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허위신고'와 '부적절신고'는 다르다
백승현 2024. 8. 29. 12:01
한경 CHO Insight
조상욱 변호사의 '오피스빌런 리포트'
최근 모 그룹 인사담당자 대상 직장 내 괴롭힘 교육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는 기회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늘어나는 이유와 대응방안에 대한 인사담당자들의 분임토론 결과 발표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괴롭힘 신고 증가, 인지 감수성 제고가 주원인
우선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보니, 표현은 달라도 거의 모든 분임조 발표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몇 가지 있었다. ① 불합리에 대한 감수성 증가, ② 신고에 대한 거부감 감소, ③ 무분별한 신고 증가 (일단 신고하거나 신고자 보호조치를 악용하기 위해 신고하는 경우 많아짐), ④ 기성-MZ세대 갈등 증폭 등이다.
이들 원인은 모두 수긍이 가는 한편으로, 지적된 원인을 몰아서 보니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우선 당연히 있을 법한 “소속 기업에서 사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는 정도의 업무 환경 악화를 지적하는 부분이 없다. 모든 원인은 기업 구성원의 직장 내 괴롭힘을 바라보는 주관적 인식, 태도 변화와 관련이 있었다.
이런 패턴은 우리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좋은 시사점을 준다. 신고 증가 현상은 △기업 구성원들의 인지 감수성이 변화·제고된 현실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고 △기업 업무 환경의 악화는 많은 기업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거나, 기껏해야 부차적 원인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기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쏟아지고, 지난 7월 법 시행 5주년을 전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특집 기사, 방송도 많았다. 자살 등 피해자의 극심한 고통, 제도 미비, 운영상 어려움에 대한 통계, 비난, 문제제기도 여기저기에서 접할 수 있다. 이런 비관적 기조의 정보를 계속 접하다 보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기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착시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빈도나 양상 면에서 오히려 개선된 경우가 악화된 경우에 비해 더 많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근로자 1000명과 인사노무 담당자 485명은 제도 도입 후 3년간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감소'(23.7%)했거나 '변화가 없다'(65.2%)고 답했는데, 이는 '증가했다'(11.3%)는 답보다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최근에도 직장갑질 119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정도가 5년전 제도 도입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교육에 참여한 인사담당자 한 분과 이야기해 보니, 그 참석자도 자신의 직장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는 느끼지 않고, 내부 토론할 때 다른 인사담당자들도 그런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 직장 내 괴롭힘 보도 등이 넘쳐나는 현상은 직장 내 괴롭힘의 빈도나 강도의 증가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제고된 인지 감수성을 매개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니 신고되는 행위의 범위나 신고 수가 증가하고, 제도와 운영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또 그만큼 피해자가 실제 느끼는 고통이나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사회 전반의 관심과 반향도 큰 것이다.
◆기업은 '대응 감수성' 제고에 나서야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기업은 앞으로 기업 업무 환경이 개선된 정도에 비례하여 신고가 줄어들지 않거나, 심지어 늘어나기까지 하는 모순적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미묘한 따돌림, 공사 구별이 흐릿한 질책, 근거가 애매한 업무 배제나 낮은 평가처럼 △폭언, 막말과 같은 과거의 전형적 괴롭힘에 비해 경미한 갈등이지만 △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결과 구성원이 종전에 못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그 갈등을 참지 않고 신고하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기업 대책은 경미한 갈등 문제 발생을 선제적으로 최대한 줄이는 것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법이 요구한 기준보다 더 높은 사내 행동 기준을 세워서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고, 절차 운영 과정에서도 피해자 면담, 보호조치, 2차 가해 방지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걸 구성원들의 인지 감수성 제고에 대응하여 기업의 대응 감수성 제고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기업이 구성원들의 비상식적 수준의 인지 감수성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적정한 한계는 두어야 한다. 단 구성원 중 상당수가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갈등을 무심코 가볍게 보거나, 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선언하면 충분히 할 바를 다했다는 식의 안이한 자세는 지양되어야 한다.
