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앞바다서 ‘멸종위기’ 뿔쇠오리 발견…“이동경로 확장 보여줘”

알류샨제비갈매기도…철새동호회가 발견

울산 앞바다에서 촬영된 뿔쇠오리.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 제공

희귀 조류인 뿔쇠오리 2개체와 알류샨제비갈매기 6개체가 울산 앞바다에서 관찰됐다.

29일 울산시의 설명을 들어보면, 울산 철새동호회 ‘짹짹휴게소’가 지난 24일 동구 방어진에서 약 8.1㎞ 떨어진 바다에서 이들 개체를 관찰하고 사진으로 촬영했다. 이번 관찰은 뿔쇠오리와 알류샨제비갈매기의 이동 경로가 울산 앞바다로 넓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울산시는 설명했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 450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종이다. 국내에서는 독도와 여수 백도, 신안 구굴도, 제주도 마라도 등 4곳에서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쇠오리와 비슷하게 생긴 뿔쇠오리는 청회색 부리와 머리의 검은색 뿔깃이 특징이다.

먼바다에서 생활하다가 무인도 암석 틈에 알을 낳는데, 고양이나 쥐, 낚시꾼 등으로 번식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에는 마라도에서 고양이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울산 앞바다에서 촬영된 알류샨제비갈매기.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 제공

알류샨제비갈메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종으로 사할린, 알래스카에서 번식하고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겨울을 보낸다. 국내에서는 2004년 8월23일 인천 소청도 인근 바다에서 1개체가 발견됐고, 2014년 8월10일 경북 포항 구룡포 바다에서 6개체 가량이 발견됐다.

여러 요인으로 개체수가 점차 줄어 멸종 위협을 받고 있고, 먼바다 수면에서 활동해 관찰이 어렵다고 알려졌다. 생김새는 제비갈매기와 비슷하지만, 머리의 흰색 폭이 더 넓은 게 특징이다.

최창용 서울대 교수는 “이번 발견은 뿔쇠오리와 알류샨제비갈매기의 이동 경로가 기존에 알려진 제주도와 남해안뿐 아니라, 울산 동해안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이번에 이른 시기에 관찰된 것은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른 이동 패턴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울산 해안이나 해상으로 통과하는 희귀 조류들이 많이 있어 이번에 시기에 맞춰 관찰을 위해 나가게 됐다”면서 “울산 방어진 바다나 서생 앞바다가 조류 이동 경로에 중요한 위치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바다 환경을 지켜내는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