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아련한 추억만..' 옛 남광주역 정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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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의 중심역이었던 남광주역이 2000년 8월 도심철도 이설사업으로 사라지고 현재 그 자리에는 푸른길공원이 조성돼 있습니다.
1999년~2000년 남광주역을 촬영한 사진작가 김지연 씨는 "새벽 동이 트기 전에 화순, 남평, 효천역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남광주역 도깨비 시장에 팔러 나오는 할머니들의 짐 보따리들로 기관실 난간까지 그득했던 마지막 기차는 사라져갔다"고 회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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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 모티브
역은 사라졌지만 남광주시장은 여전히 북적
경전선의 중심역이었던 남광주역이 2000년 8월 도심철도 이설사업으로 사라지고 현재 그 자리에는 푸른길공원이 조성돼 있습니다.
남광주역이 폐역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기억 속에는 아련한 기적소리를 울리고 있습니다.
◇ 열차와 함께 새벽을 열어온 남광주시장
이러한 정서를 가장 잘 응축시킨 시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입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간혹 이름이 비슷한 남평역이 사평역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잘못 알고 있으나 실제 모델은 남광주역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 시는 오지 않는 막차를 기다리는 쓸쓸한 기차역 대합실의 정경을 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추억, 아픔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민적 정서 때문인지 이 시는 '국민의 시'라 할 만큼 낭송가들로부터 꾸준히 애송되고 있습니다.
역광장 주변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남광주시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활기가 넘쳐납니다.
전남 벌교, 보성, 이양, 화순 등지 시골 아낙네들이 새벽기차에 해산물과 푸성귀를 싣고 와 난전을 펼친 것이 시장으로 발전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1999년~2000년 남광주역을 촬영한 사진작가 김지연 씨는 "새벽 동이 트기 전에 화순, 남평, 효천역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남광주역 도깨비 시장에 팔러 나오는 할머니들의 짐 보따리들로 기관실 난간까지 그득했던 마지막 기차는 사라져갔다"고 회상했습니다.
◇ 시골 통학생들의 핫 플레이스
책가방을 옆구리에 낀 까까머리 남학생과 하얀 블라우스에 검정치마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이 곳에서 내려 광주시내 학교로 등교하는 모습이 아련합니다.
그리고 남광주역은 한때 화순탄광에서 채굴된 석탄 하역장으로 역할을 했습니다.
◇ 화순탄광에서 채굴된 석탄 하역장
남광주역과 학강철교도 이 무렵에 완공됐습니다.
당시 역 구내의 시설물로는 목재로 지은 단층의 역 건물이 있었고 그 안에 대합실이 있었습니다.
역 건물 옆에는 제법 큰 규모의 2층 목조건물인 남조선철도회사 영업소가 있었습니다.
역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었고 주변으로 여러 채의 목조건물들이 도란도란 모여 있었습니다.
영업소는 1936년 총독부가 광주-여수간 철도를 매수한 뒤 보선사무소로 사용했는데 1952년 전남대 문리대가 그 일부를 빌려 잠시 강의실로 사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선사무소는 1980년대 제1 순환도로 공사 때 도로용지에 편입됐습니다.
현재 남광주역을 비롯한 시설 가운데 그 흔적이 남아있는 것은 학강철교와 몇 그루의 나무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습니다.
역 건물과 철길은 2000년에 철거돼 그 자리에 방문자센터가 들어섰습니다.
나머지 부지는 남광주시장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남광주시장 입구 도로변 한 켠에는 김용휴 시인이 쓴 시 '남광주역에 나는 가리'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남광주역이 폐쇄되고 2년 뒤 2002년에 광주 동구청에 의해 건립돼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붙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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