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 가지 않겠다”…개혁·청년·소통 ‘국정동력 확보’ [尹 국정브리핑]
“개혁, 필연적 저항 불러와”
청년 세대 위한 차원 강조
청년 9번 언급…40분 발언
당정갈등 의식 “의대증원 마무리” 일축
주요 개혁 연결성 강조, 국민 지지 호소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며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습니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주요 개혁 과제를 전면에 부각, 국정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나오더라도 미래·청년 세대를 위해 불가피성을 전하는데 메세지의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열고 연금·교육·노동·의료 4대개혁과 저출생 인구전략 추진계획, 경제, 사회, 외교·안보 성과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끝도 없는 무더위에 얼마나 힘드십니까?”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푸른색 넥타이를 입고 화면으로 먼저 등장한 윤 대통령은 약 40분간, 200자 원고지 95매가 넘는 분량의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당시 모두발언이 약 21분 분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훨씬 심도 깊게 진행된 셈이다. 이날 행사의 핵심 키워드가 ‘민생’, ‘안전’, ‘개혁’, ‘소통’에 찍힌만큼 내용 자체도 세세해졌다.
발언 초반에는 정부의 정책성과를 집중적으로 알리는데 방점이 찍혔다. 특히 민생과 관련 그간의 경제성과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열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내년 예산안 기준 국가채무비율이 48.3%로 3년간 1.3% 포인트 증가에 그치고 있다”며 건전재정 기조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주, 올해 수출 성장을 통해 일본과의 격차가 좁혀졌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불과 3년 만에 일본을 턱밑까지 따라잡고 이제 세계 수출 5대 강국의 자리를 바라보게 됐다”며 “과거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 눈앞의 현실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며 민생 개선과 약자 복지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주택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원하시는 곳에 제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장학금 제도 확대, 저소득층 대상 주거장학금 등을 약속했다. 돌봄과 간병, 대학입시, 학교현장, 노사법치 확립, 외교 및 경제 지평 확대에 대해서도 전했다.
이날 발언에서는 국정 3년차 동력확보를 위한 고민이 묻어나기도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이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동의를 최대한 구하겠다는 취지다. 전체 발언의 절반 이상을 지난 성과에 할애한 것도 향후 개혁 동력을 국민 지지를 밑거름 삼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한 번 더 생각해 주시고 정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개혁 구상을 전하며 미래 세대, 청년을 위한 초석임을 부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청년을 9번 언급했다.
특히 연금개혁과 관련해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저성장, 저출생·고령화로 기금소진 시점이 단축되는 상황에서 연금에 대한 틀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공론화를 이끌기 위해 모수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도 여기에 있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 13% 인상에는 합의가 됐다. 하지만 소득대체율, 구조개혁 및 모수개혁 병행 필요성에 대해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도 “청년들이 당장 원하는 ‘일‧가정 양립’을 안착시키고 양육과 주거 부담을 완화해 청년들에게 출산과 결혼을 꿈꿀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아드리겠다”고 말했다.
의료개혁 관련해서는 최근 불거진 당정갈등 논란을 의식한듯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다”며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대신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과감한 재정투자를 약속했다. 의료 개혁을 놓고 의대 증원 문제로 논의를 되돌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각종 개혁들이 서로 연계된 점을 부각한 점도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는 지역균형발전이 인구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라며 “정주 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과 의료”라고 연결지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과 인구위기 극복은 우리가 추진하는 개혁 과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마치며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생업을 지키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계신 국민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제복 입은 영웅들, 여러분에게 보답하는 길이 무엇인지 매일 같이 새기며 더 열심히 뛰고 또 뛰겠다”고 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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