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1년, 트레이드만 7차례··· 흥국생명 유니폼 입은 이고은 “연경 언니와 한 팀 영광, 통합 우승해내고 싶어”

심진용 기자 2024. 8. 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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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이고은이 중국 상하이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흥국생명 제공



흥국생명 이고은이 중국 상하이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흥국생명 제공



프로에서 11년, 그 사이 7차례 트레이드를 겪었다. 연을 맺은 팀만 5개 구단이다. V리그 여자부 대표적인 ‘저니맨’으로 불리는 세터 이고은(29)은 올해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6월 지난 시즌 주전 세터 이원정과 2025~2026년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페퍼저축은행에 내주고 이고은과 페퍼저축은행의 2025~2026년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유독 잦았던 트레이드가 유쾌할 수만은 없지만 이고은은 담담했다. 중국 상하이 흥국생명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이고은은 “트레이드에 좀 초연했던 것 같다. 그만큼 팀들이 저를 원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상황들이 벌어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3년 한국도로공사에서 데뷔한 이고은은 IBK기업은행(2016~2018), GS칼텍스(2018~2020)를 거쳐 다시 도로공사(2020~2022)로 복귀했고, 지난해까지는 페퍼저축은행(2022~2024)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페퍼에서 도로공사로 옮겼다가 다시 페퍼가 트레이드로 재영입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페퍼는 보상 선수로 잃은 이고은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도로공사에 내줬다. 의미 없이 1라운드 지명권을 낭비한 셈이고, 결과적으로 도로공사의 신인 최대어 김세빈 지명으로 이어졌다.

이고은은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속상하기도 했다. 페퍼에서 도로공사, 그리고 다시 페퍼로 돌아가게 됐을 때는 상황은 알았지만 너무 정신이 없었다”면서 “그래도 내가 필요해서 재트레이드를 한 거니까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촌극을 겪어야 했던 페퍼 생활을 뒤로하고, 이고은은 올 시즌부터 흥국생명 주전 세터로 활약해야 한다. 흥국생명은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우승팀이고, 최고인기팀이다. 페퍼 시절과는 많은 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고은은 “우승을 노려야 하는 팀에 왔다는 게 동기부여와 함께 부담이 된다”면서도 “(김)연경 언니와 함께 뛴다는 게 영광이다. 잘해서 봄 배구도 가고, 우승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흥국생명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그냥 좋았다. 트레이드설에 어느 정도 예상도 했고, 마음의 준비도 조금씩 하고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론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고은이 올 시즌 함께 할 새 사령탑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다. 페퍼 시절 이미 조 트린지 감독을 겪어봤기에 외국인 감독에 대한 부담은 없다. 이고은은 “스타일은 상반되지만, 외국인 감독님을 대해봤다는 경험이 흥국생명에서 아본단자 감독님을 대할 때도 더 수월하고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본단자 감독님은 정말 머리를 써서 하는 배구를 원하신다. 잘 해내고 싶다. 그걸 해낸다면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흥국생명의 지난 시즌 약점은 미들 블로커의 공격 활용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올 시즌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미들 블로커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고은 역시 가운데보다는 양 사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플레이 스타일 변화가 요구된다.

이고은은 “원래 선호하는 플레이는 양쪽으로 빠르게 토스를 쏘는 것이지만, 미들 블로커나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중앙 후위 공격을 최대한 활용하는 훈련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김)연경 언니에게 블로킹이나 수비가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럴 때 가운데를 활용하는 걸 감독님도 원하신다”고 했다. 프로 11년 차에 스타일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고은은 “감독님이 추구하는 배구가 큰 틀에서 제가 하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던 배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고은은 이번 시즌 후 FA를 맞는다. 그래서 올 시즌이 더 중요하다. 이고은은 “아예 생각을 안 하지는 않지만, 일단 포커스는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에 기여하는데 맞추고 있다”면서 “통합 우승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걸 해낸다면 자연히 FA 시장에서 제 가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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