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혼 담긴 교가가 일본땅에 뿌리내려 너무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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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가정엔 소홀했지만, 민족엔 충실했던 아버지였습니다."
지난 23일 일본의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재일한국계민족학교 교토국제고 초대 교장 고 유석준 씨의 아들 유정근(73) 씨는 29일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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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재일교포 교육위해 설립
당시 음악교사가 한글 교가 만들어
일본 극우 변경 압박했지만 무산
“이젠 한일 교류 다리돼 자랑스러워”
“말하자면 가정엔 소홀했지만, 민족엔 충실했던 아버지였습니다.”
지난 23일 일본의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재일한국계민족학교 교토국제고 초대 교장 고 유석준 씨의 아들 유정근(73) 씨는 29일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초대 교장 유 씨는 일제강점기 일자리가 없는 당시 국내 현실을 한탄하며 일본에 건너왔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일본에 도착한 후엔 돈벌이가 아니라 민족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재일교포들이 교육도 받지 못하고 차별 속에 살아가는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다. 그때부터 유 씨는 교토조선인교육회 등에 참여하며 민족을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아들 유 씨는 “집에 돈은 안 가져다주고, 무슨 단장이니 회장이니 하는 명예직만 지내면서 밖으로 돌던 아버지였다”면서도 “그 당시엔 아버지가 좀 밉기도 했지만, 결국 모두 나 같은 교포 2세들을 포함한 ‘한국인’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47년 뜻을 같이하는 재일교포들과 함께 ‘교토조선중학교’를 만든 유석준 씨는 초대 교장에 취임했다. 이후 한일교토기독교교회 장로 등으로 종교활동을 이어가다 1997년 83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
아들 유 씨에 따르면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소절로 시작하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는 당시 음악 교사였던 김경찬 전 고베교회 목사가 작곡을 맡았다. 그는 “한국인의 혼이 담긴 노래가 교가로서 타국 땅에 뿌리내린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가 승리하자 학생들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3년 전 일본 극우단체의 시비로 교가를 일본어로 바꾸자는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오히려 학생들이 “한국어가, 한국문화가 좋아서 학교에 온 것”이라며 반대해 무산됐다. 약 160명이 재학 중인 교토국제고는 학생의 8할이 일본인이다. 이들 학생이 한글 교가를 부르면서 이제는 교가가 한·일 친선의 상징이 된 것이다. 의사인 아들 유 씨는 교토국제고 담당 의사로서 주기적으로 학교를 찾는다고 한다. 그는 “지금의 교토국제고가 있기까지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이제는 한·일 양국을 이으면서 본래의 목적인 ‘교육’을 실천하고 있어 더없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교토조선중학교에서 출발한 교토국제고는 1961년 한국 정부로부터 학교법인임을 인가받고, 2003년 일본 정부로부터도 정식 교육기관임을 인가받았다. 고시엔 우승으로 ‘기적을 썼다’고 평가받는 야구부가 만들어진 것은 1999년이다. 1990년대 후반 학생 수가 급감하자 일본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서였다. 2019년 교토부 고교야구에서 창설 20년 만에 첫 우승을 맛봤다. 2021년에는 처음으로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에 올랐으나 결승 진출엔 실패했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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