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는 됐는데’… 위원장 모시고 시연하다 머쓱해진 금융사들

IT조선 김경아 기자 2024. 8. 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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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사들이 금융당국 수장 앞에서 자사 핀테크 서비스를 시연하다 실패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그러다 NH금융그룹 부스에 들러 NH투자증권의 '차트분석 AI 시스템' 시연을 참관했다.

이 대표는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2년에 걸쳐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해 줘 올해 6월부터 '얼굴인증 암표방지 시스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여기까지 온 것은 금융위원장님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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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핀테크위크 2024, 김병환 금융위원장 각 금융사 부스 돌며 현장 참관

국내 금융사들이 금융당국 수장 앞에서 자사 핀테크 서비스를 시연하다 실패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정재호 NH농협은행 부행장(왼쪽)이 27일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 내 NH농협금융 부스에 방문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반려동물 라이프케어 서비스 ‘AI포펫’을 소개하고 있다. / 김경아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에 참석, 부스 여러 곳을 돌며 서비스 시연 감상과 함께 설명을 들었다.

그러다 NH금융그룹 부스에 들러 NH투자증권의 ‘차트분석 AI 시스템’ 시연을 참관했다. 해당 서비스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주식 차트를 분석, 고객의 투자 판단을 돕는 기능이다. 하지만 김병환 위원장은 해당 서비스를 체험하지 못했다.

담당자가 시스템 구동을 시작하자 앱 로딩이 느려지면서 화면이 버벅거렸다. 급기야 앱에서 로그아웃까지 돼, 여러 담당자가 나와 앱 구동을 다시 살펴야 했다. 하지만 금융위원장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살려내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행사장 내 인파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네트워크 문제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재호 NH농협은행 부행장이 부랴부랴 반려동물 라이프케어 서비스 ‘AI포펫’을 소개한 후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해야 했다. 해당 서비스는 NH올원뱅크 앱에서 AI를 기반으로 원격 진료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직 출시되지는 않았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부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토스는 김 위원장 앞에서 ‘얼굴인증 암표방지 서비스’를 보여주기로 예정돼 있었다.

해당 서비스는 토스 앱에 얼굴을 등록하면 공연장 입장 시 별도의 티켓 확인 없이 얼굴 인식으로 입장이 가능한 방식이다. 토스는 지난 12일 인터파크트리플, 하이브와 암표 방지 및 건전한 공연 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이 27일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 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부스에 방문해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오른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승건 대표 옆으로 토스의 ‘얼굴인증 암표방지 서비스’ 시스템을 점검 화면이 보인다. / 김경아 기자

그러나 김병환 위원장 앞에서 시연을 시작하자, 담당자 얼굴이 계속 인증되지 않았다. 실제 현장이었다면 티켓을 구매한 고객은 입장도 못하고 얼굴만 붉혔을 터.

그러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는 “금융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2년에 걸쳐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해 줘 올해 6월부터 ‘얼굴인증 암표방지 시스템’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여기까지 온 것은 금융위원장님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난 휴대전화 화면이 미러링된 서브 모니터에 그대로 노출됐다. 담당자는 시스템을 점검했지만, 결국 이승건 대표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다.

비바리퍼블리카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방문 직전까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으며, 당시 현장에서 통신(와이파이) 관련 이슈가 발생했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안타깝지만 과거 중요한 시연 자리에서 예기치 못한 실수나 기기 오작동 등으로 주최 측을 당혹하게 했던 사례는 참으로 다양하다. 이젠 전설처럼 회자되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예외는 아니다.

2010년 아이폰4 발표 현장에서 무선랜 와이파이가 안 잡혀 다음 화면이 넘어가지 않고 버벅거리자, 잡스는 “네트워크가 너무 느리네요”라고 눙친 다음, 청중들에게 “너무 많은 와이파이가 사용되고 있어서 데모가 안 되는데요. 데모를 원하세요? 블로깅을 원하세요? 난 시간이 많아요”라고 웃으며 물었다.

현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와이파이에 접속해 블로그 작성하고 있었던 것을 눈치챈 잡스가 이제 그만 각자 와이파이를 끊고, 자신의 아이폰 신제품 시연회에 집중해 달라는 재치있는 주문이었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 시연시 방탄유리라 소개했던 유리창이 갈라지자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쳐다보고 있다. /발표영상 캡처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2019년 픽업트럭인 사이버 트럭을 공개하면서 방탄 기능을 시연했는데, 디자이너가 금속 공을 창문에 던지자 그만 쩍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갈라지고 말았다. 이 때도 머스크는 “아직 개선할 여지가 있네요”라고 여유있게 받아쳤다. 하지만 이날 테슬라 주가는 6% 넘게 급락했다.

IT조선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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