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의 ‘유어 아너’는 김명민!..형 집행정지는 언제까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놈은 말했다. “너를 죽이는 건 내게 너무 쉬워. 난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을 참고 있는 거야.” 그러면서 강요했다. “그러니 넌 네게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라고!”
터무니 없는 제안이다. 하지만 제안을 한 장본인이 놈이라면 거부할 수 없다. 그렇지만 과연 놈의 말대로 평생 일궈온 평판을 진흙탕에 처박으며 놈이 해내란 일을 해낸다고 살 수 있을까?
놈이, 그리고 놈의 조직이 우원을 평정한 것은 원한을 잊지 않아서다. 놈을 도모하려는 자라면 놈의 그 끔찍한 복수를 감당할 마음부터 먹어야 한다. 상대로 하여금 공격을 망설이게 만드는 공포. 그것이 놈의 힘이다.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의 송판호(손현주 분)는 김강헌(김명민 분)이 너무 두렵다. 아들 송호영(김도훈 분)이 낸 교통사고로 김강헌의 아들 김상현(신예찬)이 죽었다. 아들을 살리려 조작까지 시도했지만 죄없는 사람들만 죽어 나갔을뿐, 김강헌의 촉수는 기어코 자신에게까지 닿았다. 그나마 다행인 게 아직 아들까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놈이 복수의 총구를 들이밀었을 때 필사적으로 목숨을 구걸했다. 마침 4명을 죽인 살인범으로 수배됐던 놈의 큰아들 김상혁(허남준 분)이 체포됐다. 무죄 판결을 장담하며 구명에 나섰다. 도박은 통했다. 놈도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하지만 김상혁이 풀려난 다음엔? 김강헌은 결코 원한을 잊는 인간이 아니다. 단지 시간만 벌었을 뿐, 수를 내야 한다.
송판호가 일을 꾸민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하나 남은 아들 김상혁마저 잃을 수는 없다. 김상혁의 사건은 강소영(정은채 분) 검사에게 배당될 것이다. 검찰 내에서 섣불리 자신이 연관된 사건을 맡을 인물이라곤 자신을 처넣었던 강소영 외에 없을테니까. 그 전에 먼저 상혁을 체포한 여형사 장채림(박지연 분)은 손을 볼 필요가 있다. 김강헌의 아들을 체포하고도 말짱하다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한 일이다.
장채림을 납치했더니 송판호가 광분한다. 그저 자신의 일에 성실했을 뿐이라고? 해선 안될 짓도 있는 거라고? 이 책상물림은 제 손으로 사람을 둘이나 죽인 주제에 가소롭게도 아직 정의를 떠든다. 적절한 물리력을 동반해 아무리 성실해도 세상엔 건들여선 안될 사람도 있고, 김강헌이란 이름으로 해선 안될 짓은 없다는 걸 일러줬다.
강소영은 확실히 쉽지 않다. 부두살인사건에 집중할 줄 알았더니 아내 마지영(정애연 분)이 사주한 방화살인부터 치고 들어왔다. 마지영에겐 구속영장이 떨어졌고 영장실질심사는 송판호의 손으로 넘어갔다. 헌데 즉시 기각해야할 이 인간이 시간을 끈다.
엄마가 잡혀간 집안에서 혼자 남은 딸 김은(박세현 분)은 얼마나 불안했던지 옷장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 무구한 아이, 이 안쓰런 아이에게 이런 불안감을 안겨주다니.
송판호가 악을 쓴다. 김상혁을 무죄방면하기 전에 마지영의 영장마저 손쉽게 기각하면 자신의 판결이 의심받을 거라고. 차라리 모든 걸 밝히고 떳떳하게 죽겠노라고. 믿을 소리를 해야지. 제 목숨 건사하자고 죄없는 외노자에게 세 방의 총알을 먹인 인간이 떳떳하게 죽어? 총을 쏘자마자 꼬리 만 강아지꼴인 주제에? “당신이 이 세상 어디에서 무얼 하든 그 모든 걸 내가 알게 될 거야. 그에 합당한 대가는 치러야 될 거고.”
‘존경하는 재판장님’ 소리만 듣던 인간이라 그런지 거친 말투는 도무지 알아먹질 못한다. 국회의원 정이화(최무성 분)와 부두파 보스 조미연(백주희 분)까지 포함해 작당을 하는 모양이다. 경고는 언제라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밤 부두파의 본거지는 초토화 됐고 정이화는 납치되어 린치를 당했다. 습격자는 우원이 아닌 서부파. 김강헌의 사주임이 분명함에도 강소영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되는 티랍의 사체와 송판호에게 전달된 티랍 살해 동영상. 티랍은 죽어서도 냉동보관 돼 있었다. 사체가 발견됐으니 수사가 시작될 것이다. 정이화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다고 해도 송판호가 김강헌의 마수를 벗어날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니 송판호에게 ‘유어 아너’는 아무래도 김강헌인 모양이다. 그 김강헌은 이미 유죄판결을 내렸다. 형 집행정지가 끝나는 순간 “네가 찍은 마침표!”라며 판사봉 대신 권총으로 형을 집행할 기세다.
손현주·김명민의 연기력이 에스컬레이팅하는 긴장감이 드라마 ‘유어 아너’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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