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없숲’ 이정은 “고민시 악인 연기, ‘악마를 보았다’ 연상…꿈에도 나와”[인터뷰]

배우 이정은이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고요하지만 집요하게 응시하는 ‘관찰자’를 연기했다. 영화 ‘기생충’부터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까지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하거나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왔기에 정적인 거대한 ‘배경’ 같은 연기를 펼친 이번 그의 연기가 사뭇 새롭다.

두 명의 살인자, 그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선악 구도가 명확한 드라마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사건을 복기하며 추적하는 형사 보민 역을 맡은 이정은은 “미국 드라마 속 중년 여자 형사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돌이켰다.

○“고민시 악역 연기 꿈에도 나와”

드라마가 공개된 이후 매일 같이 온갖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을 읽으며 시청자 반응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는 그는 “도대체 이 여자가 나와서 한 게 뭐냐”는 누리꾼 반응을 봤다며 웃었다.

“이 캐릭터는 엄청난 사건을 무력하게 바라보는 보통의 시청자를 대변하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해요. 촬영할 때는 종잡을 수 없는, 정의할 수도 없는 악인을 뒤쫓으려고 하지만 결국 그 악인을 끝까지 잡지 못하는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속 보안관이 생각나기도 했죠.”

반면 자신과 정반대 지점에 놓인 소시오패스 살인자 역을 맡아 광기 어린 연기를 펼친 고민시에 대한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의미로 현장에서 고민시 연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다 질려 버렸어요. ‘악마를 보았다’를 바라보는 기분이었죠. 그가 번뜩이는 눈을 머리카락으로 반쯤 가리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꿈에까지 나왔다니까요”

○“방송 댄스 취미, 여전히 ing”

그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번 드라마처럼 “잘 되기를” 바랐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드라마의 흥행을 묻는 점까지 봤을 정도다.

“다른 작품 촬영차 점집에 간 적이 있는데, 그분(점쟁이)께 하반기 제게 너무 중요한 작품이 있는데 잘 될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다행히 그런데 잘될 거라 하시더라고요!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들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이런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영어 공부부터 방송 댄스까지 작품 준비와는 별개의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일상을 풍요롭게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를 통해 에이핑크의 ‘미스터츄’ 안무를 선보이며 그간 연마해온 댄스 실력을 뽐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저처럼 나이 먹은 사람이 방송 댄스를 취미로 한다는 게 재미있게 느껴지는지 감독들이 이제는 제가 춤추는 장면을 자꾸 넣으려고 하더라고요. 요새 촬영 중인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도 나오거든요. 지금 연습 중인 춤은 선미의 ‘보름달’이에요. 하하.”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