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직선제 도입 천명 멕시코에 美·캐나다 우려 제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가 판사 직선제를 도입하려 하자 미국과 캐나다가 우려를 제기했다.

타국의 내정이지만 3국은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을 맺고 비즈니스에서 긴밀히 묶여 있다. 멕시코에서 투자환경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나온다. 현 멕시코 좌파 정부가 '판사직선제' 도입을 통해 입법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집권당의 판사 직선제 추진에 국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멕시코 사상 여성으로서 최초로 대법원장에 오른 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64)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부 구성원들은 "입법부와 행정부에 대한 유일한 견제 권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법부 노조는 일주일 넘게 파업 중이다

그럼에도 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로 대통령과 집권당은 판사 직선제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6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을 통해 이미 하원 내 개헌선 의석수를 확보한 멕시코 좌파 집권당 동맹은 상원에서도 야당 소속 당선인 2명을 더 영입하면서, 독자적 정책·입법권을 거머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여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은 내달 1일 새 의회 출범을 나흘 앞두고 중도좌파 성향 민주혁명당(PRD) 소속이었던 상원 의원 당선인 2명을 영입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멕시코 범여권 상원 의석은 128석 중 85석에 달하게 됐다.

이는 개헌까지 할 수 있는 의석수(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에 딱 1석 모자라지만, 친여당 성향의 시민운동당(5석)을 고려하면 이미 강력한 입법 권력을 갖게 된 셈이라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보도했다. 하원의 경우 여당 동맹은 이미 재적 의원 500명의 3분의 2를 훌쩍 넘는 364명의 당선인을 배출한 상황이다.

리카르도 몬레알(63) 차기 하원 여당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 "의회 개원 첫날(9월 1일)인 돌아오는 일요일에 사법부 개편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서두르진 않겠지만, 절차적 단계 위반 없이 (개편안 처리를 위한) 대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레포르마는 전했다.

개편안 골자는 대법관 정수를 현재 11명에서 9명으로 축소하는 것과 7000명에 이르는 법관을 2025년과 2027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직선제 실시 등이다.

대법관의 경우 행정부가 10명, 대법원이 10명, 상·하원이 각각 5명의 후보를 제안한 뒤 투표에서 얻은 득표수에 따라 선출된 대법관의 임기를 8·12·14년으로 차등해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당선된 대법관의 득표수가 많을수록 임기가 길어진다.

판사 직선제의 경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10월 취임하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대통령 당선인 역시 이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멕시코 주재 대사관을 통해 "민주주의 기능에 대한 중대한 위험" "USMCA 협약에 따른 멕시코 내 투자 환경의 악화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상황이다.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와 외국 투자금 확대 및 해외송금 급등에 힘입어 이른바 '슈퍼 페소'라고 불릴 정도로 강세를 유지하던 달러화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상·하원 개원을 앞두고 힘을 잃은 모습이다.일일 환율 기준 멕시코 페소는 이날 오후 1시 현재 달러당 19.60페소로 4거래일 연속 상승(페소화 평가절하)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멕시코 사법부 개편안이 판사 독립성을 축소하고 여당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크게 상실할 것이라는 투자자 우려를 낳고 있다"며 페소 가치가 최근 2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