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청문회 데뷔하는 심우정
부친 빼 닮은 외유내강형 검사
지역정서 각별 큰일 기대감 커
심우정 법무부 차관이 일약 화제의 중심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 11일 차기 검찰총장으로 대통령 지명을 받으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것이다. 그가 내달 3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검찰총장으로 가는 국회 검증 관문이다. 심 차관 임명은 인사청문 경과에 기속되지는 않는다. 인사청문회를 마치면 임명 대기 모드에 있다. 16일 취임과 함께 2년 임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심 차관은 2000년 4월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초임지는 서울지검이다. 초임 검사가 노른자 지검 발령을 받았다는 것은 연수원 성적이 특출 났다는 증좌다. 떡잎부터 남 달랐던 것이다. 심 차관이 밟아온 보직 이력에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있다. 그때그때 요직에 그가 있었다. 그런 그가 24년만에 검찰수장직을 예약해두고 있다. 연수원 동기중 한 사람에게 기회가 닿는 검찰 피라미드 조직의 정점에 오르게 된 것이다. 더러 운도 따랐을 것이지만 스스로 일군 성취라고 보는 게 맞다.
에이스 검사라도 출세길이 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줄곧 자신의 업무역량을 증명해야 선두권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또 주어진 직분에서 돋보이지 못하거나 하면 누군가 치고 나간다. 그점에서 심 차관은 자기 영역을 부단히 확장해온 경우다. 어느 자리든 잡음 없이 소화하면서 그 보직들을 자기 옷처럼 만들었다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다. 내적 충전 부분도 특기된다. 심 차관은 LA총영사관 법무협력관 파견 근무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증도 따냈다. 동기부여된 학습본능이 거둔 결실일 것이다. 생래적 재능 영향도 있을테지만 목표의지와 집중력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다. 심 차관은 세평도 긍정 일색이다. 성정, 인품, 리더십 등에 대해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 외유내강형 소리를 듣는다는데 어울린다.
심 차관이 검찰총장에 지명되면서 부친 심대평 전 충남지사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30년 터울의 부자는 닮은 구석이 많다. 서울대 동문에다 각각 행시 사시를 패스했다. 직군을 달리할 뿐 공직 입문 경로 면에서 부전자전이다. 충남 공주 출생인 심 전 지사는 지역 공직사회의 상징자본으로 정평이 나 있다. 40대에 충남도 관선 대전시장을 두 차례 지냈고 관선 충남도지사도 역임했다. 이후 장관급 행정조정실장으로 발탁됐으며 여세를 몰아 대통령 행정수석도 지냈다. 엘리트 직업관료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면서 입신과 양명의 서사를 쓴 것이다. 심 전 지사의 관운은 계속 이어졌다.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최대 수혜자가 돼 1995년부터 민선 충남도지사를 2006년까지 11년간 3연임하는 기록을 세웠다. 관선 도지사를 포함하면 충남지사직을 네 차례 역임했다. 그에게 필적할 만한 적수가 없었던 것이다.
심 전 지사를 좇아 온 심 차관은 청문회를 거치면 검찰수장 자리에 오른다. 임명직 공직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것이다. 임기 만료는 2026년 9월이다. 50대 중반밖에 안되는 때다. 그 나이대 심 전 지사는 민선 도지사의 길을 걸으며 공직인생 부록편을 완성했다. 시대적 전환기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행정 달인다운 업무 능력이 없었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심 전 지사는 행정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정당 창당을 주도하는 정치 실험도 서슴지 않았다. 국회의원 배지를 두번 달게 된 배경이며 대선 후보로 나선 적도 있다. 순도 높은 토박이 충청인으로서 자강의식이 그만큼 충만했다는 뜻이다.
지역정서상 심 차관에게 심 전 지사가 투영되고 있다. 한편으론 22년 충청 출신 검찰총장 부재라는 공백을 깨면서 지역사회에도 깊이 각인되고 있다. 이대 나온 의사 부인을 둔 심 차관은 향토기업 동아연필·우송학원 법인 사위로 장가도 잘 갔다. 그가 내주 청문회에 데뷔한다. 정치와의 대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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