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하니] ‘전동킥보드 전면 금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동킥보드는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의 하나입니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라고도 합니다. 목적지까지 마지막 1마일을 편리하게 이동시켜준다는 의미죠. 편익이 크기에 촘촘한 규제를 통해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시켜야 할 산업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위험성과 사회적 관리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하기엔 이미 선을 넘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처럼 전동킥보드 운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전동킥보드는 편리한 이동수단일까요, 도로 위 무법자일까요. 팽팽한 찬반 논리를 소개합니다.
이래서 찬성입니다.
친환경 이동 수단, 제도 정비가 우선
세계적으로 전동킥보드 사용에 대한 논란이 많다. 프랑스 파리에선 파리올림픽 전에 전동킥보드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투표율은 7%에 불과했고, 파리시장도 이에 대한 공정성과 합리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올림픽 이벤트를 앞두고 일단 금지를 결정했다. 임시적인 결정이지 완전히 단절하는 건 아닌 만큼 아직도 논란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전동킥보드 사망자나 주차 문제 등 부정적인 시각이 계속 부각되고 있다. 과연 이런 이유로 금지하는 것이 나을까?
이런 논리라면 국내에서 연간 400명 이상, 즉 하루에 1명 이상 사망자를 내는 이륜차는 퇴출해야 하고 연간 2600~2700명 사망하는 자동차도 퇴출해야 한다. 전동킥보드, 이륜차, 자동차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는 ‘이동수단’이다. 인간이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문화적 안착이 중요하다.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항상 등장하는 ‘폭주족 문제’도 이륜차가 아닌 ‘청소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고, 배달 이륜차의 문제도 이륜차의 문제가 아닌 ‘배달업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동킥보드도 사람이 이를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큰 범주에서 ‘퍼스널 모빌리티’(PM)에 속한다. 퍼스널 모빌리티에는 전동휠 등 개인휴대용 친환경 이동수단이 모두 포함된다. 다른 용어로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Last Mile Mobility)라고도 한다. 자동차로 가기에는 가깝고 걸어가기에는 먼 애매모호한 거리를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시켜주는 개인용 이동수단이라는 뜻이다. 미래형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장점도 많다. 무공해이고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으며 휴대가 간편해 보관과 주정차도 편리하다. 비용도 저렴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자동차 대리운전자들도 차량을 목적지에 주차하고 귀가할 때 전동킥보드를 많이 애용한다.
세계적으로 활용도가 급격하게 늘어났으나 안전과 주정차 문제가 핵심이다. 국내에서 전동킥보드 문제가 부각된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적인 자리매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전동킥보드 관련 규정은 세차례나 바뀌었다. 도로교통법엔 면허제도부터 안전보호장구 착용, 속도 및 운행, 주정차 방법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규정이 없다. 독소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운행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실제 통과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동킥보드의 효용이 큰 만큼 규제도 촘촘하게 정비해야 한다.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규제다. 현재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를 따야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는데 원동기 장치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전혀 다른 이동수단이다. 전동킥보드 자격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 방식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 제한속도도 낮추고 헬멧 착용도 권고해야 한다. 전동킥보드의 운행을 도로 등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보행자 밀도가 낮은 보도에서도 허용하는 등 네거티브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게 제도와 문화적 특성을 참고해 전동킥보드 이용 환경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개인용 이동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선 전동킥보드를 ‘원동기 장치 자전거’라는 예전에 고안된 제도 영역에 욱여넣으면서 규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동킥보드를 안전하게 운행하려면 환골탈태 수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전동킥보드는 물론이고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각종 개인용 이동수단을 모두 포괄해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크고 새로운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동킥보드 운행을 금지하면 당장 사고는 사라지고 주정차 문제로 인한 불편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편리한 교통수단으로서의 효용도 잃게 된다. 퇴출이라는 손쉬운 방법보단 우리 실정에 맞게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미래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소비자 안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현명한 방법이라 확신한다. 제도적·문화적으로 성숙한 대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래서 반대입니다.
