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삭발, 행사장 점거로 설명회 무산…'기후대응댐' 난관 봉착
'수몰 트라우마' 단양서는 30일 대규모 궐기대회
환경부 "내달까지 주민 설명회 모두 완료할 것"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에 대한 주민 설명회를 차례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난관에 봉착했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충남 청양군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지천댐 관련 설명회가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날 지천댐 건설에 반대하는 청양군민들이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의 무대 진입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환경부는 30분 만에 설명회를 취소했다.
설명회 개최 1시간 전부터 댐 건설에 반대하는 청양군 주민들이 행사장을 점거하고 입장이 다른 주민들 간에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혼란이 연출됐다.
지난 26일 열린 김태흠 충남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도 댐 반대 주민들은 행사장 앞에서 삭발 시위를 벌였다. 김 지사는 충남 지역의 미래 물 수요를 고려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기후대응댐 후보지 안 14곳을 공개하면서 금강권역인 지천에 저수용량 5900만톤의 다목적댐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천은 과거에도 정부가 여러 차례 댐 건설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곳이었다. 정부는 1991년, 1999년, 2012년 3차례 댐 건설을 시도했으나 상류 지역 규제 문제로 최종 불발됐다.
환경부는 댐에서 직접 취수하지 않아 상수원보호구역 등 규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양 주민들은 댐 신설로 청양 장평면부터 부여 은산면까지 300가구가 넘게 수몰되고 천연기념물 서식지가 파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 트라우마'가 있는 단양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1985년 완공된 충주댐은 건설 과정에서 2600여 세대가 이주했고 마을 주민들이 떠나면서 단양군 인구도 대폭 감소했다. 단양 지역 이장 150여명은 지난 27일 단양군청 앞에서 단양천댐 건설 반대 집회를 열었고 오는 30일에는 댐 반대투쟁위원회가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양구군은 환경부의 설명회 협조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양구군 수입천댐은 환경부가 공개한 후보지 안 14곳 중 댐 규모(총 저수용량 1억톤)가 가장 큰 곳인데, 지자체 건의가 아닌 국가 주도로 추진됐다.
이에 서흥원 양구군수는 환경부의 댐 후보지 발표 직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과거 주암댐 공사로 인근 마을 6곳이 수몰된 적 있는 전남 화순군도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의 댐 계획이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앞으로의 일정과 절차도 불투명해졌다.
환경부는 연내 댐 후보지 3~4곳에 대한 기본구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11월까지 후보지를 확정해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고시하겠다고 했다.
불과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안에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지역수자원관리위원회 자문,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심의 등을 순차적으로 소화해야 한다. 지역 주민 설명회는 다음 달까지 모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 반대에 설명회가 무산되거나 일정조차 잡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현재까지 기후대응댐 후보지 안 14곳 중 주민설명회 일정이 확정된 곳은 총 9곳이다.
경북 예천 용두천댐(8월21일), 강원 삼척 산기천댐(8월27일)은 설명회를 완료했고 경기 연천 아미천댐(8월30일), 전남 순천 옥천댐(9월3일), 전남 강진군 병영천댐(9월4일), 전남 화순군 동복천댐(9월6일), 경북 의령군 가례천댐(9월10일), 울산 울주군 회야강댐(9월10일) 등 6곳이 차례로 예정돼있다.
지천댐은 지난 27일 충남 부여군과 청양군 두곳에서 주민 설명회가 열렸지만, 주민들 반대로 무산된 청양군의 경우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나머지 지자체도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다음 달까지는 주민설명회를 모두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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