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전성시대' 연 조희연…'사법리스크'에 끝내 낙마
초선 땐 '선고유예'로 회생…교사 특채로 직 상실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유죄가 29일 확정되면서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2014년 처음 당선돼 3선을 한 조 교육감은 10년간 서울교육을 책임지며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를 열었지만 끝내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 교육감의 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조 교육감은 곧바로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교육감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퇴직 대상이 된다.
2026년 6월까지인 조 교육감의 잔여 임기는 다음 달 16일 보궐선거에서 새로 선출되는 교육감이 채운다. 차기 교육감 선출 때까지는 설세훈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을 대행한다.
조 교육감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처음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며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를 연 인물 중 한 명이다.
직선제 도입 이후 진보 성향 교육감은 2010년 선거 때만 해도 6명에 불과했다. 2014년 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3개 시도에서 당선되며 지방교육 권력을 장악했다. 2018년 선거에서는 14곳으로 늘었다.
2020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을 중심으로 보수 성향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루며 대약진했지만, 여전히 9대 8로 진보 성향 교육감이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조 교육감은 전국적인 보수 약진 분위기 속에서도 2020년 선거에서 당선되며 서울에서는 처음 '3선 교육감'이 됐다. 이 기세로 6월까지 2년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조 교육감은 10년간 서울교육 수장을 맡으면서 교육 불평등 해소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무상급식 확대'가 대표적이다. 2020년 2학기 고교 무상교육을 정부보다 1년 먼저 시행해 초중고 무상교육을 완성했다.
특수학교·특수학급 확대도 조 교육감이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다. 2002년 서울경운학교 이후 17년 만인 2019년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가 문을 열었고, 2020년에는 서울서진학교가 개교했다.
특히 2017년 서울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주민 앞에서 장애학생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한 모습은 특수학교 확대 필요성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조 교육감은 학교 서열화 해소의 방안으로 임기 내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폐지를 추진했다. 서울형 혁신학교 확대, 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 등을 이끌며 진보 교육감을 대표해 왔다.
3선 이후에는 학부모·시민으로 책 읽기 문화를 확산하는 '북 웨이브' 운동,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국·토·인·생' 프로젝트를 중점 추진해 왔다. 중학생이 연극, 영화, 뮤지컬 중 하나를 택해 협력적 예술활동을 경험하는 '협력종합예술활동'도 그가 애착을 갖는 정책 중 하나다.
그러나 임기 내내 따라붙었던 '사법 리스크'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10년 2개월여 만에 물러나면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게 됐다. 조 교육감이 재판으로 퇴진 위기에 몰렸던 것은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이 처음이 아니다.
초선 때인 2015년에는 선거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벌금 250만 원의 선고가 유예되고 2016년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기사회생했다.
재선 이후에는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으로 검찰과 법원을 오가야 했다. 2018년 재선에 성공한 조 교육감은 부교육감 등의 반대에도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4명 등 5명을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공수처 1호 사건'으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조 교육감은 2021년 12월 기소됐다. 1심이 2023년 1월 선고돼 2022년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올해 1월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이날 확정됐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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