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민호는 즐겁다

서울문화사 2024. 8.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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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과 만나 눈동자를 마주하면 힘이 난다. 새로운 배역을 맡으면 매번 어렵지만 재밌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은 연극에 출연해 설렌다. 그리고 꾸준히 운동을 한다. 민호의 하루하루는 여전히 즐겁다.
재킷·셔츠 모두 발렌티노 제품.
체크 수트·니트 톱 모두 마르니, 슈즈 질 샌더, 모자 골든구스 제품.
코트·셔츠·팬츠·타이 모두 발렌티노 제품.

어떤 기분으로 하루하루 보내나요?

요새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있어요. 연극 연습을 매일매일 하다 보니까 한정된 시간 안에 제 일상도 보내야 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으로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밤에 사색도 즐기고 늦게 운동하기도 했죠.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맞이하면 피곤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늦잠 잔 날이 더 피곤해요.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는 점이 좋더라고요. 앞으로 무조건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겠다는 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게 많은 날에는 일찍 일어나려고 해요.

상반기에는 대외적인 활동이 팬 콘서트였어요. 다른 작업에 비해 팬을 만나는 일은 기분이 남다른가요?

많은 팬이 저에게서 에너지를 받는다고 말씀해주세요. 당연히 많은 에너지를 드리려고 하지만, 저도 팬들을 만나면 진짜 좋고 행복한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다음 단계를 밟아갈 수 있는 힘이 되죠. 저한테 굉장히 좋은 시간이에요.

다 좋았겠지만 기억나는 순간을 하나 꼽는다면 뭘까요?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할 때가 기억에 남아요. 눈과 눈을 마주치고 뭔가 진심이 느껴질 때 그 순간들이 기억에도 남고 힘이 되기도 하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특별할 수밖에 없겠죠.

엄청 복 받은 거죠. 온전히 저를 응원하기 위해 많은 분이 모여서 한마음 한뜻으로 소리 내실 때, 진짜 어떤 행복보다 큰 감정을 느끼게 되죠. 혼자 팬 콘서트를 한 건 작년 말부터 올해가 처음이에요. 공연도 많이 보여드리고 얘기도 많이 하는 시간이어서 좋았죠.

팀으로 함께 했을 때보다 혼자 했을 때 팬 콘서트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나요?

아니요. 마음의 변화 같은 건 크게 없어요. 팬 미팅을 하든 팬 콘서트를 하든 콘서트를 하든 항상 마음은 같았어요.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서 마련한 무대이기에 준비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도 똑같고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도 항상 똑같았어요.

한결같은 마음이 장점인가요?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웃음)

올림픽 홍보대사, 드라마 <가족×멜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까지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줄 시기가 찾아와요. 많은 걸 보여주기 전 두근거림이 큰가요?

사실 불안함이 커요. 과연 이 작품이 나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불안함이 있죠. 특히 팬뿐만 아니라 대중이 어떤 시선으로 날 바라봐주실까 하는 긴장감이 크죠.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전 유독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드라마 전에 올림픽 프렌즈로 파리에 가잖아요. 홍보대사 활동을 많이 했겠지만, 운동을 워낙 좋아하니 보다 특별하게 다가오겠죠?

정말 꿈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하는 올림픽에 초청받아서 한국 선수들을 비롯해 좋아하는 종목을 보면서 응원하고 즐길 수 있으니 꿈만 같고 기대가 크죠. 또 재밌는 점은 아버지가 88 서울 올림픽에 출전하셨어요. 물론 전 보기만 하는 거지만 감회가 남다르죠. 또 이번 파리 올림픽은 파리 곳곳, 아름다운 유적지에서도 경기를 하니 기대가 커요.

만능 스포츠맨, 열정 같은 키워드가 20대를 관통하고 지금도 유효해요. 30대에도 이 느낌 그대로 가는 게 좋을까요?

어떻게 보면 딱 20대 때에 잘 어울리는 단어이긴 해요. 그런데 전 20대 때보다 오히려 30대가 돼서 마음가짐이나 몸 상태가 더 좋은 거 같아요. 일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한결 편해지고 좋아졌어요. 물론 그때만큼 달려들진 않아도 여러 가지 경험이 쌓이고 여유가 생겨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만큼 몸 상태나 마음가짐이 훨씬 좋아졌죠.

