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외치던 미국이었는데…트럼프·해리스 공통점 '관세'
전통적으로 '자유주의' 가치를 내걸던 미국이 변화하고 있다. 강경 보수를 앞세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관세' 정책을 지지한다. 부작용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맞서는 후보를 지지하는 '표심'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에 지지를 표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수십년간 고수해 온 무역에 대한 입장을 뒤집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거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경제적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며 '자유무역'이 성장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재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매체는 이런 변화의 시작을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로 짚었다. 세계화로 인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중국이 값싼 수출품을 양산하는 데 집중하면서 개방적인 무역에 대한 초당적 반발이 생겼고,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러한 정서를 선거에서 활용했다는 것이다.
관세를 지지하는 '번영하는 미국을 위한 연합(Coalition for a Prosperous America)'의 닉 이아코벨라 수석 부사장은 "경제 정책과 무역 문제에 관해서는 양대 정당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보다 관세 인상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든 관세를 지지하는 행정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관세를 유지함과 동시에 25%이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100%로 올렸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철강 및 의료 제품 등에도 새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범위는 상대적으로 좁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재집권 시 바이든 행정부보다 훨씬 큰 규모의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적 관세와 60%의 대중 관세 외에도 다른 나라가 미국 수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미국이 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주 연설에서는 그간 내걸었던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안을 최대 20%까지 올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정책과 차별화를 꾀해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안을 '전국 판매세'라고 묘사하며 "이 법안이 중산층 가정의 물가를 연간 거의 4000달러(약 534만원) 가까이 인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관세 접근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캠프 대변인인 찰스 루트백은 성명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노동자를 지원하고, 경제를 강화하며, 적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전략적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선별적으로 강경한 관세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경제학자들은 고율 관세가 미국 내 소비자들의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업들이 더 높은 수입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수입품의 약 3분의 1이 미국의 농장과 공장으로 들어가는 1차 자원이라는 점도 근거를 더한다.
아울러 고율 관세가 외국의 보복을 불러일으켜 상호 파괴적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올해 미국이 수입 관세를 10%로 부과할 경우 세계 무역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뒤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압박에도 정치권이 관세를 고집하는 이유는 '표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YT는 "저명한 경제학자 그룹이 올해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율 관세가 관세의 보호를 받는 산업의 고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정치적으로는 성공적이었고, 관세의 수혜를 받는 지역에서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데이비드 론 취리히 대학 경제학자는 "일부 사람들은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응하고 중국에 맞서는 것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관세안이 공화당의 지지를 높이는 것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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