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주년 맞은 경북 칠곡 할매래퍼 ‘수니와 칠공주’…“꿈 꾸듯 행복”

김현수 기자 2024. 8. 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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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의 할매래퍼 ‘수니와 칠공주’가 지난 28일 칠곡군 지천면 신4리 마을회관에서 데뷔 1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꿈을 꾸듯 하루하루 행복한 날들을 보냈심니더.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데이~.”

세계 주요 외신을 통해 ‘K-할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칠곡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가 데뷔 일주년을 맞았다.

수니와칠공주는 지난 28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 마을회관에서 이웃 주민들과 일주년을 자축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동안 갈고닦은 랩 실력을 뽐내며 축하 공연을 펼쳤다.

이날 마을회관에는 할머니들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래퍼 슬리피 등 연예인과 김재욱 칠곡군수가 축하 인사를 전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또 칠곡군 왜관읍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재홍씨는 이른 아침부터 2단 대형 케이크를 만들어 할머니들과 기쁨을 나눴다.

수니와칠공주는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할머니가 모여 지난해 8월 창단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그룹 리더인 박점순 할머니(86) 이름 가운데 마지막 글자인 ‘순’을 변형한 수니와 멤버 7명을 의미한다. 아흔이 넘은 최고령자 정두이 할머니(93)와 최연소인 장옥금 할머니(76) 등 8명으로 구성된 이 그룹의 평균연령은 85세다.

‘수니와 칠공주’와 ‘보람할매연극단’ 래퍼들이 지난해 11월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프리스타일 랩 배틀을 펼치고 있다. 칠곡군 제공
로이터 통신이 지난 2월13일 보도한 평균 연령 85세의 8인조 할매 래퍼 ‘수니와칠공주’ 관련 기사. 로이터 통신 갈무리

할머니들은 인생의 애환이 담겨있는 직접 쓴 시로 랩 가사를 만들었다. 창단 초기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이름이 알려지자 회원 150명이 활동하는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유명세가 이어지자 신한금융그룹지주, 한국저작권협회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요청으로 상업 광고에도 출연했다. 국가보훈부, 국무총리실 등 정책홍보를 위한 캠페인 영상도 찍었다.

세계 3대 국제 뉴스 통신사로 꼽히는 로이터(Reuters)와 AP(Associated Press), 중국 관영 중앙TV(CCTV), 일본 공영방송인 NHK 등도 할머니들을 취재했다. 주한폴란드대사관은 할머니들을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수니와칠공주의 영향을 받아 칠곡군에서는 6개의 할매래퍼 그룹이 결성됐다. 농산물 브랜드 ‘건강 담은 칠곡할매’도 만들어졌다.

박점순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들은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랩을 하기로 약속했다”며 “앞으로도 랩을 때리면서 치매도 예방하고 용돈도 벌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전했다.

칠곡군은 200억원 규모의 할매문화관을 건립하고 할매시화거리를 조성하는 등 수니와칠공주를 비롯한 노년층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노년층이 문화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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