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친코2’ 김민하 “세상 모든 선자들의 이야기…큰 위로 되길”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2024. 8. 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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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하가 ‘파친코2’를 통해 그려질 선자와 아이들의 성장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Apple TV+
배우 김민하(28)가 2년만에 ‘파친코’ 시즌2로 돌아왔다. ‘파친코’를 통해 식민지와 전쟁, 관동대지진 등 재일교포가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그리며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마음을 바탕으로 선자를 다시 한번 생생히 피워냈다.

최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애플 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2’ 공개 관련 인터뷰가 진행됐다. 김민하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파친코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친코’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그려낸 작품이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시즌2에서는 시즌1으로부터 7년이 지난 1945년 오사카를 시작으로, 2차 세계대전의 위협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자(김민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 1989년 도쿄를 배경으로 벼랑 끝에 몰린 솔로몬(진하 분)의 이야기도 담는다.

김민하는 극 중 젋은 선자 역을 맡았다. 선자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시기에 부모님의 하숙집 운영을 도우며 열심히 살던 여성. 그러나 생선 중개상 한수(이민호 분)를 만나 임신을 하고, 미혼모로 아이를 낳아야하는 상황에서 이삭(노상현분)과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에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지만 한수가 준 시계를 팔아 빚을 갚고, 김치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꾸리는 등 두 아이의 엄마로 강인하게 버티며 현실을 살아내는 인물이다.

지난 2022년 공개된 ‘파친코’ 시즌1에 이어 지난 23일, 2년 만에 시즌2가 공개됐다. 김민하는 “시즌2를 선보이기까지 오래 걸린 것 같다. 다시 인사드릴 수 있어서 반갑다”고 말했다. 이어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고 고민이 많았다. 시즌1과 2의 배경 사이에 7년이라는 공백이 있다. 시즌1은 이삭이 체포되고 나서 선자가 가장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끝났다. 그간 선자는 많은 걸 겪었을 것이다. 시즌1보다 아이들도, 선자도 많이 컸다. 시즌2 에피소드 속에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려고 했다. 외적으로는 분장과 의상의 도움도 받았다. 의상을 입으면 자연적으로 캐릭터에 녹아들더라”고 덧붙였다.

‘파친코’ 시즌2를 하면서 달라진 점은 뭘까. 김민하는 “‘파친코’가 저를 알린 작품이지 않나. 시즌2에서는 현장에서 절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은게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선자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한번 작품을 같이 했어서 더 편안한 관계, 분위기 속에서 조금 더 연기에 몰입할 수 있더라”고 덧붙였다.

김민하에게 ‘파친코’는 어떤 의미일까.

김민하는 “배우 커리어에서 ‘파친코’는 참 큰 기점이었다. 작품이 공개된 후 그동안 안 해본 것도 정말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많이 알아봐주시기도 하고. 또 ‘파친코’를 만나고 나서 저에 대해 많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선자에게도 많이 배웠다. 시즌2를 촬영할 때는 ‘내가 나중에 크면 선자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저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는지도 배웠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도 많이 생겼다. 인간 김민하에게도 너무 중요한 작품이라 아직도 소중하고, 참 큰 복이었던 것 같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김민하는 선자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김민하는 “어떻게 하면 (선자라는 캐릭터가) 땅에서 붕 뜨지 않고 땅을 딛을 수 있을까. 주체성과 정체성은 뭘까. 고민을 계속했다”며 캐릭터 연기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엄마, 우리 할머니의 삶. (선자 같은) 삶이 너무 많다. 너무 대단한 것 같다.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게 아닌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민하는 또 “자이니치(재일교포)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공부했다.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많더라. 이런 이야기를 너무 몰랐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그만큼 더 소중히 이야기 해야겠다는 경각심도 들었다. 누군가에 상처를 주지 않고 이런 이야기를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하게됐다. 전쟁, 피폭, 가족 이야기가 등장하니 이에 대해 공부하면서 다시금 소중히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작품을 대한 마음가짐을 들려줬다.

선자에 대한 한수의 어긋난 사랑은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는 수식어를 얻기 충분했다. 시즌2에서도 선자와 한수의 관계는 어긋난 상태로 그려질 예정이다. 김민하는 “제가 느낄 때 선자와 한수의 관계는 복잡한데 시간이 갈수록 성숙하고 깊어진다. 로맨스나 꽁냥거리던 사랑은 시즌 1에서 끝난 것 같다. 어찌되었던 두 사람은 부모다. 노아가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 양상도 바뀐다. 더 깊어지고 더 설명할 수 없는 관계가 그려진다”고 귀띔했다.