오히려 30대에도 여전히 열정과 만능 스포츠맨이 키워드라면 차별점이 있겠네요.

사람은 누군가에게 영향받아 좋은 쪽으로 발전하려고 하잖아요. 전 어릴 때부터 부모님 영향을 받았고, 아직도 많이 받아요. 아버지는 연세가 60세가 넘으셨는데 항상 쉬는 날에도 러닝이나 웨이트를 하세요. 매일 꾸준히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가끔씩 쉬고 싶은 날이 있어도 하게 되죠. 전 이제 고작 서른이 넘었을 뿐이니 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생기죠.

항상 자극받는 상황이네요.

SNS에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도 그걸 보고 누군가는 한번 열심히 해볼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예요. 절 따라 해보라거나 힘내라는 문구는 없어요. 그냥 저의 루틴과 일상을 올리면서 조금이나마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를 얻고, 더 나아가 실제로 운동한다면 좋은 영향력을 끼친 거라고 생각하죠. SNS의 순기능을 통해 제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단 한 분에게라도 동기부여가 된다면 전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새 연기를 시작한 지도 10년 정도 지났어요. 그 사이 변한 점과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뭘까요?

처음 연기를 시작하고 군대 가기 전까지 직선으로만 달려온 거 같아요. 그동안 걸을 때도 있고 차근차근 밟아나갈 때도 전속력으로 뛸 때도 있었지만, 아무튼 좀 직선적으로만 달린 느낌이죠. 그때는 내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고 어필하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겼어요. 그런데 군대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고 여유도 생기다 보니 이런 직선적인 것만 보여드려선 내 매력을 많이 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사이 후회의 시간도 좀 보냈고요.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까 고민하고 새로운 것도 많이 해보려는 시기가 왔어요. 지금은 어필하기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매력을 드러내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생각과 연기 패턴도 바뀌었죠.

새로운 역할을 만났을 때 역할에 접근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나요?

우선 저와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공통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예를 들어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면 저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니까 왜 좋아하게 됐는지 세밀하게 파고들면서 살펴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왜 다른지, 태어날 때부터 그런지,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런지 살펴보고요. 이렇게 공통점과 다른 점을 찾으면서 캐릭터를 구축하죠. 작품을 보면 처음 하는 작업 중 하나예요.

코트·팬츠 모두 구찌, 벨트 르메르, 슬리브리스 이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팬츠·타이 모두 뮌, 슈즈 질 샌더 제품.

“언제나 처음 할 때는 어려워요. 익숙해지는 건 없어요.
매번 똑같은 캐릭터를 하지 않으니 새로운 캐릭터는 매번 어렵죠.”

처음 연기할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인물에 접근했어요?

아니요. 처음부터 이렇게 디테일하게 하진 못했죠. 처음에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자고 단순하게 생각했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더 잘하고 싶어 공부도 하면서 이런 디테일을 연구하게 됐어요. 좋은 감독님과 선배님들과 얘기하다 보니까 캐릭터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방식이 구축됐죠. 그러면서 편하게 연기해야지 하는 게 아니라 진짜 편하게 나오는 지점이 딱 생기기도 하죠.

<가족×멜로>에서 맡은 남태평은 자신과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가요?

사람들이 딱 봤을 때 저랑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얘기해줬어요. 외적이고 단면적인 모습만 보면 어울리는 건 확실한데, 속으로 파고들면 저와 반대인 캐릭터예요. 가정사도 있고 감정을 계속 숨겨야 하죠. 남들 앞에서 웃고 있지만 사실 속으로는 울고 있는 캐릭터다 보니까 저랑 다른 지점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 애를 먹다가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감정 잡는 데 도움을 받았죠. 그러면서 잘 만들어나갔어요.

캐릭터가 자신과 잘 붙지 않을 때 극복해나가는 본인만의 방법 같은 게 있나요?

평소에 하는 행동, 그러니까 컵을 들어서 물 마시는 행동은 어떻게 보면 의식하지 않고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잖아요. 그런 걸 최대한 캐릭터에 녹여서 제가 어색하지 않도록 감정적인 요소를 빼고 행동을 최대한 비슷하게 다가가려고 해요. 그러면 점점 상황 속에서 감정에 빠져들게 되죠. 행동으로 먼저 다가가려고 해요.

