신방안'의 후속 조치다.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는 다수의 기관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조달청이 품질·성능이 유사한 여러 업체·제품과 단가계약을 체결해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7월 현재 총 1만1957개 기업의 81만5553개 품목이 MAS 계약을 통해 종합쇼핑몰에 등록됐으며, MAS를 통한 공급실적은 1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조달청 전체 물품·서비스 실적(25조3000억원)의 45.8%에 달하는 규모로,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조달시장이다.

주요 개정 내용을 보면, 타 업체의 거래정지 등으로 인해 본인의 책임이 없음에도 계약자가 1인이라는 이유로 쇼핑몰에서 판매 중지되던 것을 1개월 유예기간을 적용해 판매 재개를 허용한다. 기존에는 1개 기업만 있으면 경쟁성 확보를 위해 2개 기업 이상이 될 때까지 판매 중지됐는데, 계약의무를 준수한 업체가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업체 간 담합 방지를 위해 판매중지 1개월 이후에 판매 재개가 가능하고, 6개월 이상 신규업체가 계약되지 않는 등 경쟁성이 상실돼 해당 제품이 MAS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판매 중지를 재개한다.

중간점검 주기도 연장된다. 현행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어 3년의 계약기간 동안 중간점검을 2회에서 1회만 실시함으로써 1만여 개 MAS 기업의 부담을 줄여준다. 아울러 발주기관의 과도한 요구로 기업의 추가 비용 부담을 막기 위해 MAS 제품 납품 시 계약규경 변동은 발주기관과 기업의 서면합의를 통해 진행토록 하고, 디자인·재질 등 계약의 본질을 훼손하는 과도한 변경은 제한된다.

약자·혁신기업을 위해 MAS 진입 장벽을 낮췄다. 먼저 장애인 기업,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장애인표준사업장 등 약자기업에 대한 MAS 시장 진입 시 납품실적요건을 면제한다. 또한 로봇·미래자동차 등 신산업 제품의 조달시장 진입을 완화하기 위해 업계의 공통된 상용 규격이 없더라도 개별업체 규격으로 기반으로 MAS 계약을 허용한다. MAS 제도의 운영과 관리 효율성도 한층 높인다. MAS 계약물자의 적합성 검토 시 납품실적과 함께 시장환경, 제품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MAS 제품의 원산지 위밤 시 거래 정지 등 제재와 원산지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임기근 조달청장은 "이번 제도 개선은 조달시장 중 기업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다수공급자계약시장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킬러규제를 혁파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불합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살펴 과감한 개혁을 통해 우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역동적 조달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조달청은 다수공급자계약 규정 개정과 관련 다음달 4일부터 13일까지 권역별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