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파리~!"... 올림픽 감동 이을 2024 파리 패럴림픽 개막
화합·조화·평등 가치 되새긴 공연으로 감동 더해
한국 선수단, 36번째로 입장... 호명 사고 없이 제대로 소개
올림픽 때와 같은 열기구에 성화 점화, 평등 의미 담아
"웰컴 투 파리~!!!"
2024 파리 패럴림픽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8시10분 프랑스 수영 선수 테오 퀴랭의 외침으로 막을 올렸다. 퀴랭은 6세 때 극심한 뇌수막염을 앓은 뒤 사지를 절단했지만, 끊임없이 극한의 스포츠에 도전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프랑스에선 '스포츠 영웅'으로 불린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출전한 패럴림피언이기도 하다.
퀴랭은 이날 오후 8시 패럴림픽의 상징 '아지토스'가 내걸린 개선문을 지나 대회 개막식이 열리는 콩코르드 광장에 진입했다. 무대에 오른 퀴랭은 10초 카운트 다운 뒤 "파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외쳤고, 이에 맞춰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흰색, 빨간색의 축포가 터지며 개막식이 본격 시작됐다.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타는 듯 불타오르던 해가 마침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날씨마저 선선해지자 개막식을 보기 위해 모여든 6만 5,000여 관중들의 표정이 한층 누그러졌다. 패럴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야외, 그것도 도심 한 가운데에서 개막식을 치르는 만큼 너무 덥거나 비가 오면 선수들 이동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이 같은 우려가 무색할 정도였다. 토니 에스탕게 2024 파리 조직위원장도 이날 환영 연설에서 날씨를 칭송했다.
'화합과 조화' 상징하는 무대 공연
무대 공연에선 '화합과 조화'를 키워드로 한 강렬한 퍼포먼스가 3차례에 걸쳐 펼쳐졌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주류 사회'를 가리키는 검은 정장 차림의 댄서 134명이 군무를 추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원색 옷을 입은 16명의 장애인들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돼 있는 모습을 그렸다. 이후 다시 등장한 댄서들은 자신들의 편견을 깨닫고 각성하며 성찰한 끝에 서로 어우러졌다.
마지막 3번째 섹션에서는 140명이 모두 하얀 옷을 입고 등장했다. 제각기 따로 움직이던 댄서들은 서서히 합을 맞춰 가더니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를 만들어내며 마침내 화합했다. "개막식에서 패럴림픽 선수들과 그들이 구현하는 가치를 보여줄 것"이라던 예술 감독 토마스 졸리의 공언이 고스란히 구현된 셈이다.
이번엔 '한국' 제대로 소개
168개국에서 온 4,400여 명의 선수들은 프랑스 유명 DJ의 흥겨운 디제잉과 관중들의 환호 속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개최국인 프랑스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먼저 입장했고, 프랑스 선수단은 샹송 '오 샹젤리제'에 맞춰 가장 마지막으로 광장에 들어섰다.
한국은 콩고에 이어 36번째로 입장했다. 기수로 선정된 카누 국가대표 최용범(도원이엔씨)은 태조 이성계의 곤룡포에 새겨진 오조룡을 오마주한 금박 자수와 조선 시대 문무 고위 관리들이 외교사절이나 왕의 행차시 착용했던 붉은 갓을 착용한 채로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최용범의 옷은 한국의 역사적 권위와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담아내고 있다. 앞서 파리 올림픽 때는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호명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번엔 실수 없이 제대로 소개했다.
올림픽과 같은 성화대 사용... '평등' 의미 담겨
지난 24일 패럴림픽의 발상지 영국 스토크맨더빌에서 채화한 성화는 이날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동메달리스트 플로랑 마노두의 손에 들려 무대에 등장했다. 마노두는 휠체어테니스 금메달리스트 미카엘 제레미아즈에게 성화를 넘겼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서로 연결 짓는 의미다. 제레미아즈가 성화를 이어받은 뒤에는 발레곡 '볼레로'에 맞춰 불꽃을 든 안무자들이 아지토스를 형상화해 패럴림픽의 의미를 더했다.
제레미아즈부터는 이탈리아 휠체어펜싱의 베베 비오, 통산 메달 17개를 따낸 미국의 옥사나 마스터스, 독일의 멀리뛰기 전설 마르쿠스 렘 등 세계적 패럴림피언들이 성화를 봉송했다.
이날 최종 점화 주자는 지적장애를 가진 육상선수 샤를-앙투안 쿠아쿠를 비롯해 파비앙 라미로(탁구), 엘로디 로란디(수영), 알렉시 앙캥캉(트라이애슬론), 낭트냉 케이타(육상) 등 총 5명이었다. 이들은 튈르리 정원의 열기구 성화대에 불을 붙여 하늘 높이 띄워 올렸다. 앞서 올림픽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성화대를 사용한 것인데, 이 또한 평등을 표방하는 이번 대회의 취지를 담고 있다.
파리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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