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없숲' 고민시, '즐기는 자'인데 겸손하기까지 하다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고민시는 "고민시의 시대가 온다"는 선배 김혜수의 칭찬에 "시대는 계속해서 바뀐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작품이 연이어 쏟아져도, '대세 배우' 수식어가 붙어도 그에게는 찰나의 이벤트처럼 시기가 맞물린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고민시는 2017년 SBS '엽기적인 그녀'로 데뷔 후 KBS2 '오월의 청춘', 영화 '밀수', 넷플릭스 '스위트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김윤석 등 대선배들과 호흡할 기회를 얻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연출 모완일)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고민시는 극 중 전영하(김윤석)가 운영하는 펜션에 손님으로 찾아오고, 평화로웠던 영하의 일상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수상한 여자 유성아 역으로 열연했다. 고민시는 캐스팅 된 과정에 대해 "제가 두 번째 미팅하는 날 한 번도 안 신은 구두를 신고 갔다. 리딩이 다 끝나고 감독님께서 '구두가 정말 예쁘다'는 이야기를 하시길래 제가 '특별한 날에만 신는 거다'라고 했다. 알고 보니 제가 3초 동안 구두를 보면서 나타냈던 표정에서 성아를 봤다고 하셨다. 저도 모르는 저의 표정을 보시고 성아를 느꼈다고 하신 거다. 그 말을 믿고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고민시는 '스위트홈' 출연 당시 47kg이었지만 이번 작품으로 43kg까지 감량하며 인생 최저 몸무게를 경신하는 투혼을 불살랐다. 그럼에도 배고픔을 못 느꼈다고.
고민시는 "왜냐하면 내일 촬영해야 할 장면이 몹시 설레고 떨리고, 몰입이 돼 있다 보니까"라며 "사실 다이어트의 경우 그냥 먹고 싶은 생각도 안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제가 그 에너지를 다 채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배고픔을 못 느낄 정도로 현장을 너무너무 사랑했고, 역할은 어려운 캐릭터지만 현장에서 받는 그 에너지가 밥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배불렀다.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아예 안 날 정도로 너무 좋았고 아깝지가 않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성아가 노출 있는 의상을 입지만, 고민시는 섹시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섹시한 모습이 도드라져 보였으면 좋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유성아란 인물이 어떻게 하면 몸에 있는 뼈나 근육들이 보이면서 더 동물적이게, 혹은 날 것의 느낌이 잘 표현될 수 있을까'란 부분에 있어서 등 라인이 많이 보이는 의상들로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척추뼈들이 잘 보이고 기괴해 보였으면 싶었다. 후반부 전의선(노윤서)과 액션신을 할 때도 의선이 목을 조를 때 척추뼈가 드러나는 장면이 기괴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좀 더 체중을 될 수 있는 데까지 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고민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는지 묻자 "이 작품은 '돌 맞은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살인마에게 공감이 되면 안 됐다. 그래서 유성아의 이야기에 시청자가 설득되지 않게 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살인마에 납득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 한편으로 "저는 이 인물을 연기하는 입장으로서 캐릭터를 이해해야 했기 때문에 전사(前事)나 서사를 감독님과 작가님께 여쭤보고 그것을 듣고 인물을 만들어 나갔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들은 전사에 따르면, 성아는 명품 옷을 걸칠 정도로 돈이 많지만 아버지에게 외면당했으며, 전 남편과 순탄치 않은 가정생활을 겪은 인물이다.
또한 성아는 영하의 펜션에 매료돼 펜션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하는 인물이다. 펜션에 집착하며 방해되는 사람은 가차 없이 공격하거나 죽인다. 고민시는 성아가 사이코패스처럼 보이지만 사이코패스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성아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흥미를 느끼는 친구"라며 "유일하게 전 남편 하재식(장승조)한테 두려움을 느낀다. 또 영하가 실질적인 위협을 가할 것 같을 때도 두려움을 느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윤석에 대해서는 "대사를 나눌 때나 눈빛이나 공기를 교류하는 것만으로 저한테는 정말 큰 재산이다. 그런 순간들이 행복하고 즐거워서 그 현장을 더 사랑했던 것 같다. 선배님께서 악역을 맡았을 때의 무게감과 악역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게 희로애락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악역은 다수와 겨뤄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굉장히 외로운 인물이라고 하셨다. 그런 포인트들을 조금씩 살려서 입체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밝혔다.
고민시는 현장에서는 잘 떨지 않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촬영 전날이 가장 떨린다며 "'이 신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가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것들을 다 날리고 연기할 수 있는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묘한 긍정적인 긴장감이 좋다"고 밝혔다.
고민시는 현재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2'에 고정 출연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황금 인턴'이라고 불리며 나영석PD와 이서진 등의 총애를 받지만, 언제나 흔들림 없이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한다. 기부도 꾸준히 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데뷔 초 때 선배님들이 기부를 하는 기사를 보면서 본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게 정말 멋있었고 저도 저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부모님도 내가 가진 것에서 일부를 나누면 그게 정말 좋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렸을 때는 그게 좀 이해가 안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좋고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쓸모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계속해서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로는 로맨스를 꼽았다. 고민시는 "이제는 제가 로맨스를 할 수 있을 때가 오지 않았나.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보여드릴 자신이 없었다. 가장 어려운 연기가 사랑 연기와 코미디 연기라고 생각하는데 좀 더 저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그런 것들이 쌓이면 좋은 로맨스물로 인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또 정통 사극으로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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