◆과도한 신고? 전체적·장기적으로 관리해야
두 번째 발표 주제는 신고 증가 대응방안이었는데, 신고 증가 원인과 마찬가지로 역시 다양한 대응방안이 제시되었다. △부서장 인식 개선 교육 (직원 갈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제도 취지에 대한 교육 (무분별한 신고는 동료의 마음을 다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객관적 판단과 원칙적 처리(성과/직급을 고려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거나 조치가 미비한 경우가 없어야 한다) 등이다.
위 대응 방안에서는 문제 발생 단계와 문제 개선 주체가 다양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발생 시간 순으로 △부서장은 갈등 발생 초기에 그 갈등을 세심하게 대응해야 하고 △신고인은 부적절한 신고를 자제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의 인사 및 법무 담당자는 사실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 개선은 전사적·장기적 과제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아쉽게도 지름길이 없다. 상당 기간에 걸쳐 기업과 그 구성원의 인식·제도 운영 수준을 모두 한 단계 높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 관행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업은 어느 한 단계, 어느 한 당사자 문제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그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대응하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 이는 좋은 의도와 달리 제도 개선을 늦추거나 오히려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고인의 허위 신고를 근절하는 문제를 보자. 2024년 4월 발표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1만 28건의 괴롭힘 신고가 있었다. 2022년 8961건 대비 12%나 증가한 숫자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 신고(2884건. 약 29%)는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힘든 사정까지 신고가 이루어지는 일이 잦은 현실을 보여주는데, 이와 연결해 허위 신고(날조 신고)를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그 신고자에 대한 강력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주된 이유를 허위 신고로 돌리는 진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허위 신고는 현실에 분명히 있고 강력 대응하여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 신고는 허위 신고라기보다는 부적절한 신고, 즉, 과장이나 과민, 착각에서 비롯되는 신고라고 판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부적절한 신고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부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위 발표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제도 취지 교육과 구성원 인식 수준 개선을 통해 대부분 해소하고, 여기서 걸러지지 않는 문제는 사실에 기반한 엄정한 판단으로 인사담당자가 해결해야 한다.
이 점을 간과하여 부적절한 신고를 허위 신고로 인식하고 신고자에 과도한 대응을 하면 기업 진정성을 의심받고, 정당한 신고 의지까지 위축되고, 불필요한 분쟁으로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직원과 갈등을 대하는 부서장 태도 문제의 해결책도 마찬가지다. 경미한 갈등이 원인이 된 신고 중에는 부서장의 일회성 질책이 문제된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 우선 부서장은 인지 감수성이 제고된 현실을 고려해 공개적·감정적 질책, 인신 공격을 한다고 오해받지 않도록 항상 유의해야 하고, 기업도 부서장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엄중 대응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업무 과정에서 적절한 질책 수위는 맥락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특히 예민함이 도가 지나쳐 과민 반응하거나 보직 전환 등 부정한 의도를 가진 신고인들도 많고, 부서장의 질책 배경에는 근태불량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신고가 있을 때마다 쉽게 부서장 잘못으로 돌리면 책임성 있는 부서 운영에 지장을 주고, 보신주의 내지 냉소주의가 팽배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 문제 역시 신고인 인식 수준의 개선과 인사와 법무 담당자의 사실에 기반한 엄정한 판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은 문제로 고민을
결국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의 원인과 그 대응 방안은 간단하지 않다. 원인으로는 주원인인 인지 감수성 제고 외에도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대응은 기업의 대응 감수성 제고와 함께 여러 단계에서 여러 주체에 의하여 점진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이런 고차 방정식 성격을 가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 문제는 단기간에 만족스럽게 해결되거나, 최종 해결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 과도한 신고에 대응하려는 기업은 오늘보다 내일은 더 수준 높은 문제를 고민하겠다는 관점에서 하나 하나씩 꾸준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
조상욱 변호사의 '오피스빌런 리포트'
최근 모 그룹 인사담당자 대상 직장 내 괴롭힘 교육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는 기회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늘어나는 이유와 대응방안에 대한 인사담당자들의 분임토론 결과 발표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괴롭힘 신고 증가, 인지 감수성 제고가 주원인
우선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보니, 표현은 달라도 거의 모든 분임조 발표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원인이 몇 가지 있었다. ① 불합리에 대한 감수성 증가, ② 신고에 대한 거부감 감소, ③ 무분별한 신고 증가 (일단 신고하거나 신고자 보호조치를 악용하기 위해 신고하는 경우 많아짐), ④ 기성-MZ세대 갈등 증폭 등이다.
