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서울은 화려한 ‘예술의 도시’가 된다
미술관·갤러리 등 특별 전시도 '눈길'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올 가을 서울이 글로벌 예술 도시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다음 주에 막을 올리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9월 4~7일)과 ‘키아프 서울’(9월 4~8일)은 물론, 이 기간에 맞춰 국내 주요 미술관과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국내에서 평소 보기 어려운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이면서다.
매년 열리는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라는 구심점이 생기면서, 서울이 세계 미술인들의 멋진 무대를 한 판 크게 꾸미는 화려한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로 3회차에 접어든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은 국내외 110여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머핀, 페이스, 타데우스 로팍 등 세계 정상급 갤러리와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들이 부스를 낸다.
다만 12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던 지난해에 비해 규모가 다소 줄었다. 또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거장들의 작품도 예전보다 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갤러리는 미술시장을 접근할 때 굉장히 똑똑한 의사 결정을 한다”며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각 시장마다 서로 다른 컬렉터 성향을 고려해서 출품작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선 갤러리현대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조각 실험을 보여주는 전준호의 신작을 선보인다. 가고시안은 9월 초 서울에서 개인전을 여는 데릭 애덤스를 비롯해 마우리치오 카텔란, 백남준 등의 작품을 들고 온다.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작가인 하종현, 권영우, 박서보와 함께 컨템포러리 작가인 강서경, 이광호, 양혜규 작품을 출품한다.
하우저앤워스는 리타 아커만, 루이스 부르주아, 에드 클라크, 니콜라스 파티 등의 작품을, 페이스 갤러리는 이우환의 1980년대 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페미니스트 사진작가 박영숙을 조명한다. 리만머핀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작품을 출품한 김윤신을 비롯해 이불, 서도호, 성능경 등 한국 작가 4명 작품을 들고나온다.
고미술품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주요 걸작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선 아시아 갤러리에 초점을 맞췄다. 우손 갤러리는 1세대 여성작가 이명미의 1977년 전시를 재조명하는 개인전을, 학고재는 변월룡, 정창섭, 김환기, 이준, 백남준, 박영하, 류경채 등 한국 근현대 미술의 대표 작가 7명을 소개한다. 프랑스 갤러리 미테랑은 니키 드 생팔의 1960년대 조각 작품을, 레정뤼미니르는 중세 필사본과 당시의 보석류를 전시한다.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에는 국내 갤러리 132곳을 포함해 총 206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전체 참가 갤러리 중 3분의 1 이상이 해외 갤러리다. 메인 섹션인 ‘갤러리 섹션’에는 국제갤러리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을, 리안갤러리는 오랜 시간 축적된 색체의 섬세한 투명성에 주목하는 김택상을 선보인다. 학고재는 지근욱과 박광수 등 신진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조현화랑은 삶과 죽음의 경계와 그로 인한 불안을 연구하는 안지산의 작품을 출품한다.
‘솔로 섹션’에서는 14개 갤러리가 각각 한 작가에 집중해 작품을 심도 깊게 살피는 전시를 선보인다. 운영 기간이 10년 미만인 신생 갤러리를 조명하는 ‘플러스 섹션’에서는 27개 갤러리가 활기찬 기획력이 돋보이는 신진 작가 위주로 작품을 소개한다.
‘키아프리즈’ 기간 국내 주요 미술관들과 갤러리들도 평소 구경하기 어려운 대작들을 선보이며 ‘장외열전’에 나선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개인전을 열었고, 호암미술관은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가져왔다. ‘스위스의 마그리트’라 불리는 그가 한국에 머물며 그린 파스텔 벽화 5점이 가장 주목되는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지난 3일부터 60여명의 아시아 여성 작가들이 참여하는 기획전 ‘말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을 개최했고, 다음 날 4일에는 송은에서 억만장자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연다. 그는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럭셔리 패션 기업 케링의 창업주이자, 미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 소유주다.
내달 5일부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 개인전이 시작한다. 기술과 생물, 감각을 융합하는 실험적 작업을 해온 작가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다. 같은 날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북유럽 출신의 작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 전시를, 북촌에 새로 개관하는 푸투라 서울은 개관전으로 레픽 아나돌을 선택했다. 아나돌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모마)이 수집한 약 14만 개의 각종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실시간 분석해 제작한 초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해 논쟁을 일으킨 작가다.
유명 갤러리들 역시 미술사적 의미를 갖는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해 눈길을 끈다. 세계 최정상 갤러리인 가고시안 갤러리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전시를 열면서 미국 작가 데릭 애덤스를 소개한다.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작가의 새로운 회화 시리즈를 선보였다. 페이스 갤러리도 내달 4일부터 색면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와 한국의 단색화 대가 이우환의 2인전을 개막한다. 2018년부터 최근작까지 이우환의 대표 회화와 1950~1960년대 로스코의 주요 작품을 함께 살펴보는 전시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갤러리는 오는 3일부터 아일랜드 출신의 추상 화가 션 스컬리와 독일 신표현주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독수리 작품을 전시한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멕시코 개념미술가 가브리엘 오로즈코가 재해석한 자연의 기하학적 형상 작업을, 글래드스톤 서울은 퍼포먼스와 비디오 아트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조앤 조나스의 초기 비디오 작업을 선보인다.
한국 갤러리들 역시 국제갤러리가 자수 작업으로 잘 알려진 함경아와 한국계 미국 작가 마이클 주의 개인전을 30일부터 동시에 개막하며 출격에 나선다. 재미교포 원로 조각가 존 배는 갤러리현대에서 11년 만에 한국 개인전을 열고, PKM 갤러리는 한국 추상회화 1세대 작가 유영국 개인전을 지난 21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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