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버리는 패' 취급 받던 마테우스 심폐 소생시킨 김판곤 감독의 용병술

김태석 기자 2024. 8. 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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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울산)

거의 모든 감독들은 기자회견에서 선수 개인 평가와 관련한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칫 자신의 말 한 마디가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판곤 울산 HD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례적으로 기용 이유를 설명한 선수가 있다. 바로 마테우스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8일 저녁 7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2라운드에서 광주에 2-2로 비겼다. 울산은 전반 12분 임종은, 후반 8분 마테우스의 연속골로 시종일관 앞서 갔으나, 후반 1분과 후반 43분에 두 골을 몰아친 오후성의 맹활약을 앞세운 광주의 추격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지난 21일 1라운드에서 1-0으로 승리한 바 있는 울산은 종합 스코어에서 3-2로 광주를 따돌리고 대회 결승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김 감독은 지난 25일 광주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졌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8라운드 광주 원정 경기에 이어 이날 코리아컵 준결승 2라운드에도 마테우스를 선발로 기용했다. 심지어 이번 28일 경기에서는 마테우스를 경기 내내 피치에 남겨놓았다. 25일 광주 원정 경기에서 체력적인 어려움 때문에 도중에 물러나야 했던 마테우스는 28일 경기에서는 한층 진일보된 모습을 보이며 팀을 결승에 올리는 결정적인 골까지 만들어냈다.

이러한 마테우스의 활약은 울산의 지난 광주와 3연전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마테우스는 2024시즌을 앞두고 울산에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팀 내 입지를 상실한 선수였다. 울산이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긴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이처럼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기에 팬들로부터 여러모로 아쉬움을 샀다. 그랬던 마테우스가 김 감독의 손을 타고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울산 팬들에게는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개인 평가를 안 하고 싶은데 특별히 이 선수가 그간 뛰지 않았던 터라 말씀 좀 드리겠다"라고 이례적으로 마테우스를 쓰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김 감독은 "팀에 부임했을 때 선수 통계 기록을 보니 마테우스의 출전 횟수가 많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수비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어 우리 팀의 주도적인 축구에 조금은 맞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부임 전 마테우스의 팀 내 입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강점이 많은 선수였다. 여러분들께서 보셨겠지만 5대5 볼 경합 상황에서는 거의 다 이기는 선수"라며 "이런 플레이로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장점이 보였다. 그 장점을 경기에서도 한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좀 더 넓은 스쿼드를 확보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선수의 기량을 체크하고 싶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마테우스를 기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경기에 투입해도 되는 선수를 얻었기 때문에 저는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마테우스의 부활에 대해 만족감을 보였다.

마테우스에게도 이번에 주어진 기회는 굉장히 소중하다. 광주전 득점 후 이케다 세이고 코치의 품에 한참 안기는 모습을 보였던 마테우스는 "어려운 순간을 지나면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동료들이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있다"라고 그간의 마음 고생을 설명했다.

이어 "김판곤 감독님이 새로 오셨을 때 개인적으로 기회라고 생각했다"라며 "감독님께서 믿음을 주셨고 그 믿음에 항상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가 울산을 도울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감독님께서 제게 '널 멀리서 지켜봤었다'라고 하셨는데 그게 제게 큰 동기 부여로 다가왔다. 저는 이렇게 절 도와주시는 분들에게는 꼭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시즌 개막 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울산의 '버리는 패' 취급을 받았던 마테우스가 전력화되면서 울산의 전력은 한층 더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적시장이 사실상 마감된 후 울산 사령탑에 정식 부임한 김판곤 감독 처지에서는 잔뜩 동기 부여된 브라질 미드필더의 등장은 선수 영입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광주 3연전 결과만큼이나 커다란 소득일 수 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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