역시 몸으로 먼저 부딪치네요.

그렇게 부딪치지 않으면 생각보다 감정에 접근하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필요하면 현장에 최대한 오래 머물면서 익숙해지려고 하거나 반대로 낯을 가려야 하는 역할이라면 일부러 현장에서 빨리 떠나기도 해요. 그래서 연기가 참 재밌어요. 제 모습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할 때 재밌죠.

예전에는 그런 점이 힘들었을 텐데 하다 보니 익숙해졌나요?

언제나 처음 할 때는 어려워요. 익숙해지는 건 없어요. 매번 똑같은 캐릭터를 하지 않으니 새로운 캐릭터는 매번 어렵죠.

어렵지만 꾸준히 한다는 건 일을 떠나 재미있기 때문이겠죠?

맞아요. 어떻게 보면 막연히 어릴 적 꿈꾸던 일을 실제로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하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죠. 원동력이에요. 당연히 난관에 부딪힐 때도, 질타를 받을 때도 있지만 제가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죠. 그러니까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노력하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했는데, 연극을 선택한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요?

20대 때부터 대학로 연극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라이브잖아요. 긴 호흡을 한 번에 가져가는 데 매력을 느꼈죠. 제가 무대에 섰을 땐 항상 춤추고 노래를 불렀지 연기해보진 않았으니까 연극 연기가 분명히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기회도 닿지 않았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동안 못 했죠. 이번에 운명처럼 좋은 작품이 다가와서 누가 내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셨나 싶었어요. 이번 연극이 앞으로 연기할 때 변환점까진 아니더라도 정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거 같아요.

필요했을 때 절묘하게 딱 들어왔네요.

신기하게 그랬어요. 연습하다 보니 처음에는 설레다가 점점 어려워졌지만, 어떤 평을 들을까 두려운 마음에 앞서 일단 기대가 커요. 무엇보다 연습하면서 되게 재밌어요. 원래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처음이에요. 처음은 항상 잊을 수 없잖아요. 첫 연습, 첫 무대 다 처음이죠. 그래서 이 연극이 제게 큰 의미로 다가오죠.

연극을 한다는 것 자체는 고민하지 않고 결정했겠네요.

스케줄을 비롯해 여러 가지 조율이 필요했지만, 전 무조건 OK였죠. 처음에 이순재 선생님이 하시는 줄도 몰랐어요. 제가 하고 싶다고 하고 나중에 선생님께서 출연하신다고 했을 때 더 좋았죠. 안 그래도 행복했는데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왔죠.

실제 연습하면서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겠죠?

큰 방 구석에서부터 제 자리를 한 평씩 늘려가는 기분이었죠. 처음이라 서툰 부분도 모르는 것도 굉장히 많아서 계속 물어봤어요. 이 감정이 맞을까요? 대사는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요? 하면서 거의 ‘궁금이’ 수준으로 계속 물어봤죠. 고전극이 아니라 일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연극이어서 표현법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었어요. 캐릭터를 만들고 관객이 처음 볼 때 바로 이해할 수 있게끔 포인트를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지만 재밌어요.

연극하다 보면 올해도 다 지나가겠네요. 올해 세운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나요?

전 계획적으로 목표를 세우진 않아요. MBTI로 말하면 P형이죠. 지금 만족하면서 하다가 또 새로운 게 다가오면 그에 맞춰서 가는 타입이에요. 지금까지 많은 걸 잘해온 거 같아요. 올해 남은 시간도 바쁘고 새롭고 재밌게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일을 떠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긍정적 자세네요.

그런 부분에서는 좋죠. 좋은 줄 몰랐는데 살아보니까 되게 좋은 거더라고요. 잘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꼭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웃음)

트렌치코트·팬츠 모두 구찌, 니트 톱 맥퀸 by 션 맥기르 제품.
셔츠 잉크, 팬츠 아미, 슈즈 지미추 제품.

Editor : 김종훈 | Photography : 김혁 | Stylist : 최진영, 최서희 | Hair : 임정호(블로우) | Make-up : 김채리(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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