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결승가고, 이정효 떨어졌지만…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안부묻고 뜨겁게 악수' [SPO 현장]
[스포티비뉴스=울산, 박대성 기자]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한쪽은 올라가고 한쪽은 짐을 싸고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 만난 '사제의 정'은 차가운 승부의 세계마저 녹게 만들었다.
울산HD는 29일 오후 7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광주FC와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4강 2차전을 치렀다. 일주일 전 광주전용구장에서 열렸던 코리아컵 4강 1차전에서 야고의 결승골로 1-0 우위를 점했기에 조금은 여유롭게 2차전에 집중했던 김판곤 감독이었다.
김판곤 감독은 김민우, 주민규, 엄원상 스리톱에 공격 포인트를 맡겼다. 홈 관중 응원을 등에 업고 광주를 압박했고 하프스페이스 침투와 유려한 패스로 광주 골문을 조준했다. 광주도 울산에 쉽게 밀리지 않고 전방압박으로 대응하며 불꽂 튀는 접전이 있었다.
선제골은 울산이었다. 꽤 단단했던 광주 수비망을 코너킥 세트피스로 뚫어냈다. 임종은이 이명재 코너킥을 헤더로 마무리했고 김경민 골키퍼 바로 앞에서 튄 볼이 골망에 빨려 들어갔다. 김판곤 감독 부임 이후 첫 한국인 선수 골이자 임종은 시즌 첫 골이었다.
울산은 합계 스코어 2-0으로 리드를 잡았다. 코리아컵 결승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광주도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간헐적인 역습과 쉴새없는 전방 압박을 시도했고, 울산처럼 코너킥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울산이 선제골과 상승세 속 전반을 끝냈지만, 하프타임 라커룸 토크를 끝낸 광주는 더 매섭게 달라붙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한 오후성 슈팅이 조현우 골키퍼를 뚫고 울산 골망을 뒤흔들었다. 이정효 감독 용병술이 적중하면서 합계 스코어 1-2로 추격, 김판곤 감독이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점수 차이였다.
광주는 추격골 이후 점점 공격 템포를 올리며 울산을 압박했다. 신창무의 과감한 왼발 슈팅이 조현우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울산에는 한 방이 있었고, 후반 8분 주민규를 중심으로 풀어간 공격 끝 마테우스가 감각적인 슈팅으로 광주 수비벽을 허물면서 추가골에 성공했다.
울산이 합계 스코어 3-1로 광주 추격을 뿌리치면서 분위기가 다시 넘어왔다. 이정효 감독은 가브리엘, 여봉훈을 투입하면서 피치 위에 변화를 줬다. 광주는 끝까지 울산을 추격하며 점수 차이를 좁히려고 애썼고 후반 44분 오후성이 저돌적인 돌파 이후 조현우 골키퍼를 속이는 완벽한 슈팅으로 추격에 성공했다.
울산 입장에서는 한 골을 더 실점한다면 연장전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김판곤 감독은 실점한 뒤 전광판의 시계를 바라보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광주는 울산 진영에서 끊임없이 공격했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울산은 홈에서 광주를 꺾으며 7년 만에 코리아컵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경기 후 김판곤 감독은 "광주는 정말 좋은 팀이다. 이정효 감독이 팀을 잘 만들었다. 2실점은 기쁘지 않다. 우리도 이번 경기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며 상대 팀을 칭찬했고 "포항 스틸러스와 코리아컵 결승에 만나게 됐는데 이기고 싶다. 우리에게는 코리아컵 우승 도전, 리그 우승 가능성이 열려있다"라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은 "선수들이 모든 걸 경기장에 쏟아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했다. 이 선수들이 있으니 앞으로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잔인하지만 냉정한 승부가 끝난 뒤 김판곤 감독과 이정효 감독이 다시 마주했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두 감독이 만났고 서로 안부 인사를 주고 받았다. 승부가 끝난 뒤에 만난 두 사람은 영락없는 스승과 제자였다. 이정효 감독은 선수 시절 부산 아이파크에서 김판곤 감독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안부를 주고 받은 뒤에 김판곤 감독은 이정효 감독에게 엄지를 치켜 세우며 격려했다. 이정효 감독도 김판곤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훈훈하게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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