한수는 촌에 살던 선자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인물이지만 동시에 좌절과 실망을 안겨준 인물이기도 하다. 선자에게 한수는 어떤 의미일까. 김민하는 “선자에게 한수는 설명이 안되고 정의가 안된다. 답답한 점이 있더라. 한수가 싫다면서도 찾아가는게 왜 그러나 했다”며 “선자에게 한수는 너무 큰 존재였더라. 몸에 난 상처같은 사람이다. 상처가 깊게 남으면 치료하고 싶고 없애고 싶어서 이리저리 해보지만 결국 흉터가 남지 않나. 선자는 (그 흉터가) 내 삶의 일부라는 점을 인정하고 또 살아남는 강인한 사람이다. 증오하지만 선자에게 한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큰 에너지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의미로 사랑을 가르쳐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하는 또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이 있다”며 “서로가 오래된 친구처럼 대화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게 되게 울컥하기도 하고 좋았다. 촬영날은 부슬비가 많이 왔고, 이민호의 토론토 마지막 촬영일이었는데 아련했다”고 떠올렸다.

선자와 한수의 아들 노아는 김민하와 동갑내기인 강태주가 연기했다. 김민하는 “‘태주야, 태주야’ 부르다가 갑자기 강태주가 내 아들 역할 이라고 하니 이상하지 않을까 했는데 신기하게도 현장에 가자마자 제 아들이라는 느낌이 들더라. 어디가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밥은 먹었는지 물어보고 싶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저는 강태주에 의지를 많이 했다. 그래서 너무 좋더라”고 이야기했다.

‘파친코’ 시리즈는 시대를 오가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과 1989년 버블경제의 정점에 섰던 일본을 배경으로 시간을 오가며 선자의 삶을 조명한다. 김민하는 젊은 선자를, 윤여정은 늙은 선자를 연기했다. 김민하는 “윤여정 선생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선생님을 믿으니까 제 시대의 선자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세트에서도 다른 시대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마주할 일이 없더라. 화장실 갈때 우연히 마주치는 정도였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반갑다”고 덧붙였다.

배우 김민하가 “많은 분들이 보면서 큰 위로 받을 수 있길 바란다”며 ‘파친코2’ 시청을 독려했다. 사진| Apple TV+
김민하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파친코2’ 프리미어 행사에 다녀왔다. 어떤 반응이 인상적이었을까. 김민하는 “(첫 공개이니) 처음 보는 (관객들의) 리액션이었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다. 2년이라는 세월을 잘 기다려 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며 “‘파친코’는 결국 사람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선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선자가 정말 많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본인들의 이야기라고 많이 생각하는 것 같더라. ‘나도 저랬는데’, ‘우리 할머니도 저랬는데’, ‘나도 외국에 가서 빨래를 잘못해 (고향의) 냄새가 없어져서 속상했어’ 등 공감을 많이 해줬다. ‘파칭코’의 에피소드가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들이라 공감 받았다”고 미국의 반응을 소개했다.

‘파친코’는 여러 감독과 각본가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1,2회는 리안 웰햄 감독이, 3-5회는 진준림 감독, 6-8회는 이상일 감독이 연출했다. 진준림 감독은 대만계 미국인이고 이상일 감독은 재일교포 3세다. 그러나 리안 웰햄 감독은 아시아계가 아닌 영국인이다. 같은 문화권이 아닌 만큼 촬영을 하는 도중 에피소드도 있단다. 김민하는 “문화적인게 다르다. 이삭이 집에 돌아왔을때, 리안 웰햄 감독이 ‘경희(정은채 분)가 도련님 손등에 키스 한 번 해라. 손등이 안되면 이마에 하라’고 디렉팅 하더라”고 말했다. 감독은 도련님이 살아 돌아온 기쁨을 담아 형수인 경희가 유대감의 표시로 스킨십을 해달라는 주문을 한 것. 김민하는 “그게 서양권 문화에서는 이상한 게 아니지만 우리나라엔 그런 문화가 없지 않나. 그런게 좀 다르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민하는 “대본을 읽을 때도, 촬영을 할 때도 작가님과 가장 많이 이야기 나눈 것이 ‘그래서 이 사람들의 희망이 뭘까?’라는 것이었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해도 희망, 빛을 놓지 않는게 주제이기도 했다. 그 주제가 전달되길 소망한다. 많은 분들이 보면서 큰 위로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본인들의 어둠이, 혼자만 가진게 아니라는 걸 느끼면 하는 마음이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파친코2’의 시청을 독려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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