이들 원인은 모두 수긍이 가는 한편으로, 지적된 원인을 몰아서 보니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우선 당연히 있을 법한 “소속 기업에서 사내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는 정도의 업무 환경 악화를 지적하는 부분이 없다. 모든 원인은 기업 구성원의 직장 내 괴롭힘을 바라보는 주관적 인식, 태도 변화와 관련이 있었다.
이런 패턴은 우리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좋은 시사점을 준다. 신고 증가 현상은 △기업 구성원들의 인지 감수성이 변화·제고된 현실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고 △기업 업무 환경의 악화는 많은 기업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거나, 기껏해야 부차적 원인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기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쏟아지고, 지난 7월 법 시행 5주년을 전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특집 기사, 방송도 많았다. 자살 등 피해자의 극심한 고통, 제도 미비, 운영상 어려움에 대한 통계, 비난, 문제제기도 여기저기에서 접할 수 있다. 이런 비관적 기조의 정보를 계속 접하다 보면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기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착시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빈도나 양상 면에서 오히려 개선된 경우가 악화된 경우에 비해 더 많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근로자 1000명과 인사노무 담당자 485명은 제도 도입 후 3년간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감소'(23.7%)했거나 '변화가 없다'(65.2%)고 답했는데, 이는 '증가했다'(11.3%)는 답보다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다. 최근에도 직장갑질 119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 정도가 5년전 제도 도입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교육에 참여한 인사담당자 한 분과 이야기해 보니, 그 참석자도 자신의 직장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고는 느끼지 않고, 내부 토론할 때 다른 인사담당자들도 그런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 직장 내 괴롭힘 보도 등이 넘쳐나는 현상은 직장 내 괴롭힘의 빈도나 강도의 증가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제고된 인지 감수성을 매개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니 신고되는 행위의 범위나 신고 수가 증가하고, 제도와 운영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또 그만큼 피해자가 실제 느끼는 고통이나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사회 전반의 관심과 반향도 큰 것이다.
◆기업은 '대응 감수성' 제고에 나서야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기업은 앞으로 기업 업무 환경이 개선된 정도에 비례하여 신고가 줄어들지 않거나, 심지어 늘어나기까지 하는 모순적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미묘한 따돌림, 공사 구별이 흐릿한 질책, 근거가 애매한 업무 배제나 낮은 평가처럼 △폭언, 막말과 같은 과거의 전형적 괴롭힘에 비해 경미한 갈등이지만 △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결과 구성원이 종전에 못지 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그 갈등을 참지 않고 신고하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기업 대책은 경미한 갈등 문제 발생을 선제적으로 최대한 줄이는 것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법이 요구한 기준보다 더 높은 사내 행동 기준을 세워서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고, 절차 운영 과정에서도 피해자 면담, 보호조치, 2차 가해 방지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걸 구성원들의 인지 감수성 제고에 대응하여 기업의 대응 감수성 제고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기업이 구성원들의 비상식적 수준의 인지 감수성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적정한 한계는 두어야 한다. 단 구성원 중 상당수가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갈등을 무심코 가볍게 보거나, 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선언하면 충분히 할 바를 다했다는 식의 안이한 자세는 지양되어야 한다.
