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들, 밖에선 입 닫으라는 탈레반에 “목소리 허하라”···SNS로 저항

조문희 기자 2024. 8. 2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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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억압적인 탈레반에 저항하며 노래하고 있다. 엑스(X, 구 트위터) 갈무리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 탈레반의 ‘도덕법’에 저항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AFP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국내외에 거주하는 아프간 여성들은 최근 “내 목소리는 금지된 게 아니다”, “탈레반은 안 된다” 등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이 노래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고 있다.

이는 앞서 아프간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탈레반 정부가 지난 21일 공개한 35개 조항 법안에 반대한다는 취지에서다. 탈레반 자칭 ‘도덕법’으로, 이에 따르면 여성은 집 밖에서 신체를 완전히 가려야 하며 공공장소에선 목소리를 내선 안 된다. 노래 부르기나 시 낭송 등도 금지된다.

아프간 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한 영상에는 한 여성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베일을 뒤집어쓴 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겼다. 이 여성은 노래를 통해 “당신은 내 목소리를 침묵시켰다. 당신은 여성이라는 죄로 나를 집에 가두었다”고 했다.

타이바 술라이마니라는 젊은 여성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베일을 조정하며 “여성의 목소리는 숨겨야 할 게 아닌 자신의 정체성이다”라고 노래했다. 그는 영상과 함께 “나는 자유의 찬가를 부를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현재 폴란드에 살고 있는 전직 경찰 잘라 자자이는 공유한 영상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유명 여가수 아리아나 사예드의 노래를 불렀다. 그는 AFP 통신에 “아프간 여성에 대한 억압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는 우리 목소리는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탈레반이 정권을 잡자 조국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한 아프간 태권도 챔피언 마르지에 하미디도 SNS에서 ‘우리를 존재하게 하라(#LetUsExist)’라는 메시지를 퍼트려 달라고 요청하며 목소리를 박탈당한 이들의 목소리가 돼 달라고 촉구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브레이킹 비걸 첫 경기에서 난민팀의 아프가니스탄 출신 선수 마니자 탈라시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자유를’이라고 쓰인 천을 펼쳐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파리 올림픽에서는 아프간 여성 선수들의 ‘여성 해방’ 목소리가 주목받기도 했다. 아프간 육상 단거리 선수 키미아 유소피는 지난 4일 100m 예선에서 자기 번호표 뒤에 ‘교육’, ‘우리의 권리’ 등 영어 문구를 적어 관중에게 내보였다.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아프간 소녀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은 기본적인 권리, 교육, 스포츠를 원한다”고 말했다.

난민팀 선수로 ‘브레이킹 비걸’ 종목에 출전한 아프간 출신 마니자 탈라시는 공연 도중 상의를 벗고 안에 입은 옷 등 뒤에 쓰인 ‘Free Afghan Women’(아프간 여성에게 자유를) 내보여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경기 후 대회조직위원회는 탈라시를 실격 처리했다.

유엔에 따르면 탈레반 통치 하 아프간은 전세계에서 여성 권리에 대해 가장 억압적인 나라다. 2021년 8월 재집권한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해석해 여성 교육 제한 등 여러 제한 조치를 이미 비공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도덕법은 이러한 제한 조치들을 반영한 것이다.

서방은 여성 인권을 심각하게 탄압하는 조치라고 비난했으나, 탈레반은 서방이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하는 ‘오만’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엔 여성기구는 “도덕법 제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모든 아프간 여성, 소녀들과 굳건히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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