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썰]'질식게임'하다 숨진 10대 "책임없다"던 틱톡…법원서 뒤집혔다

중국의 동영상 제작·공유 플랫폼 틱톡 로고. /사진=뉴스1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블랙아웃 챌린지'를 시도하다 사망한 10세 청소년에 대해 틱톡(TikTok)이 책임져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SNS(소셜네트워크) 기업의 보호망 역할을 해왔던 '통신품위법 230조'를 전면 수정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 주 제3연방순회항소법원은 "틱톡은 2021년 10세 청소년 닐라 앤더슨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항소법원은 "틱톡 알고리즘이 닐라 앤더슨에게 '블랙아웃 챌린지' 콘텐츠를 추천한 배경에 '편집적 판단'이 개입한 것으로 보며, 틱톡이 단순히 콘텐츠 제공자 역할을 한 게 아닌 만큼 사망에 잠재적인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0세 소녀 닐라 앤더슨은 미국 필라델피아주에 위치한 자기 집 옷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질식사로, 당시 틱톡에서 유행하던 블랙아웃 챌린지에 도전하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아웃 챌린지는 숨을 참아 뇌로 공급되는 산소를 차단하는 행위로, '질식 게임'으로도 불린다. 산소 공급이 중단되며 일종의 환각 상태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가 SNS를 타고 번지며 틱톡 챌린지로 이어졌다.

닐라 앤더슨의 어머니 타웨인나 앤더슨은 "딸이 틱톡에 올라온 블랙아웃 챌린지를 하다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며 챌린지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노출한 데에 대한 책임이 틱톡에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필라델피아 동부지방법원은 통신품위법 230조를 들어 해당 소송을 기각했다. 통신품위법 230조는 플랫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면책특권'으로, 이 조항에 따라 SNS는 플랫폼에 게시된 콘텐츠와 관련한 소송에서 면제될 수 있다.

미국 정치계를 중심으로 통신품위법 230조가 플랫폼 기업을 과도하게 보호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나서 해당 조항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스스로 콘텐츠를 조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며 통신품위법 230조를 사실상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연방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로 통신품위법 230조를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앤더슨 가족의 변호를 맡은 제프리 굿맨 변호사는 판결이 나온 28일(현지시간) "거대 SNS 기업들도 다른 기업과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앤더슨의 가족은 WSJ 등 언론 인터뷰에서 "무엇도 딸을 되살릴 순 없지만, 틱톡에 책임을 물음으로써 다른 가족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SNS는 어린이들이 위험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