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2년, 빌라사업자 1000곳 '줄폐업'…서민 살 곳도 사라진다

이용안 기자, 이민하 기자 2024. 8. 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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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빌라는 죄가 없다 (上)
[편집자주] 비(非)아파트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전세사기로 촉발된 '빌라 포비아'에 공급과 수요가 뚝 끊겼다. 수요가 쏠린 아파트 전세·매매가격은 부풀어 올랐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수요·공급 활성화에 나섰다. 빌라 포비아에 잠식된 시장과 이후 대책을 짚어봤다.

[단독]"1000곳이 사라졌어요"…전세사기 2년만에 벌어진 일


비(非)아파트 시장이 무너지며 약 2년 새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 회원사 1000곳 이상이 줄어들었다. 주건협은 주로 빌라 등 소규모 주택을 짓는 소형 주택사업자로 구성됐다. 고금리 장기화에 전세사기까지 불거지며 빌라를 찾는 발길이 뜸해지자 소형 주택사업자들이 폐업 수순을 밟은데 따른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계속 급등하는 상황에서 소형 주택사업자의 폐업이 늘어날 경우 서민의 주거불안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주건협에 따르면 지난 7월 이곳의 회원사는 9055개사로 집계됐다. 회원사 수는 2022년 9월 1만221개사로 정점을 찍고 계속 감소해 2년여 동안 1166개사가 줄었다.

같은 기간 사업을 접은 소형 주택사업자 수는 2028곳에 달한다. 통상 매년 700~800개에 달하는 신규 주택사업 등록이 이뤄졌는데 지난해 신규 등록업체 수가 429곳으로 반토막으로 줄어든 영향으로 전체 회원사 수가 감소한 것이다.

주건협이 주택사업 등록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2003년부터 회원사가 줄어든 시기는 두 번밖에 없었다. 2007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뿐이다. 이후 주건협 회원사는 2013년 5157개에서 2022년까지 매년 늘어왔다.

주건협 회원사가 줄어든 결정적 배경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사업자금 경색이 꼽힌다. 금리가 높아지니 부동산 시장 자체가 움츠러드는데 사업자금을 구할 길까지 막혀 소형 주택사업자들이 폐업의 길로 들어섰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소형 주택사업자는 한 사업을 마무리한 후 번 돈으로 다음 사업을 시작한다. 진행되던 사업이 막히면 바로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세사기로 인한 빌라 기피 현상 심화와 앞으로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비아파트 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빌라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는 와중에 정부는 지난해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의 150%에서 126%로 높였다. 기존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전세 임차인을 구해야 하니 빌라 투자 매력이 확 떨어져 신축 빌라도 팔리지 않게 됐다. 전세사기와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의 영향으로 빌라의 수요·공급 모두 위축된 셈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건협 회원사 수 감소는 비아파트 시장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아파트 매매 가격뿐 아니라 전·월세 가격까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소형 주택사업자 폐업이 이어지면 몇 년 뒤에는 서민들이 머무를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라 인허가·착공 '뚝'…'공급 절벽' 찾아온다
-상반기 비아파트 인허가 1만8332가구…전년대비 35.8%↓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빌라가 보이고 있다. 정부는 비 아파트 수요와 공급 확대를 위해 신축빌라, 오피스텔 등을 추가로 구입한 다주택자에 대해 '1가구 1주택' 특례를 주는 방안인 주택공급대책을 이르면 이번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2024.08.05.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등 비(非)아파트 시장이 무너졌다. 아파트 쏠림현상이 커지면서 빌라를 찾는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아예 빌라를 지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최근 1년 동안 빌라 인허가·착공 물량은 30%가량 감소했다. 신규 공급 빌라 10채 중 3~4채가 증발한 셈이다. 이 같은 공급 감소가 다시 신규 수요를 제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 주택 공급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5.3% 감소한 2만3886가구로 집계됐다.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탓이다. 6월 비아파트 인허가는 3019가구로 1년 전보다 35.8%, 전월보다는 13.3% 줄었다. 이 기간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2만867가구로 전월보다 4.3%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도 비슷하다. 누적 1만8332가구로 1년 전보다 35.8% 떨어졌다. 서울은 2000가구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면 올해 연간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당초 예상치(7만가구)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인허가를 받는 비아파트 수는 지속해서 급감했다. 코로나19(COVID-19) 이전 연간 13만가구를 넘었던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022년 11만6612가구에서 전세사기 여파 등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5만7579가구까지 줄어들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2017~2021년) 대비 40% 수준이다. 전체 인허가 물량 중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 아래로 내려갔다.

◆ 1~2년 후 비아파트 공급물량 더 줄어든다…상반기 착공 1년 전보다 27.8% 감소한 1만7366가구

당장 1~2년 새 공급 물량을 추정할 수 있는 비아파트 착공 실적도 크게 위축됐다. 6월 비아파트 착공은 2720가구로 전월보다 20.2% 감소했다. 상반기 전체 비아파트 착공 건수도 전년보다 27.8% 감소한 1만7366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6월 한 달 아파트 착공 실적 1만7992가구(전월 대비 29.1% 증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반기 비아파트 준공(입주)은 더 저조했다. 준공 실적은 1년 전보다 38.2% 줄어든 2만2363가구로 집계됐다.

비아파트 공급 절벽이 우려되는 더 큰 이유는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포비아'(공포증)라고 할 만큼 비아파트는 기피하고 아파트를 선호하는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비아파트를 매매하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6월 한 달간 비아파트 거래량은 1만2460건으로, 최근 5년간 6월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 48.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데 비아파트 시장은 수요·공급이 모두 쪼그라드는 시장 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비아파트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자들도 안 짓는 측면이 크다"며 "정부 공급대책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 공급대책으로 서울·수도권 재개발 지역 비아파트는 공급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전체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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