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예산 패싱' 문체부, "체육회가 모든 사업해야 하나?" 지적

강필주 2024. 8. 2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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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OSEN=강필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대한체육회를 통해 교부하던 일부 예산을 직접 집행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문체부는 29일 설명자료에서 '체육단체 지원 예산체계 개편 방향'에 대해 "효과적인 체육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 종목단체 지원을 포함해 예산체계를 추가 개편할 예정"이라면서도 "변경되는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 체육단체 지원 예산체계 개편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임을 함께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전날인 28일 2025년 예산안이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발표하면서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역에 지원했던 생활체육 예산 중 416억 원을 지방 협력 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지역 주민의 선호와 시설 등을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방비 매칭을 통해 생활체육 지원 예산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대한체육회 패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체부는 올해 1337억 원의 생활체육 예산을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원했다. 416억 원은 그 중 30%가 넘는 금액이다. 또 대한체육회가 올해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 4200억 원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문체부가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주기로 결정하자, 체육회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라며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맞선 것이다. 

사실 문체부의 이런 예산 집행 방식 변화는 예고된 일이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지난 6월 말 대한배구협회-여자배구국가대표 은퇴선수 간담회에서 "대한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근본적인 개선과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기 때문이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그러자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국정 농단 세력이 부활했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체육회 자율성에 대한 정부의 침해'에 대해 항변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예산 문제도 문체부와 체육회의 갈등에서 비롯된 셈이다. 문체부는 체육회가 추진한 단체장 임기 제한 폐지 정관 개정안안,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 용역 계약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체육회와 업체 관계자의 유착 의혹을 놓고 충돌했다. 

최근에는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파행을 놓고도 반목하는 모습이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정몽규 회장 4연임 도전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에서도 단호한 모습이었던 유 장관은 '안세영 발언 파문'에 따른 대한배드민턴협회 관련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전해 왔다. 

문체부는 "체육단체 예산체계 개편의 원칙은 ▲선수와 지도자 등 현장에 있는 체육인에게 실질적 지원 확대 및 국민 체감도 제고, ▲종목단체 자율성 확대 및 중장기적 관점에서 저변 확대와 경기력 강화 지원, ▲보조금 관리의 공정성, 투명성 및 책임성 강화"라고 설명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그러면서 문체부는 "예산 규모 확대(국비와 지방비 매칭), 지역 맞춤형 지원(지역의 선호와 시설 여건에 맞는 프로그램)을 위해 생활체육 예산의 일부를 지역 협력사업으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지방체육회로 국고보조금과 지방보조금이 각각 지원됐지만, 문체부는 지방보조금의 세부 편성/집행 내역을 관리할 수 없고, 지자체 역시 국고보조금에 대해 동일한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예산체계 개편으로 지자체가 보조금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보조금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이 방향에 대해 '시도체육국장 회의(3월)', '시도체육과장회의(5월)' 등을 통해 의견수렴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종목단체 지원도 '원칙'에 따라 개편 검토 중이며, 아직 세부사업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문체부는 체육단체 지원 예산체계 개편이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에 위반된다는 대한체육회의 주장과 관련해 4가지로 나뉘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체부는 "첫째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체육진흥에 관한 사무를 수행할 수 없고 대한체육회가 모든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가 동 법(제3조, 제8조, 제10조, 제10조의2 등)에 따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체육진흥에 관한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거나, 모든 체육예산 집행을 대한체육회가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OSEN=인천국제공항, 박준형 기자]

또 문체부는 "둘째,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지원하는 약 4200억 원의 예산과 별도로 2024년 현재에도 축구, 야구, 배구, 농구, 자전거, 육상, 바둑, 산악, 씨름 등 종목단체를 대상으로 약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셋째, 생활체육예산 일부 개편은 정부예산 편성과정에서 문체부가 편성(안)을 제출하고 기획재정부가 심의하여 확정된 사항"이라면서 "대한체육회의 주장은 문체부뿐만 아니라 기재부도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체육정책의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정책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보조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지침(제13조, 보조사업자 선정기준)'에는 중앙관서의 장이 보조사업자의 ▲재무안정성, ▲자부담 능력,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사업수행에 관한 법령 위반의 이력, ▲사업능력, ▲사업관리체계의 적정성 등을 고려해 보조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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