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아무리 아픈 날도 운동은 하는 사람”···‘특급 도우미’가 말하는 36세 대투수의 ‘철완’ 비결[스경x인터뷰]
양현종(36·KIA)은 이 시대의 ‘철완’이다. 2014년부터 10시즌 연속 170이닝 투구에 도전하는 프로야구 역사의 유일한 투수다. 데뷔 18년차에도 선발 투수로서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 올시즌, 그 타고난 성실함과 노력을 더한 몸 관리 비법이 주목받는다.
통산 최다 탈삼진 등 각종 대기록을 세우면서 30대 후반에도 여전히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양현종의 무엇이 남다를까.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양현종에게 물었더니 답 대신, 지금 자신의 몸을 가장 잘 아는 이의 손을 잡아끌고 나타났다.
KIA 1군에는 6명의 트레이닝 코치들이 있다. 그 중 박준서 트레이닝 코치(25)는 2023년부터 KIA 투수조의 몸을 관리하고 있다. 양현종을 특별 전담한다. 거의 띠동갑, 코치임에도 선수를 ‘형’이라고 부르는 11살 어린 코치지만 현재 양현종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양현종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다.
박 코치는 “몸이 타고났다. 굉장히 유연하기도 하지만 근육의 질이 굉장히 짱짱하다. 쉽게 뭉치지도 않고 쉽게 풀리지도 않는, 항상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도는 세지 않은 타고난 몸이다. 거기서 본인이 굉장히 잘 관리하고 있다”며 “자기 몸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나는 이 정도 했을 때 이렇게 된다’라는 확신이 여느 다른 고참 선수들에 비해서도 확실히 강하다”고 말했다.
박 코치가 보는 양현종의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독기’다. 박 코치는 “정말 차별화되는 점은, 하겠다고 하면 몸이 아무리 아파도 무조건 하는 모습이다. 마음을 먹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한다. 체력을 아낄 때는 아끼지만 써야 할 때는 엄청나게 쏟아붓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양현종에게는 루틴이 있다. 에이스로서 뛴 이후 10년째, 선발 등판하고나면 다음 등판까지 나흘 동안 자신만의 러닝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등판 다음 첫날은 외야로 나가 느린 호흡으로 장거리를 뛰고 부족하다 싶으면 사이클을 추가로 탄다. 둘째날은 좌우 폴 사이를 세게 달린다. 장거리를 빠른 호흡으로 격하게 달린 뒤 몸의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관중석 계단을 뛰어서 오르내리는 훈련을 한다. 셋째날에는 외야 폴과 중앙 사이, 단거리를 조금 속도 내서 뛰고 넷째날에는 스피드 러닝을 한다.
박 코치는 “작년부터 데이터 상으로도 그렇고 약간의 에이징커브가 있는 것 같다. 그걸 감안해서 러닝 훈련을 많이 줄였다. 정말 많이 싸운 끝에 줄여갔다. 원래는 성적이 좋든 안 좋든 모든 루틴을 다 지켰는데 올해부터는 경기 내용도 고려하고, 경기 끝나고 난 뒤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하면서 변화를 줬다. 2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말도 안 되게 강도와 양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양현종은 자신이 이 루틴과 훈련량을 지키려 하는 이유를 설득시키고자 노력했고, 박 코치는 이해해보고자 노력했다. 양현종은 “겨울에 내가 말했다. 야구장에 나와서 100개를 한번 던져보고 로테이션 2~3번 정도 돈다는 생각으로 그 다음 내 루틴을 한번 해보라고 했다. 100개 던지고 다음날 장거리를 20분 뛰었을 때와 10분만 뛰었을 때 차이를 한 번 느껴봐달라고 했다. 그런데 진짜 하더라. 러닝, 웨이트, 어깨 운동, 심지어 보강운동까지 내가 하는 그대로 다 똑같이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고맙기도 했고 그 뒤에는 더 순조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이번 시즌 전, 겨울 동안 그렇게 양현종과 매일 같은 양의 운동을 함께 했다. 그렇게 직접 체험하고 느끼며 만든 프로그램에, 올해는 그 양을 보다 더 조절해가며 양현종의 ‘열정’도 컨트롤 하고 있다.
양현종은 고집이 세다. 야구와 운동에 대해서는 황소고집이다. 20대 초반, 잠시지만 어깨가 아파서 야구를 못하는 투수로 전락해버린 경험이 있었던 양현종은 ‘현재’를 지키고 ‘미래’를 더 연장하기 위해 10여 년 동안 고집있게 운동해왔다. 많은 투수들이 미국의 첨단 훈련법을 배우기도 하는 시대지만 양현종은 자신의 훈련법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줄기는 지키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띠동갑 트레이닝 코치와 격렬한 시간들을 통해 또 그 나이에 맞는 훈련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특급 도우미’와 함께 몸도, 마음도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양현종은 “그동안 트레이너들이 늘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형님들이었다. 어린 트레이너와 하는 것은 처음인데, 지금은 거의 시키는대로 하고 있다. 그만큼 내 몸에 대해 섬세하게 신경을 써주고, 시즌 전체 로테이션의 절반을 돌 때까지 같은 운동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나를 위한 프로그램을 짜준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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