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돋친 듯 팔리던 커버드콜 ETF 막은 한국거래소, 왜?… 내달 재개 예정

문수빈 기자 2024. 8. 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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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에 따른 투자자 오인 우려한 금감원
ETF 명칭 관련 지침 확정될 때까지 상장 ‘스톱’
다음 달 감독원·거래소 만나 지침 결정… 이후 상장 재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일시 중단됐다. 금융감독원이 운용사의 커버드콜 ETF 홍보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다.

커버드콜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AI테크TOP10+15%프리미엄 ETF,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처럼 ‘+분배율%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경우가 많다. 상품명의 %(퍼센트) 앞에 들어가는 수치는 확정 수익률이 아니라, 운용사가 해당 퍼센트의 분배금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뜻이다. 상품명에 분배율을 넣어 투자자에게 은행 이자처럼 확정된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었다.

ETF의 상장 적격성을 심사하는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금감원과 만나 커버드콜 ETF 이름에 대한 지침을 결정한 후 관련 상품 심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뉴스1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가 전보다 커버드콜 ETF 상품을 보수적으로 심사하면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들의 커버드콜 ETF 출시 계획이 줄줄이 밀렸다. 사실상 출시 중단 상태다. 금감원이 커버드콜 ETF의 이름이 부적절하다고 경고하면서 한국거래소도 과거보다 빡빡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주 중으로 한국거래소는 금감원과 논의해 ETF명과 관련된 지침을 확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커버드콜 ETF 심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커버드콜 ETF 출시는 이르면 다음 달 말부터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금감원과 한국거래소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신탁운용이 커버드콜 ETF를 ‘+n%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내면서 시작됐다. 커버드콜이란 기초자산의 콜옵션(살 권리)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챙기는 투자 전략인데, 이때 수익이 분배금 재원이다.

여기에 월배당이 더해지면서 커버드콜 ETF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제2의 월급처럼 매월 따박따박 분배금이 나온다는 특성 덕분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커버드콜 ETF 12개의 순자산총액(AUM)은 이달 3조원으로 올 들어 2조7000억원가량 불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커버드콜 ETF 명칭과 수익구조에 대해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커버드콜 ETF가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인데도 이름에 분배율을 표기할 경우 투자자들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분배율은 ETF가 편입한 자산의 가치인 순자산가치(NAV) 대비 분배금을 의미해 투자 원금과는 상관이 없다. 즉 분배금은 1년에 15%를 받더라도 ETF 자체의 가격이 1만원에서 5000원으로 빠지면 투자자는 손해를 본다.

커버드콜 ETF명에 대한 감독당국의 구체적인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분배율 수치와 프리미엄이란 표현은 이름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된 ‘+n%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OTM(Out of the money·외가격)도 마찬가지다. OTM이란 현재 주가 수준보다 높은 콜옵션을 매도해 상승장에서 상방이 제한되는 기존 커버드콜의 한계를 극복하는 상품이다. 대표적인 게 ‘TIGER 200 커버드콜5%OTM’이다. 전날 종가 대비 5% 상승한 가격을 가진 종목 등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ETF인데, 이 역시 퍼센티지가 들어가 있어 명칭 변경의 대상이 됐다.

다만 일각에선 분배율이 상품명에서 빠지면 ETF 상품별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KODEX 미국AI테크TOP10+15%프리미엄’이 ‘KODEX 미국AI테크TOP10′으로 바뀌면 투자자가 분배율을 투자설명서에서 확인해야 한다.

명칭 변경 후 기존 ETF와 구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에서 분배율과 프리미엄이 빠지면 기존에 출시된 상품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와 구분되지 않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분배율과 프리미엄이 이름에서 빠지면 1호, 2호 등을 넣는 안을 고려 중이다.

한편 한화자산운용은 분배율을 이름에 표기하지 않은 덕에 과거 상장을 신청했던 ‘PLUS 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 ETF를 이달 13일 상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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