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서안 테러 잡는다며 유대인 정착민 폭력 눈감아"

현윤경 2024. 8. 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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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팔레스타인 주민 향한 이스라엘 이중잣대 지적
국제사회 우려·경고에도 네타냐후 '미지근한 대응' 일관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들의 방화로 불에 탄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과 차량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 대원들의 테러를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개시한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민의 폭력은 방관해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폭력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오직 팔레스타인이 저지르는 폭력에만 주된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시작한 대규모 군사 작전은 거의 11개월을 채운 가자지구 전쟁 동안 이 지역에서 급증한 유대인 정착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짚었다.

이스라엘군은 27일(현지시간)에서 28일로 넘어가는 한밤중을 기해 서안지구 툴카렘과 제닌, 투바스 등지에 무인기(드론) 공습을 가하고 지상군 병력을 수백명을 전격 투입, 군사 작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몇달 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늘고 있다면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을 겨냥한 이번 작전으로 테러리스트 5명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도 최소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안에서는 특히 가자전쟁 발발 이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 역시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이스라엘군 지휘부는 유대인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이 이스라엘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지경이라고 개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스라엘군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앞서 이달 중순에도 서안의 지트 마을에서 돌덩이과 칼라슈니코프 소총 등으로 무장한 유대인 정착민 수십명이 마스크를 쓴 채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공격했으나 이스라엘 당국의 대처가 늦어지면서 팔레스타인 주민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졌다.

서안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이스라엘군의 아비 블루스 소장은 "당시 사건은 이스라엘인들이 지트 마을 주민들을 고의적으로 해치기 위해 시작한 매우 심각한 '테러'였다. 우리는 그들(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좀 더 일찍 도착했어야 했다"며 늑장 대응을 인정했다.

28일 이스라엘군의 공습 현장을 살펴보는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주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각각 연루된 폭력 사건의 빈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서안 폭력을 주간 단위로 기록하는 UNOCHA의 28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주 유대인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30건의 공격을 저질렀으며, 이로 인해 1명 사망, 11명 부상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대인 정착민들을 상대로 한 팔레스타인인들의 공격은 1건에 그쳤고, 사상자는 없었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것을 계기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래 긴장이 더 높아진 서안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공격한 횟수는 총 1천270회로 UNOCHA는 집계하고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 측에 따르면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 서안에서 64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기간 팔레스타인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측에서는 약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안에서 이처럼 유대인 정착민의 폭력이 기승을 부리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폭력을 일삼는 극우 유대인 정착민들을 제재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28일에도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극단적인 폭력을 저지른 책임을 물어 유대인 정착민 1명과 단체 1곳을 상대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를 이끄는 로넨 바르 국장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사회는 물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스라엘 국내 담당 정보기관인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은 서안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저지르는 무분별한 폭력 행위가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를 담은 서한을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정부 각료들, 검찰 총장 등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바르 국장은 이 서한에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 지구의 유대인 정착민 폭력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심지어 일부 국가 지도자들이 이를 방조하면서 이런 범죄가 광범위하게 확산했다는 강도 높은 비난도 담았다.

한편,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승리 이후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해 정착촌을 건설했으며, 이후 이스라엘에서 이주해온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법에 따르면,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은 불법이지만 이스라엘 정부의 묵인 속에 정착민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 현재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유대인 정착민은 50만명에 이른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은 약 270만명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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