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좋았는데 쇼크 왜?"…엔비디아 주가 급락 이유는

신하연 2024. 8. 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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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음에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엔비디아는 지난 2분기(5~7월)에 300억4000만달러(40조1785억원)의 매출과 0.68달러(909원)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예상치 매출 287억달러와 주당 순이익 0.64달러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3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122% 급증했다.

3분기(8∼10월) 매출 전망치(325억달러) 역시 월가 전망치(317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AI 칩을 포함하는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사업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한 263억달러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252억4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올 4분기(11∼1월) 새로운 AI 칩 블랙웰(Blackwell) 양산에 들어간다고도 밝혔다.

실적 발표와 함께 5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모두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재료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폭락했다.

현지시간 28일 오후 8시 현재 엔비디아는 전장보다 6.89% 내린 116.95달러에서 거래됐다. 한때 8%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과 3분기 실적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이전보다 상회폭이 줄어든 것이 시장에 아쉬움을 남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실적 결과와 가이던스 모두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서프라이즈 강도는 지난 분기에 이어 약화됐다"며 "3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는 컨센서스 평균값보다는 높았지만, 가이던스 서프라이즈 역시 5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실적에서 데이터센터 매출 성장을 주도한 것은 '엔터프라이즈 AI' 부문이지만, 회사는 국가 단위의 AI 구축 수요에 해당하는 '소버린 AI' 부문의 성장 기회를 강조했다"며 "AI 수요처 확장은 물론 긍정적이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기존 수요의 주 축인 엔터프라이즈 AI 부문 성장성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형성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이어 분기 영업현금흐름 145억달러 중 절반에 가까운 74억달러를 자사주매입과 현금 배당에 사용한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꺾은 요인으로 봤다.

안 연구원은 "7월 말 기준 75억달러의 자사주매입 승인 잔액이 남아있는데, 이사회는 추가로 500억 달러의 자사주매입을 승인했다"며 "자사주매입을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당순이익(EPS) 방어 여력이 강함을 의미하지만, 이는 작년과 달리 영업활동을 통한 고성장과 수익성 향상에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작 블랙웰의 출시 지연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었다는 점이 시장의 실망을 불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블랙웰이 4분기 양산 및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설명했는데 저번 실적발표에서는 2분기 샘플링, 3분기 양상, 4분기 출하시작을 언급한 만큼 사실상 생산에 일부 지연이 있었음을 인정했다"며 "시간 외 주가 하락은 블랙웰 생산 지연의 이유 혹은 피해 정도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었고 서프라이즈 폭이 다시 한번 좁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가지 리스크로 생각되는 것은 실적발표 이후 해외 IB들의 4분기 추정이 전체적으로 하향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하향이 있더라도 엔비디아의 4분기 추정치에는 평균적으로 블랙웰 매출 비중이 5~10% 정도 반영돼 있기 때문에 펀더멘털을 해칠 정도의 큰 폭 하향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엔비디아 시간 외 폭락 영향으로 국내증시에서도 오전 9시53분 기준 대장주 삼성전자(-2.62%)를 비롯해 SK하이닉스(-4.74%), 한미반도체(-7.41%) 등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지는 구간으로, 엔비디아 중심으로 기술주 추가 차익실현이 가능하며 이날 국내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 역시 부정적일 것"며 "다만 그동안 경기 민감주로 수급이 분산되는 로테이션 장세 지속돼왔기 때문에 낙폭은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AI 수요는 여전히 긍정적이며 4분기 신제품 매출 인식이 예정돼있고 500억달러 자사주 매입 승인한 점을 감안하면 성장성은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높아진 눈높이가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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