◆과도한 신고? 전체적·장기적으로 관리해야
두 번째 발표 주제는 신고 증가 대응방안이었는데, 신고 증가 원인과 마찬가지로 역시 다양한 대응방안이 제시되었다. △부서장 인식 개선 교육 (직원 갈등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제도 취지에 대한 교육 (무분별한 신고는 동료의 마음을 다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객관적 판단과 원칙적 처리(성과/직급을 고려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거나 조치가 미비한 경우가 없어야 한다) 등이다.
위 대응 방안에서는 문제 발생 단계와 문제 개선 주체가 다양하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발생 시간 순으로 △부서장은 갈등 발생 초기에 그 갈등을 세심하게 대응해야 하고 △신고인은 부적절한 신고를 자제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의 인사 및 법무 담당자는 사실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 개선은 전사적·장기적 과제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아쉽게도 지름길이 없다. 상당 기간에 걸쳐 기업과 그 구성원의 인식·제도 운영 수준을 모두 한 단계 높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 관행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기업은 어느 한 단계, 어느 한 당사자 문제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그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대응하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 이는 좋은 의도와 달리 제도 개선을 늦추거나 오히려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고인의 허위 신고를 근절하는 문제를 보자. 2024년 4월 발표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1만 28건의 괴롭힘 신고가 있었다. 2022년 8961건 대비 12%나 증가한 숫자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 신고(2884건. 약 29%)는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힘든 사정까지 신고가 이루어지는 일이 잦은 현실을 보여주는데, 이와 연결해 허위 신고(날조 신고)를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그 신고자에 대한 강력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의 주된 이유를 허위 신고로 돌리는 진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허위 신고는 현실에 분명히 있고 강력 대응하여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는 신고는 허위 신고라기보다는 부적절한 신고, 즉, 과장이나 과민, 착각에서 비롯되는 신고라고 판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부적절한 신고는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운영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부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위 발표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제도 취지 교육과 구성원 인식 수준 개선을 통해 대부분 해소하고, 여기서 걸러지지 않는 문제는 사실에 기반한 엄정한 판단으로 인사담당자가 해결해야 한다.
이 점을 간과하여 부적절한 신고를 허위 신고로 인식하고 신고자에 과도한 대응을 하면 기업 진정성을 의심받고, 정당한 신고 의지까지 위축되고, 불필요한 분쟁으로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직원과 갈등을 대하는 부서장 태도 문제의 해결책도 마찬가지다. 경미한 갈등이 원인이 된 신고 중에는 부서장의 일회성 질책이 문제된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 우선 부서장은 인지 감수성이 제고된 현실을 고려해 공개적·감정적 질책, 인신 공격을 한다고 오해받지 않도록 항상 유의해야 하고, 기업도 부서장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엄중 대응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업무 과정에서 적절한 질책 수위는 맥락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특히 예민함이 도가 지나쳐 과민 반응하거나 보직 전환 등 부정한 의도를 가진 신고인들도 많고, 부서장의 질책 배경에는 근태불량 등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가 흔하다.
신고가 있을 때마다 쉽게 부서장 잘못으로 돌리면 책임성 있는 부서 운영에 지장을 주고, 보신주의 내지 냉소주의가 팽배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 문제 역시 신고인 인식 수준의 개선과 인사와 법무 담당자의 사실에 기반한 엄정한 판단으로 해결해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은 문제로 고민을
결국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의 원인과 그 대응 방안은 간단하지 않다. 원인으로는 주원인인 인지 감수성 제고 외에도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대응은 기업의 대응 감수성 제고와 함께 여러 단계에서 여러 주체에 의하여 점진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이런 고차 방정식 성격을 가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증가 문제는 단기간에 만족스럽게 해결되거나, 최종 해결되는 일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 과도한 신고에 대응하려는 기업은 오늘보다 내일은 더 수준 높은 문제를 고민하겠다는 관점에서 하나 하나씩 꾸준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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