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해상도로 ‘M87* 블랙홀’ 관측 성공

곽노필 기자 2024. 8. 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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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연구팀 “해상도 50% 향상 기대”
역대 최고 해상도로 관측에 성공한 M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실제 영상이 아닌 시뮬레이션 영상이다. 사건지평선망원경팀 제공

과학자들이 인류 최초의 블랙홀 영상 주인공인 처녀자리은하단의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역대 최고 해상도로 다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가 중심이 된 사건지평선망원경(ETH) 협력단 과학자들은 2019년 M87 초대질량 블랙홀(M87*) 이미지를 포착했던 관측 전파를 345㎓(0.87㎜ 파장) 주파수까지 확장해 다시 관측했다고 국제학술지 천문학저널에 발표했다. M87 초대질량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이른다.

사건지평선망원경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대형 전파망원경 알마(ALMA)를 비롯해 전 세계에 있는 10여개의 전파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기술을 이용해 연결한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말한다.

블랙홀은 태양 수십배 이상 질량의 별이 핵융합 에너지를 다 쓴 뒤 중력 붕괴하면서 만들어지는 초고밀도 천체로, 중력이 워낙 강력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로 그 경계지점을 ‘사건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이 지점에 다다른 물질이 내는 빛은 중력에 의해 휘게 되는데 이 빛을 관측하면 블랙홀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새로운 관측 데이터를 기존 관측 데이터와 합칠 경우, 해상도가 50% 이상 높아져 블랙홀의 바로 바깥영역까지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건지평선망원경(ETH)을 통해 86㎓(빨간색)와 230㎓(녹색), 345㎓(파란색) 파장으로 관측한 M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M87*) 모습과 이를 하나로 합성(왼쪽)한 시뮬레이션 사진. 주파수가 높을수록 이전에는 잘 식별할 수 없었던 구조가 드러난다. 사건지평선망원경팀 제공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바뀌는 격

연구 공동 책임자인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알렉산더 레이먼드 박사는 “230㎓(1.3㎜ 파장)을 이용해 획득했던 2019년의 첫번째 영상은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 빛이 휘어져 형성된 고리가 흐릿하게 보였으나 이번 관측에선 이미지가 더 선명하고 세밀해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면 블랙홀의 새로운 특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했다.

사건지평선망원경 컨소시엄 설립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하나인 논문 공동 책임자 셰퍼드 돌레만 하버드스미소니언천체물리학센터 수석연구원(천체물리학)는 이번 관측을 “흑백 사진에서 컬러 사진으로 바뀔 때 얻는 정보의 폭발력”에 비유했다. 그는 새 사진은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거나 은하계로 발산되는 뜨거운 가스와 자기장에서 아인슈타인의 중력 효과 현상을 분리해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230㎓로 관측한 최초의 블랙홀(M87*) 영상(왼쪽)과 이번에 345㎓로 관측한 블랙홀 시뮬레이션 영상. 사건지평선망원경팀 제공

이번 관측에 사용한 짧은 파장의 345GHz 전파는 230GHz보다 대기 중의 수증기에 더 잘 흡수되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감지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연구진은 계측기의 관측 가능 대역폭을 늘리고, 날씨가 맑은 때를 골라 관측하는 방법으로 이 장애물을 넘었다. 이번 연구에선 칠레 알마를 포함해 6개의 망원경을 이용했다.

협력단은 앞으로 세계 각 지역의 전파망원경이 100GHz∼345GHz 사이 여러 주파수에서 동시에 작동할 수 있도록 모든 안테나를 교체할 계획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미지 데이터 양이 10배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전파간섭계 기술은 서로 멀리 떨어진 전파망원경들을 이용해 같은 천체를 동시에 관측한 뒤 데이터를 합쳐, 마치 해당 거리의 구경을 가진 망원경이 관측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초장기선 전파간섭계는 망원경 사이의 거리가 수백km 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345GHz에서 처음으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한 사건지평선망원경들의 위치. 사건지평선망원경팀 제공

지구에서 달 표면의 병 뚜껑까지 본다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를 이용해 해상도를 높이려면 일반적으로 더 큰 망원경을 사용하거나 간섭계를 구성하는 관측소 간의 거리를 더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사건지평선망원경은 관측소 간 거리가 이미 지구 규모로 최대치에 이른 상태다. 연구진은 다른 방법을 궁리한 끝에 더 짧은 파장의 빛을 이용해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연구는 사건지평선망원경 중 일부만 활용한 예비단계의 작업으로, 역대 최고 해상도의 빛을 감지하긴 했지만 사진으로 재구성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사건지평선망원경을 구성하고 있는 안테나 전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지구에서 달 표면에 있는 병 뚜껑까지 볼 수 있는 정도의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촬영한 것보다 더 멀고 작고 희미한 블랙홀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3847/1538-3881/ad5bdb

First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Detections at 870㎛.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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