위험한 문명의 이기, 득보다 실 많아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동킥보드 대여 서비스의 존폐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투표에 참가한 시민 89%가 폐지를 선택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공유 전동킥보드를 도입한 지 6년 만의 일이었다. 개인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파리시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시민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혁신적 이동수단으로 계속 이용할지, 아니면 끊이질 않는 사고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이동수단으로 퇴출시킬지, 시민 판단에 오롯이 맡겼고 그 판단에 따랐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멜버른도 시민에게 ‘편익’이 되기보다 ‘위협’이 돼버린 전동킥보드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기로 과감하게 결정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멜버른시의회가 의원 6 대 4의 찬성으로 전동킥보드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면서 멜버른 거리에서도 더는 공유 전동킥보드를 볼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 중이다. 국토교통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 신고한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는 2017년 117건을 시작으로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으로 늘어나 6년 만에 20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 5018건의 사고가 발생해 무려 55명이 숨지고 5570명이 다쳤다.
끊임없는 안전사고도 문제지만, 도덕불감증을 넘어 도덕상실증에 걸려 이용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위법을 저지르는 건 더 큰 문제다. 1명만 타야 하는 킥보드에 2명, 3명이 함께 타는 건 쉽게 볼 수 있고, 여중생 4명이 킥보드에 올라타 도로를 역주행한 아찔한 상황이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안전모 착용이 필수지만 안전장치 없이 이용하는 시민도 자주 목격된다. 킥보드 이용자가 도로 위를 마구 질주하며 도리어 차량 운전자를 위협하게 되면서 차도에 뛰어드는 고라니에 빗댄 신조어 ‘킥라니’까지 등장했다.
행정안전부가 개인형 이동장치 집중단속에 앞서 올해 7월15일부터 2주간 설정한 계도기간에는 9445건의 안전수칙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안전모 미착용(73.4%)이 가장 많았고, 무면허 운전(18.9%), 음주운전(2.9%) 차례였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16살 미만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이다. 원동기(원동기 장치 자전거) 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청소년들이 업체의 허술한 인증 절차를 악용해 부모의 면허증을 도용하거나, 면허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업체를 찾아 전동킥보드를 손쉽게 대여해 이용한다. 법 제정과 규제 강화가 요즘 아이들의 새로운 기기 적용 속도에 쫓아가지 못하면서 무분별한 불법행위를 방치하며 방조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세종시교육청에 의뢰해 실시한 ‘공유 전동킥보드 인식조사’에서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월14일부터 22일까지 학교 관련 앱을 통한 조사에 4325명의 유·초·중고교 학부모가 응답했고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무려 93%(4025명)에 달했다. 운영 제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90%(3914명)였고, ‘미성년자 등이 무면허 운행을 하지 못하도록 인증 절차를 강화해달라’(73%, 3155명)는 의견이 가장 시급한 개선 사항으로 꼽혔다. 학부모들은 자유 의견에서 전동킥보드를 ‘도로 위의 흉기’라고 했고, 파리처럼 시민들이 이용 여부를 결정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방탄소년단 슈가의 음주운전 사례를 바탕으로 전동킥보드·스쿠터 불법 이용에 대한 처벌 수준 강화를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리에 무단 방치되면서 보행 방해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전동킥보드를 견인하는 조례가 제정되는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온갖 행정력과 비용을 쏟고 있다.
작지만 위험한 문명의 이기를 관리하는 데 이렇게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규제의 빈틈이 벌어지면서 잘못된 이용도 늘고 있다. 이걸 계속 존치시키는 게 정답일까. 공유 전동킥보드의 퇴출을 선택한 파리와 멜버른 역시 수년 동안 만만치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규제를 강화했지만 결국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했고, 시민의 직접 투표 또는 대의기관의 투표로 용단을 내렸다. 양날의 검과 같은 전동킥보드 이용, 시민의 현명한 판단과 사회적 결단이 필요할 때다.
‘논쟁하니’를 마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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