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3명 중 1명은 ‘노인 장발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올해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편의점에서 80대 여성 A 씨가 매대에 진열된 상품을 장바구니에 집어넣은 뒤 매장을 빠져나가려다가 매장 직원에게 적발됐다.
고령화와 불경기 탓에 A 씨처럼 '생계형 절도'를 저지르는 노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또 노인 절도 피의자 비중은 2018년 17.9%에서 2019년 21.1%, 2021년 29.1%, 지난해 30.8%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물가가 빈곤층 노인의 생계 부담을 더 가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폐지 착각 택배 들고가 도둑으로
다시다 등 생계형 절도가 대다수
노인 절도 급증 대구·부산지역
고령층 빈곤 문제도 함께 겪어
부산=이승륜·대구=박천학·인천=지건태 기자
올해 3월 인천 연수구의 한 편의점에서 80대 여성 A 씨가 매대에 진열된 상품을 장바구니에 집어넣은 뒤 매장을 빠져나가려다가 매장 직원에게 적발됐다. 확인 결과 A 씨가 훔친 물건은 4000원짜리 ‘다시다’ 조미료 2봉지였다. 이후 A 씨는 경찰에 넘겨졌으나 관할 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A 씨가 고령인 데다가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사 처리하지 않고 훈방하기로 결정했다.
고령화와 불경기 탓에 A 씨처럼 ‘생계형 절도’를 저지르는 노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절도 피의자 중 61세 이상 노년층 비율이 가장 높을 정도다. 이런 배경에는 경제력을 상실한 노인 빈곤층이 급증한 상황에서 이들을 돌볼 가족이 해체되고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이 자리해 있다. 고물가의 파고도 더해져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노인들이 ‘장발장’ 신세가 되고,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교도소 요양원’ 시대를 맞게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9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절도 피의자 10만512명 중 61세 이상 노년층(3만921명)이 차지하는 비율(30.8%)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또 노인 절도 피의자 비중은 2018년 17.9%에서 2019년 21.1%, 2021년 29.1%, 지난해 30.8%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2018∼2023년 사이 부산(17.1%→35.7%), 대구(19.6%→31.9%), 경남(17.8%→28.1%), 충북(17.6%→29.9%) 등지에서 노인 절도 비중이 급증했다.
노인 절도 범죄가 증가한 도시 가운데 상당수는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으로 분석됐다. 부산의 경우 노인 빈곤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기초연금 수급자 비율이 지난해 71.7%로 서울(54.7%)은 물론 전국 평균(66.5%)보다도 높았다. 같은 해 부산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도 14.3%로 전국 평균인 10.4%보다 높았다. 대구 역시 지난해 기준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이 각각 70.1%와 13.1%로 집계돼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경찰에 따르면 노인 절도의 상당수는 생계형 범죄에 속한다. 지난해 10월 80대 노인이 부산 북구 반찬가게에서 1만 원 상당의 젓갈통을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가다가 적발돼 훈방 처분을 받았다. 또 올해 6월에는 울산 남구 미용실 앞 길가에 있던 택배 박스를 70대 노인이 폐지라고 생각하고 가져가다가 즉결심판에 회부됐지만 역시 훈방 조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물가가 빈곤층 노인의 생계 부담을 더 가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식품 물가가 전년보다 5.6%나 오르면서 노인들이 생계형 절도로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수급 등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빈곤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주택처럼 현실적으로 처분할 수 없는 자산이 있거나, 자녀가 가진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이 될 수 없는 노인들이 생계형 범죄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런 노인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대로 현황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함혜현 국립부경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통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정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생계형 절도로 잡히는 경우가 많아 ‘교도소 요양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우리의 가까운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귀신의집’서 놀라 귀신 턱 날린 가라테 고수 “합의금 9200만원”
- 故 한선월 사망 이유 공개한 남편…“부부 신뢰 깨져…강압 없었다”
- “여긴 동물의 왕국…돈 벌려고 성관계” 女 BJ 충격 발언
- 종로 금은방서 1억원어치 쇼핑한 중국인…기내에서 훔친 돈으로
- 23살 女국대, 셀카찍다 80m 아래로 추락 사망…비탄의 체코
- “못생겨서 차였다”…日 여성 한국서 1.7억 들여 ‘환골탈태’
- 신세계 정용진 ‘붕어빵’ 장남 정해찬, 美록펠러 자산운용사서 근무
- [속보]국방부 영내 국방홍보원 신청사 공사장서 60대 노동자 4m 높이 추락 이송 후 ‘사망’
- ‘해직교사 부당특채’ 조희연, 교육감직 잃나? 오늘 대법원 선고 주목
- 교복 입고 찍은 사진에 딴 몸이… 공포에 휩싸인 학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