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 우승 교토국제고, 그리고 무하마드 알리[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4. 8. 2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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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관중석에서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일본 전국 고교야구대회 고시엔에서 우승한 게 큰 화제가 됐다. 재일 교포들이 1947년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세운 학교에서 일본, 한국 학생들이 함께 이뤄낸 업적이다. 이들은 한국어로 교가를 불렀다. 한국 국민은 크게 감동했고 큰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교토국제고에서 국적, 애국심, 한국역사 등을 잠시 빼보자. 고교 야구팀으로만 보면 어떤 의미와 교훈을 남겼을까.

교토국제고는 한 때 폐교를 걱정했다. 폐교를 막기 위해 창단된 게 야구부다. 1999년 첫 고시엔 경기에서 0-34로 참패했다. 이후 25년이 흐른 뒤 고시엔 정상에 올랐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운동장은 외야까지 60~70m 크기 밖에 안됐다. 정상적 타격·수비 연습이 어렵다. 작은 운동장에서 안타를 치려면 낮고 빠른 타구가 필요했다. 톱 타자 가네모토 유고는 “낮고 강한 타구를 때리는 데 집중했다”며 “장타는 행운일 뿐”이라고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1회전부터 결승전까지 6경기에서 홈런을 단 한 개도 치지 못했다. 고시엔 역사상 노 홈런 우승은 2003년 이후 21년만이다. 안타는 총 66개를 때렸는데 2루타 이상 장타는 10개뿐이었다. 6경기에서 24점을 올렸고 6점만 내줬다. 6경기 중 3경기가 무실점 승리다. 좌완 투수 2명의 놀라운 호투, 촘촘한 수비 덕분이었다.

실수 상황을 가정한 원바운드 송구 훈련, 외야를 등지고 하는 타격 훈련 등 상상력을 발휘한 게 효과를 봤다. 일본 언론들은 “고마키 노리츠구 감독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적응하는 훈련 방식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며 “수비 훈련에 심혈을 기울였고, 타격도 높고 멀리 치기보단 낮고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선수들은 수업을 마친 뒤 훈련에 임했다. 기숙사 점호시간인 10시반까지 스스로 야간 훈련한 선수들도 많았다. 백승환 교장은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학교의 어려운 점을 이미 알고 있고 그걸 바탕으로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가 속한 교토 지역 예선에서는 총 73개 팀이 출전했고 6전 전승으로 단 한장인 본선 출전권을 교토가 따냈다. 전국 3441개 학교 중에서 지역예선을 뚫고 49개교만 출전한 본선에서 교토는 6전전승으로 우승했다. 교토국제고 우승은 부족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고 열심히 준비했고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 이뤄낸 기적이었다.

무하마드 알리. 게티이미지



복싱 헤비급 전 세계챔피언 무하마드 알리는 이렇게 말했다.

“챔피언은 체육관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들 안 깊숙한 곳에 있는 열망, 꿈, 비전으로 만들어진다.”

“위험을 감수할 용기가 없다면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상상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날개가 없다.”

“증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허풍이 아니다.”

“의지가 기술보다 강해야 한다.”

환경이 좋으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지만 무조건 그렇지도 않은 게 현실이다. 편안한 환경에 젖은 채 열정, 도전, 노력을 잃으면 절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연봉이 높다고, 좋은 체육관에서 훈련한다고, 상금이 많다고 무조건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한국 농구 한국 배구, 한국 핸드볼, 최근 한국여자골프는 편안한 국내 환경 속에서 야성을 잃었고 넓은 초원을 보고도 무서워 나가지 못하고 좁은 곳에서 스스로 갇힌 ‘울타리 속 양’으로 전락했다. 편안하고 안락한 현실, 두툼해진 지갑, 프로선수로서 유명세 등에 도취한 채 도전 정신을 잃은 직업 선수들은 교토국제고 학생 선수들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양궁 김우진은 파리 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뒤 이렇게 말했다.

“메달에 젖어있지 마라. 해뜨면 마른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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