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열폭주 동반에 확산 속도 빠르다?"…오해 바로잡고 불안감 해소해야

임주희 2024. 8. 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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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전소된 차량. 연합뉴스

지난 1일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공포즘(포비아)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9일 "일부 잘못된 정보와 막연한 오해가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참고자료를 내고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전기차 화재, 비(非) 전기차보다 30% 낮아

최근 언론에서 전기차 화재를 집중 취재하며 '전기차는 화재가 많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화재 건수는 현저히 낮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화재 4796건 중 전기차 화재는 72건으로 화재 발생 비율은 비전기차에 비해 30%가량 낮게 나타났다.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비전기차는 1.86건, 전기차는 1.32건이다.

이러한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소손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에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전기차 화재, 무조건적인 열폭주 동반 및 화재 확산 속도 빠르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성·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 발생 시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 배터리 화재의 경우에도 최신 전기차에는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조기진압 시 화재 확산 방지가 가능하다.

화재 완전 진압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오래 걸려 피해가 크다는 것도 대표적인 오해다.

일부 전기차 화재에서 초기 진압은 단시간에 이뤄지더라도 이후 혹시 모를 배터리 화학 반응에 대비해 차량을 일정 시간 소화수조에 담가 놓거나 질식포로 덮어 모든 배터리 에너지가 소모될 때까지 관리한다. 이 과정은 소방청 관리 하에 이뤄지고 주변에 화재 피해를 확산시킬 수 없기에 긴 화재 진압 시간에 대해 불안감을 가질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의 열폭주를 동반해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위험하고 피해가 크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

한국방재학회가 2021년 발행한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의 실물화재 비교 분석' 논문에 따르면 구형 레이 가솔린차(3ℓ 주유)와 전기차(100% 완충 NCM 배터리 16kwh)를 사용해 실험한 결과 가솔린차의 화재 확산이 더 빠르고, 외부 온도도 훨씬 높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주차장 화재, 스프링클러 작동이 중요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전기차, 내연기관차 등의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행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전기차 화재에 특화된 하부 스프링클러까지 설치된다면 배터리 열폭주 가능성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점도 같은 논문을 통해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만에 진화됐고, 인접 차량은 2대만 소화 활동에 따른 피해를 입는 등 화재 규모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배터리 100% 충전해도 안전

최근 일부 지자체는 배터리 충전량(SoC) 90% 이하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터리 충전량은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미미해 '충전량 제한'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100% 완전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객에게 보여지는 시스템 상의 100%가 실제로는 100%가 아니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

국내 대표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100%라고 말하는 것은 안전까지 고려한 수명"이라며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위험하다는 것은 일반인이 주로 오해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포비아 확산 방지 위해선 올바른 해법 추구해야

전기차 전환은 국가별로 시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한국도 캐즘을 극복하고 전기차 시대에 발맞춰 합류하기 위해선 전기차 관련 오정보의 확산을 막고 올바른 해법을 추구하기 위해 제조사·정부 등 사회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업계는 고객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차 안심점검 서비스, 배터리 기본 점검 강화 등을 시행하고 있다.

소방청은 오는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스프링클러 설비가 갖춰진 전국 아파트 지하주차장 중 10%를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며, 전기차 화재진압 전용장비 확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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