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작심 설명…"전기차 안 위험해" 조목조목 따진 이유

강주헌 기자 2024. 8. 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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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열린 성동구, 성동소방서와 전기차 화재 대응 합동 훈련에서 소방관들이 불이난 전기차에 포켓식 소화 수조를 설치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2024.8.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전기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으며 '전기차 포비아' 확산 차단에 나섰다.

현대차·기아는 29일 참고자료를 내고 "최근 전기차 화재의 언론 보도가 늘어나며 '전기차는 화재가 많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 정도 낮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이다.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더 적다는 설명이다.
같은 용량이면 내연기관차 화재 속도가 더 빨라…전기차 화재 진압시간 단축 전망
열폭주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터리 화재의 경우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 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 지난해 7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전기차 화재 진압 시연회'에서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은 "전기차 화재의 초진이나 확산 차단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 화재의 특성 파악과 소방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재 진압 시간을 줄여주는 여러 화재 진압 솔루션이 등장했다. 특히 소방기술 솔루션 업체들은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10분 내외까지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진압 시간은 점차 짧아질 전망이다.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의 열폭주를 동반해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1킬로와트시(kwh)의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리터의 열량 32.4MJ 대비 크게 낮다"며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고 있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이 오르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가 지하주차장 화재에 더 위험? "오해"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의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하부 스프링클러까지 설치된다면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연기관차 화재이더라도 피해 규모가 큰 편이다. 2014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20여대의 차량 피해를 낸 사고 등 내연기관차의 화재로 인해 대형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다수 있었으며, 공통적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100% 충전해도 안전…배터리 내구 성능 마진
일부 지자체는 배터리 충전량 90% 이하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배터리 충전량은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미미해 '충전량 제한'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완전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했다. 고객에게 보여지는 시스템 상의 100%가 실제로는 100%가 아니기 때문이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BMS가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화재의 원인은 셀 자체의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격 등에 의한 내부적 단락이 대부분으로 현대차·기아는 과충전에 따른 전기차 화재는 0건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고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합류하기 위해선 전기차 관련 오정보의 확산을 막고 올바른 해법을 추구하기 위해 제조사·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현대차·기아는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는 고객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전기차 생애주기 통합지원 프로그램(현대차 EV 에브리 케어·기아 e-라이프 패키지) △BMS 순간·미세 단락 감지 기술 적용 △배터리 이상 징후 문자메시지 전송 등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품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BMS를 통한 사전 진단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터리 이상징후 통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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